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너지고 있어요.

2014.04.10 21:43

이레와율 조회 수:5079

마음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일에도 비할 수 없이, 비할 수도 없이 와르르 그냥 무너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얼떨떨해서 울 수도 없었고 무섭고 겁나서 제 3자한테는 말하고 나면 현실이 될까봐 내 입으로 말하기도 싫었는데.

어쩔 수 없이 직장에는 말해야하는 때가 오더라구요.


어머니 암이 재발했어요.

혈액암 4기 골수 이식까지 하고 퇴원했는데 한달도 안되어 재발했고

턱과 폐 코까지 전부 전이되었고 항암 치료를 했는데 항암제가 듣지 않는다고 담당의가 어떻게 할지 보호자한테 결정을 하라고 한 상태라고.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내 나이에 세상 가운데 혼자 있는 것처럼 이렇게 떨리고 무서운데

이 이야기를 사무실에서 하고 앞으로 양해를 구할 일, 양해를 구하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쏟아져서 감당이 안 되는 겁니다.


오늘은 수간호사쌤이 다시 불러서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합니다.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언니가 늘 옆에서 있고 저는 출근 전에 있다가 와요.

그래도 웃을 일은 웃고 배고프고 밥 먹고 그럽니다.


친구들은 더 만나고 위로 받고 그러기가 힘들어요. 

웃고 있다가도 위로해달라고 하고 싶고 위로 받다가도 다른 얘기하자고 투정 부리고 싶고

병원에서 집으로, 직장으로 가는 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생각이 몰려왔다가

몰려 왔다가...

엄마한테 잘못했던 일이 생각나고 또 납니다.




글도 잘 쓰지 않고 읽기만 하던 제가 이렇게 호소할 곳이 필요했나봅니다.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핸들을 돌리면 되겠구나 

내가 앓을 병을 엄마가 아프구나 생각합니다. 저는 세 딸 중에서도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딸입니다.

작은 식성부터 취향까지,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거.

성격, 말투, 체구, 전부.

그래서 엄마가 두번째 항암 치료 포기하고 싶어할 때도 더 많이 매달리고 많이 울었어요.


저는 아직 아무 준비도 되지 않았습니다.

준비하지 않을거구요.

상상도 하지 않을겁니다.

무서워요.

계속 무섭겠지요.


앞으로 아주 많이 무서워도 괜찮아요. 그래도 바들바들 떨어도 되고 많이 울어도 되니까 강한 엄마가... 내 옆에 있어줄겁니다.

이거 말고는 다른 거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아요.

무너지는 내 마음을 잡는 건 이거 말고는 없습니다.





어릴 때 벌에 쏘였던 적이 있어요.

벌떼가 어린 저를 확 덮쳤는데 엄마가 저를 두고 가셨지 뭡니까. 그걸 두고 저는 두고 두고 엄마를 놀렸어요.

엄마 너무한다고, 드라마나 영화 같은데서 보면 엄마들이 막 몸으로 덮어주고 그러던데 엄마는 어떻게 날 두고 갈 수 있냐고.


엄마가 머쓱하신지 나도 벌에 쏘였었다! 라고 나중에 변명했는데 변명이라고 또 제가 막 뭐라 그랬죠.



20살 이후 떨어져 살면서

가끔 엄마집에서 자는데 엄마가 자는 제 튼실한 다리통을 만지면서 "쯔쯔, 어찌 이렇게 말랐냐." 해서 온 가족이 비웃었어요.

하체 비만, 파워 비만이거든요, 제가.



엄마 1차 항암 받으실 때

나를 보고 남자 간호사 쌤이,

엄마 이름 대면서..... "*** 환자분이 환자복 안 입고 사복 입으신 줄 알았다" 고 완전 너무 똑같이 생기셨다고-_- 하셔서

엄마가 나는 얘처럼 못났지 않았다, 고.

씁쓸하게 웃고 그랬어요.













멀리 도망 가고 싶어요.

아무 것도 모른 척하고 빨리 나 혼자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하고 싶어요.

뭘해도 어떤 일을 해도 가슴 한 켠이 바들바들 떨리고 그래도 내가 이렇게 있다는 생각이 싫어서 이런 게 마음이 무너지는 건가 싶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잠을 깨요.

1년 전에 처음 암을 알았을 때 많이 힘들고 울었다가 다 괜찮아졌다고 우리 잘 이겨냈다고 생각했던 게 무너져서

지금

누군가 나타나

절대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그런 일은 없다고

아직 뺏아가지 않는다고 잘 이겨나가보자고

힘내라고 

울지말라고

해주길..

그런가봐요.






맥락 없는 글 혹시 이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마음 속에 간절함이 있다면

나눠줄 신이 있다면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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