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히 스포일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프로즌 스토리 언급이 있습니다.


# 01.

명절에 집에 내려가서 남는 짜투리 시간에 심심해하다가 프로즌 더빙판을 보았습니다.

네 번째 관람이었고, 가족들은 두 번째 관람인 줄로만 알죠.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혼자 보려 가려다 뭐든 저랑 같이 하는 걸 좋아하시는 엄마에게 슬쩍 여쭤봤죠.


"엄마. 엄마는 만화 영화 싫어? 공주 나오고 마법쏘고 그런건데."

"싫지. 유치해 내 나이가 몇갠데"


그렇습니다. 저희 엄마는 낼 모레면 곧 60이시고 엄마의 취향을 고려할 때 딱히 좋아하실리 없다는걸 알았죠.

하지만 내일 아침 조조영화를 보러 간다고 가족들에게 통보하자

무조건 같이 가겠다고 하십니다... 게다가 광고효과로 프로즌을 알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엄마 표도 같이 예매.


그리고 트위터를 좀 보고 있는데 아빠랑 같이 관람한 어떤 분이 아빠가 왜 왕과 왕비는 처음만 나오고 안 나오냐,

쟤들은 부모가 어디갔냐고 했다는 그런 비슷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더빙판인데 에이 설마했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저희 엄마께도

"엄마, 이따가 영화 시작하면 초반에 왕과 왕비가 죽어. 진행이 빨라서 혹시 놓칠까봐.."

"오 그래? 알았어"


3D 더빙판으로 보았는데, 명절 연휴이고 동네 근처 영화관이라 그 상영관 전체에서 엄마와 자녀 나이로는

정말 저희 엄마와 제 나이가 가장 많았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검표하시는 직원도 제 티켓이 더빙판이 맞는지 두어번 더 살피는 느낌이었어요ㅎㅎ

어쨌든~ 엄마는 생각보다 재밌게 보신거 같았는데, 대신 다른 관객이나 저하고 열광하는 포인트가 전혀 다르시더군요.

안타깝다 짠하다는 귀엽다는 생각도 별로 안하신거 같고, 올라프의 개그에도 웃지 않으셨고,

그저 3D 효과와 아름다운 그래픽이 주는 시각적 효과에서 오는 즐거움인거 같았습니다.

(아니면 제 생각해서 재밌었다 하시는건지도... 아니면 그저 저랑 같이 봐서 재밌으셨는지도 모르죠)

뭐 어찌됐든 즐겁게 보셨다니 다행이긴 했는데,

상영관 나오자마자 이렇게 물으시는 겁니다.


"근데 왕과 왕비는 죽는다더니 왜 안 죽어? 왜 처음만 나오고 말아?"


아... 엄마;



# 02.

더빙판 얘기를 좀 해보자면, 더빙은 꽤 고퀄리티긴 하더군요. 특히 안나 역의 성우는 꽤 잘 살린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더빙판이 익숙치 않던 전 영화 시작할 때 '겨울 왕국'이라고 읽어주고 '3년 후'라고 읽어주는데 당황스러웠습니다.

상영관 사운드의 차이인지 원래 그러는지 더빙판의 성우들이 노래할때 울림(성량 비슷하달까요?)이 너무 덜하더군요.

그래서 체감하는 감동이 너무 약해져서 아쉬웠습니다. 심지어 그 유명한 렛잇고마저도요.

목소리가 달라서 올라프의 매력이 급감한게 유감이었고, 엘사도 좀 아쉽긴 했어요.

더구나 왜 여름이 되면 녹을거라고 올라프에게 일찌감치 스포일러를 던지는지... 그리고 나서 말을 해야하네 마네 하는 이유가 납득이 안되는군요.


자막도 더빙도 각각 원래 대사를 그대로 안살리고 고친 부분들이 사실 꽤 많아요.

생략하거나 완전 반대로 고치기도 하고요. 혹은 뉘앙스를 바꾸기도 하는데

가끔 그래서 더 재밌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정말 맥 빠지는 내용도 많습니다.

어떤게 가장 나은지 비교분석하게 되더군요. 좋았던 것들만 쏙쏙 빼서 모아놓고 싶은데

아무래도 영어 원작이다보니 어떻게 해도 원작 그대로가 가장 낫겠죠. 하지만 똑같이 알아들어도 영어로 알아듣는거랑 한글로 써놓고 알아듣는거랑

받아들이는게 확실히 다른 건 역시 제가 한국어가 모국어인탓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봅니다...ㅎㅎ

뭐가 더 좋았는지 꼭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상영 여건이나 개인적인 취향도 반영은 됐겠지만, 저는 자막판을 택하고 싶네요.



# 03.

모든 덕질이 결코 한 달을 넘기지 않는 저로선, 이제 프로즌 열광이 피크치를 찍고 서서히 꺾이기 시작하려는 조짐이 보입니다.

그래서 이 열정?이 녹아 없어지기 전에 상품을 좀 질러서 기념해야겠다 해서 찍은 게 머그컵과 아트북이었는데 둘 다 품절.

아트북은 그래도 다음주면 받을 수 있어서 지를까 말까 고민중이고.

인피니티 피규어도 탐냈었는데 품절인데다가 퀄리티 문제로 그냥 관두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듀게에도 대체 이 팬덤의 원인이 뭘까 그렇게 만든 이 영화의 매력이 뭘까 질문을 한 적이 있었고 댓글과 듀나님의 리뷰로 사실 어느 정도 답은 얻었죠.

네번째 보니 스토리상 단점 등등 뭔가 아쉬운 것들이 꽤 잘 보이던데 그럼에도 "으 좋다"는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다른 사람 아니고 "제가" 프로즌에 열광하는 이유를 콕 찝어 말하라고 하면 말할 수 있으면서도 그래도 아직도 스스로 납득이 좀 안가긴 해요.

정말 너무도 미스테리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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