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사실 수산물의 계절입니다. 여름이 되면 독소를 품는 조개류를 맘껏 먹을 수 있고.. 대다수의 횟거리도 좋지요.

겨울의 왕인 굴도 굴이지만.. 다른 조개류도 행복하다 싶을 정도로 맛이 좋습니다.


때가되면 좋은 가격으로 이런 물건이 들어왔다 문자를 보내주는 업체가 있습니다. 어제도 문자를 받고 가리비와 피조개

장어와 멍게를 1킬로그램 씩 시켰더랬죠.


선도가 좋아 회로 먹어도 탈이 없다길래.. 오늘 택배로 받자마자 피조개를 까서 초장 발라 꿀꺽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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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이정도 사이즈인 피조개, 피꼬막이라고도 하는 것 같더군요. 탈날까 염려되어 데쳐먹기도 하지만

선도가 좋으면 회로 먹는게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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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껍질까기는 어렵지 않습니다만.. 뻘흙이 묻어 있으니.. 수돗물에 일단 깨끗이 씻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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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보면 참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입니다. 피만봐도 기절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그런 분은 절대로

먹는다 생각도 못할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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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장을 찍어 입에 넣습니다. 양이 적지 않아 입안을 꽉 채우는 군요. 무라카미 류는 그의 저서인

"달콤한 악마가 내안으로 들어왔다.."(맞나요??)에서 마치 갓난아이의 혀가 목젖을 애무하는 듯한

맛이라는 다소 변태적일수도 있는 표현을 쓴바 있습니다.


입안을 꽉채우는 피조개의 맛은 마치.. 입안을 꽉채우는 비릿한 키스의 맛과도 같네요. 깨물면

바다의 냄새가 납니다. 짭쪼름한 맛은 마치 한대 얻어맞아 입안이 터졌을때 느꼈던 피의 맛과도

같고 씹으면 씹을수록 달콤하게 올라오는 조갯살의 감미로움은 원시의 기억을 일깨우는 것도

같습니다.


선사시대 유적지에는 꼭 패총이 발견된다고 하죠. 어떤 용감한 원시인이 처음 조개를 먹을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먹고 남긴 양이 어마어마하게 남아 오늘날까지 내려오듯이.. 한번도 안먹은

사람은 있어도 조개를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중에 하나였음이 분명합니다.


제철을 맞은 음식은 모두 맛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 먹은 피조개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의 뒤에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되어온 가장 원초적인 맛의 기억을 일깨워주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원초적 본능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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