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개월전 헤어졌던 엑스에게 아침에 전화가 왔습니다.


헤어지게 된 것은 제가 고시생이라 경제적으로나 생활이 여유가 없었고(지금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순위는 그녀라고 생각하고 행동했어요. 그래도

여자친구는 그런 것에 민감한 편이였어요. 좋은 회사 다니고 나름 엘리트에다가,

또 정해진 시기나 시선에 구속을 많이 받는 편이였죠.

여자친구는 "네가 안정될때까지 기다릴 만큼 널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이유로 헤어지자고 했어요.

만났던 것도 제가 그 사람 취향이 전혀 아닌데도 따라다니고 순수한 마음으로 점수를 땄던 것이였어요.

제가 키도 작고, 못생겼거든요. 개성은 있어서 마니악한 애들이 멋있다고 해주긴 하지만

아이돌이나 배우를 좋아하는 엑스에게는 영 아니였나봐요.

(외모 탓으로 헤어진 것을 돌리는 게 아니에요. 가치관의 차이죠.)

자는 시간 아껴가면서라도 계속 보고싶다고 해서 억지로 계속 이어간 관계였지만

마지막에는 울면서 말하는거 보고 "내 이기심 때문에 얘가 많이 힘들구나" 라고 생각하고 보내줬어요.


그리고 나서 저는 많이 힘들었지만, 연락을 아예 하지 않았어요.

주변 지인들이 겹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하고도 잘 못보겠더라구요.

하루도 생각을 안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전화를 두번 받았어요. 한번은 그동안 고맙다고.

오늘은 우울해하지 말고 행복하라고.

제가 우울증이 있는데 그친구하고 만날때는 그걸 숨기려고 노력했어요.

한번도 우울하다 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알긴 했겠죠.

그렇게 전화를 하더니 제 시험 끝나고 밥을 사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나를 다시 만날 생각은 없느냐"하고 물어봤더니, 없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너랑 나는 모르는 사이가 되는 것이 좋을것 같다"라고 말을 했어요 제가.

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가 되는 것이 힘들었거든요.

그랬더니 그러냐... 하길래 저도 모르게

"우리가 시간이 지나면 조금 달라질테고 내가 많이 노력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된다면,

그때 내가 대쉬한다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냐" 라는 말에는 애매한 답이 돌아왔네요.

그더러니 그러면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일하게 됬을때 그때 밥을 사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서 아픈마음으로 농담이나 근황을 묻다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 친구는 저랑 친구가 되고 싶거나 주변 지인들때문에 어쩌다 만날 때

불편하지 않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또 전공이나 커리어상 업무로 만날수도 있거든요.

친구들은 저 사람이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었고.

저도 어느정도는 이해 합니다. 


이 친구는 저한테 왜 전화를 한 것이며. 저는 왜 받았으며. 왜 저렇게 매달렸는지.

제가 그저 다른사람을 좋아하기 힘든 지금 상황에서 외로워서 예전 추억만 의지하는것인지.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저도 저를 잘 모르겠네요.


하루종일 기분이 뒤숭숭한데 말할 곳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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