감독
조 존스턴 Joe Johnston

주연
샘 닐....앨런 그랜트 박사
Sam Neill....Dr. Alan Grant
테아 레오니....아만다 커비
Téa Leoni....Amanda Kirby
윌리엄 H. 메이시....폴 커비
William H. Macy....Paul Kirby
알렉산드로 니볼라....빌리 브레넌
Alessandro Nivola....Billy Brennan
트레버 모건....에릭 커비
Trevor Morgan....Eric Kirby
로라 던....엘리 새틀러 박사
Laura Dern....Dr. Ellie Sattler
마이클 지터....우데스키
Michael Jeter....Udesky
존 딜....쿠퍼
John Diehl....Cooper
마크 할릭....벤
Mark Harelik....Ben
브루스 A. 영....내쉬
Bruce A. Young....Nash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피노사우르스의 습격

듀나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점점 구식 유니버설 호러 영화 시리즈를 닮아갑니다. 일편인 [쥬라기 공원]은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잔뜩 지닌 신선한 SF 액션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세계], [쥬라기 공원 3]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시리즈는 안전한 장르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생물학과 유전 공학이 서서히 사라지는 동안 특수 효과로 창조해낸 수많은 야수들의 맹공격이 강조되는 거죠. 하긴 공룡 영화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니 특별히 불평을 늘어놓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만.

[쥬라기 공원 3]의 스토리는 시리즈 중 가장 평이합니다. 1, 2편이 일어난지 몇 년 뒤, 지원금을 구하지 못해 쩔쩔 매는 그랜트 박사 앞에 커비 부부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가이드 역할을 해달라고 제안합니다. 그랜트는 제자인 빌리 브레넌과 함께 커비 부부를 따라나서지만 그들은 사실 사고로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이슬라 소르나에 왔던 거죠. 당연히 공룡들로 인해 고약한 살육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그랜트 박사 일행은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칩니다.

파프리카 [에일리언 2]랑 많이 닮지 않았어요? 1편에서 고생한 주인공이 구조 작전에 뛰어들었는데, 어린 아이 하나만 살아 남아있고... 뭐, 이런 식이잖아요.

듀나 어떻게 보면 [지옥의 묵시록]에서 몇몇 부분을 따온 것 같기도 하네요.

파프리카 이 영화에서 가장 신선한 건 새 공룡의 등장입니다. 1, 2편에서 늘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티라노사우르스는 이제 조역입니다. 진짜 괴물은 티라노사우르스보다 훨씬 크고 무시무시한 육식 공룡인 스피노사우르스입니다. 후반부에는 2편에서는 등장만 했던 프테라노돈이 박진감넘치는 공중전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듀나 공룡 종류를 바꾸는 건 당연한 서비스예요. 늘 티라노사우르스랑 랩터만 등장시킬 수는 없잖아요?

파프리카 하긴 티라노사우르스와 스피노사우르스의 대결은 구식 공룡 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흐뭇했어요.

듀나 랩터가 너무 영리해진 것 같지 않아요?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원래부터 랩터를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이번엔 좀 심했어요. 영장류보다 똑똑한 공룡이라니요.

하긴 영화를 보면 정말 영장류보다 똑똑해요. 사람들이 알 두 개를 훔쳤다고 목숨걸고 쫓아오는 랩터 일행의 모습을 보세요.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무엇이 필수적인가요? 일단 그 많은 알들 중 없어진 것이 있다는 걸 알아차릴 정도의 수학 실력이 필수적입니다! 게다가 '저 인간들이 알을 상자에 넣어 가져 갔어. 알이 부서지기 전에 빨리 찾아오자!' 정도 수준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고요. 인간들이 알을 그냥 가져가기만 했다는 걸 알아차릴 정도라면 엄청난 추리력도 필수지요. 모두 웬만한 고릴라 뺨치는 수준이에요.

파프리카 영리해져서 더 무서워지기도 했잖아요. 이제 랩터들은 정말 생각을 하는 악당들처럼 보여요.

듀나 그래도 랩터의 비중은 앞의 두 영화보다 작은 걸요. 전 랩터에게 이처럼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했다고 해서 특별히 더 얻은 건 없다고 봐요. 알을 둘러싼 막판 대결 역시 믿겨지지 않아요. 여기서 랩터는 거의 의인화된 것처럼 보인답니다.

파프리카 그보다 더 믿을 수 없었던 건 그랜트 박사의 사고 방식이 아니었나요? 그랜트 박사는 화석을 통한 연구야 말로 진정한 과학이고 [쥬라기 공원]의 공룡들은 유전공학으로 창조된 괴물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버젓하게 앞에 존재하는 공룡들을 내버려 두고 화석을 통해 간접적으로 생태를 유추하는 건 도대체 무슨 낭비냔 말이에요. 아무리 쥬라기 공원의 공룡들이 진짜 공룡과 다른 존재라고 해도 화석보다는 훨씬 가치있는 연구대상일텐데요.

듀나 아까도 말했지만 이 영화의 과학과 논리는 약합니다. 남은 건 액션뿐이에요.

파프리카 전 액션은 볼만했어요. 꽤 서스펜스 넘치고, 깜짝깜짝 놀랄만한 구석도 많았고요. 특히 프테라노돈은 액션에 새로운 차원을 부여했지요. 2차원이 3차원으로 바뀌었잖아요.

듀나 프테라노돈이 등장할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는 기분이었어요.

파프리카 정말 그런 구석이 있죠?

듀나 새로운 구경거리는 많아졌지만 액션이 나아진 건 아니에요. 결국 조 존스턴의 한계라고 할까요? 2편은 일하기 싫어하는 천재 테크니션이 이를 갈며 만든 듯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영화였지만 3편은 그냥 기존 재료로 공장생산된 평범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스필버그 특유의 화려한 수사학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다들 전편에서 이미 본 듯한 느낌이에요.

파프리카 그래도 특수 효과는 훨씬 나아졌잖아요. 당연한 말이지만 이 영화의 특수 효과는 시리즈 중 최고입니다. 애니매트로닉스 로봇이나 컴퓨터 그래픽이나 유려하기 짝이 없어요. 전에는 조금 거칠게 느껴졌던 운동감도 자연스럽게 극복되었고요.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워서 전편에서 느낄 수 있었던 놀라움의 느낌이 사라질 지경입니다.

듀나 계속 투덜거리기만 했지만 [쥬라기 공원 3]이 그렇게까지 나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결말이 약하고 스토리가 뻔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지루하다는 생각 없이 재미있게 봤는 걸요. 빈약한 과학이나 줄거리야 다른 할리우드 영화에도 흔하죠. 사실 전 2편도 그렇게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단지 1편에서 처음으로 브라키오사우르스를 보았을 때 느꼈던 그 엄청난 감동을 2, 3편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자꾸 비교대상이 되는 거죠. (01/07/11)

D&P

기타등등

1. 스필버그에겐 4편의 아이디어도 있다는군요. 과연 영화화되기는 할지 모르겠지만요.

2. 로라 던은 거의 카메오 수준입니다. 불쌍해요. 어쩌자고 커리어가 그처럼 쭈그러 들었는지. 좋은 배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