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치료 유감

2014.02.19 16:23

여름숲 조회 수:2840

1.

전 선천적으로 치아가 부실합니다.

치열은 쪽~~ 고르고 잘난 편인데..

유치를 어금니까지 무려 초등 3학년때 모두 갈아치우고, 사랑할 무렵에 난다하는 사랑니를 중3때 해치워버렸습니다.. 물론 네개 모두 스물넘어 계속되는 염증으로 발치해버렸지만...

 

엄마가 워낙 치아가 안좋으셔서 처녀시절 이미 영구치를 발치하고 치아를 해 넣어야 할 정도였기에 제 구강상태를 엄청 신경쓰시긴 했지만.. 뭐 그리 태어난걸 어쩌겠어요.

딱히 단거를 좋아하지도 않고 나름 닦는다고 열심히 닦았지만.

3학년때 모두 갈아치우고 새로난 영구치는 6학년 졸업 후 대대적인 아말감 충전을 해야 했고

대학 졸업 후 내손으로 돈을 벌게 된 때에는..

무려 13개의 금인레이를...적금털고 회사에서 대출까지 받아가며 대수선을 했지요..

이후 시시때때로 받은 상여금을 털어가며 인레이,크라운, 인레이, 크라운을 반복하는 삶....경차 한대값 정도는 입안에 들었죠..

 

2.

여튼 제 이는 부실합니다.

그래서 나름 신경을 쓰며 살고 있는데 급기야 작년 여름 휴가가기 직전 잇몸이 퉁퉁 붓고 흔들리는 느낌에 염증까지...

나름 외쿡 나가야 하는데 큰일이다 싶어 회사근처 프랜차이즈 치과를 찾아갔습니다.

저렴하다고, 합리적인 가격을 받는다고 엄청난 광고를 하며 치과협회와 불화를 겪는 그 프랜차이즈 치과 맞습니다.

가서는 상담을 하는 전문인력(요새는 코디네이터라고 하지요?)을 먼저 만나서 저와 꽤 긴시간 사전 문진 및 상담을 진행했지요. 

그리고 칸칸이 구획된 진료실에 안내되어 한참을 기다렸을까? 그 코디네이터가 아닌 다른 치위생사가 들어와 파노라마를 찍으라고 해서 일단 찍고, 진료실에서 또 한참의 시간이 흐른뒤 그 진료실에 배당된 치과의사샘이 오셨는데

엑스레이를 한번 들여다 보고 제 입안을 한번 보고..

샘 : 음.. 임플란트 하셔야 해요..

숲 : (헉 저는 아직 30대란 말이예요!!! ) 다른 방법은 없나요 선생님??

샘 : 여기 치조골이 녹았어요.. 그거외엔 방법 없어요..쌩~~~~

 

나가버렸어요.. ㅜㅜㅜㅜㅜㅜ 병원에 있었던 시간에 대비해 의사샘과 얘기한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던거 같아요. 이후 스케일링도 위생사가 했고..

 

그리곤 다시 코디네이터와 얘기했어요.

매뉴얼을 보고 외운듯 한 국산은 얼마, 외산은 얼마, 뼈를 심어야 할 경우 얼마 별도이고 죽~~ 알려주고

다른데 가도 마찬가지일거다.. 치과치료는 일단 진단이 나오면 빨리 해야 한다.. 더 있을수록 뼈가 더 녹아서 임플란트 심을 때 더 힘들고 돈 많이 들고 시간도 더 걸리고..블라블라..

당장 이틀 후 출국이니 염증약을 처방해 달라고 하고 일단 병원을 빠져나왔어요.

그리곤 우여곡절 끝에 휴가 다녀오고 이차저차 바쁘기도 하고.. 돈도 없고.별로 안아프기도 했고...(아~~~모조리 핑계에 불과해요.. 치과가 무서웠어요.)

 

 

3.

그런데 요새 좀 무리를 하면 잇몸이 부어오릅니다..

가끔 흔들리는 느낌도 납니다.

화, 목.. 운동을 좀 격하게 하는데 수, 금요일이면 잇몸이 더 부어오르네요.

결정적으로 지난 주말 선배들과 밤샘 파티를 하는데 저만 혼자 술도 못마시고 물컵 들고 건배를 하는 굴욕을 겪고...

오늘 더는 못견디고 회사 건물의 치과를 갔어요.

자그마한 진료실에 과한 인테리어 없이 연세드신 노신사같은 샘이 혼자 운영하시는 병원이네요.

위생사 2명 카운터 직원1명..

먼저 어디가 문제냐고 이것저것 상태를 물어보고, 직접 보시고 엑스레이 찍자고 파노라마도 의사샘이 찍으시고 엑스레이 보며.. 일단 신경치료를 해보자고..

힘을 많이 받는 치아이기 때문에 발치하면 손해가 크다고 

믿음이 가서 일단 다음 주로 신경치료 날짜 잡고 왔습니다.

 

4.

광고에 나오는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프랜차이즈 병원은

그 합리적인 가격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의사샘 동선을 만들어놓은거 같아요..

샘이 꼭 하지 않아도 될 동작은 모조리 더 적은 급여를 주어도 되는 스텝들에게 모조리 분산해서 수행하도록 하고

의사샘은 정말로 딱 자기 할말만 딱! 그것만 하고 환자의 말은 더 들어보지도 않고 휭~~ 나가버리는 시스템..

물론 시간이 돈이겠죠..비싼?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네 보통사람에게 병원이라는게 그렇잖아요..

정말 훌륭한 의술로 치료해서 낫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처음 갔을때 모르는 내용에 대한 설명과 향후 치료과정에 대한 안내

그리고 저의 질병에 대한 공감과 심리적 안정감, 신뢰를 주면 절반은 낫는 기분이잖아요.

 

작년 여름 어떤병원에서는 내 상태를 어마무시하게 안좋게, 이걸 안하면 큰일날거 처럼 얘기해도 안가던 그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을 자발적으로 가게 만드는 시스템..

어느누구는 합리적으로 짜놓은 시스템이라고 하겠지만 꼭 그것만이 고객(환자)을 병원으로 이끄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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