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 나약함에 대하여 (스포 있음)

2014.04.19 07:52

bete 조회 수:2584

오늘 저녁 한공주를 봤어요.
성폭행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영화이지만
주인공 주변 사람들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네요.

보통 사람들의 '나약함'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어느 누구도
한공주를 지켜줄 만큼
용기가 있지 않았죠.
다들 그들이 감당할 만큼만
한공주에게 호의를 베풀었어요.

가장 나약한 건
한공주의 부모죠.
어머니는 재혼 가족에
문제를 일으킬까 자기 딸을
냉대합니다.
아버지는 이미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아마도
피해자 부모의 합의금에 홀려서
탄원서에 자기 딸의
서명을 받아내죠.
그러면서 힘 없고 백 없다고
술주정이나 합니다.
제일 나약한 인간들이죠.

선생님 어머니는
속물이긴 하나 자기 주관이
있는 사람이죠.
한공주와 친해지고 집에서
계속 살아도 좋다고 했지만
나중에 사실을 안 후에는
동정은 했으나 한공주가
제 발로 집을 나설 때
잡지는 않습니다.
딱 그만큼만의 호의만
준 거고 그 이상은 못 버틴 겁니다.

전학 온 학교의 친구는
한공주를 사람 그 자체로
좋아해 주는 착하고 밝은 사람으로
나옵니다. 성폭행 사실이
다 알려진 후에도
한공주에게 돌아오라고
간절한 문자도 보내줍니다.
하지만 아마도 인터넷에 떠돌던
성폭행 동영상을 보고는
한공주의 마지막 연락을
무시해 버리고 말죠.
그도 당위적으로는
한공주를 보듬어줘야 하나
결국 나약함을 보이며
도망가 버린 거에요.

그리고 한공주는 죽습니다......

한공주가 잘못한 게 없다는 건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귀찮아서, 손해를 볼까봐, 골치 아플까봐,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시간 뺏길까봐 등 등
여러가지 이유로 진실에 눈 감고
나약하게 사건을 덮어버리려고만 햤어요.

그리고 그 나약함은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저 자신도 반성합니다.
제가 영화 속 상황을 당한다고 해도
끝까지 한공주를 지켜줄 용기는
없을 것 같아요.

저도 몇년간 회사에 찌들어서인지
점점 현실에 순응하는
나약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어 버렸네요.
정신차려야겠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88
126106 [티빙바낭] 궁서체로 진지한 가정폭력 복수극, '비질란테' 잡담입니다 new 로이배티 2024.04.30 6
126105 IVE 해야 MV new 상수 2024.04.29 41
126104 오늘 영수회담 영상 캡쳐... new 상수 2024.04.29 112
126103 에피소드 #87 [1] new Lunagazer 2024.04.29 21
126102 프레임드 #780 [1] new Lunagazer 2024.04.29 28
126101 비가 일주일 내내 내리고 집콕하고 싶어요. [2] new 산호초2010 2024.04.29 126
126100 고인이 된 두 사람 사진 new daviddain 2024.04.29 115
126099 구글에 리그앙 쳐 보면 update daviddain 2024.04.29 69
126098 의외의 돌발변수가 출현한 어도어 경영권 전개... 상수 2024.04.29 343
126097 눈 체조 [2] update catgotmy 2024.04.29 88
126096 [핵바낭] 또 그냥 일상 잡담입니다 [10] update 로이배티 2024.04.29 315
126095 글로벌(?)한 저녁 그리고 한화 이글스 daviddain 2024.04.28 145
126094 프레임드 #779 [4] update Lunagazer 2024.04.28 44
126093 [애플티비] 무난하게 잘 만든 축구 드라마 ‘테드 래소’ [9] update 쏘맥 2024.04.28 220
126092 마이클 잭슨 Scream (2017) [3] catgotmy 2024.04.28 151
126091 [영화바낭] 영국산 필리핀 인종차별 호러, '레이징 그레이스'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4.28 191
126090 시티헌터 소감<유스포>+오늘자 눈물퀸 소감<유스포> [5] 라인하르트012 2024.04.27 332
126089 프레임드 #778 [4] Lunagazer 2024.04.27 54
126088 [넷플릭스바낭] '나이브'의 극한을 보여드립니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7 274
126087 민희진의 MBTI catgotmy 2024.04.27 38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