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장기하 포스팅을 보니 또다시 달빛요정 만루홈런이 생각나네요. 이미 그에 대한 댓글들도 몇 개 있더라구요.

전 장기하의 노래도 좋아하지만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노래는 사랑했습니다.

윤종신 이별 노래의 청승은 절절하긴 하지만 이별이란 게 한 때나마 사랑했던 아름다운 시절이 있기에 가능한 거지만

달빛요정 노래의 청승은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행복(큰 것도 아니에요.. 고기 반찬 정도?혹은 월급 100만원?)을 원하던 것이었기에 더욱더 절절했죠. 

 

장기하의 '패자의 정서라기 보다는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불분명한 불확실함과 불안과 허무의 정서'라고 한 발언을 보고 저 역시도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가 적어도 루져 정서를 패션처럼 생각하는 거짓말쟁이는 아니라는 믿음도 생겼구요.

똑똑한 겁니다. 그리고 뮤지션으로서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이미 터득한 자세일 수도 있어요. 그가 아무리 루져이고 싶어도 그를 그렇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한국이란 땅에서 서울대 다니는 남자.. 그것도 키크고 잘생긴(비록 군대가기 전엔 살집이 좀 있었지만) 남자가 스스로를 루져라고 하면 아마 그 얘길 들은 사람들은 짜증냈을 거에요.
그는 패자의 정서를 노래하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패자면 어때.. 라는 여유있는 자세죠. 그 여유있는 자세에서 유머가 나오는 거고 해학이 나오는 거구요. 그리고 그것은 그의 외모, 학벌, 배경(?)으로 여과되고 또한 독특한 퍼포먼스와 독특한(하지만 새롭지는 않은)음악으로 대중들이 씹어삼키기 좋게 소비되는 것입니다.

반면 달빛요정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패자의 정서죠. 그는 이미 자신을 루져로 낙인찍었습니다. 그리고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기도 하구요.

자신이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노래하고.. 고기반찬 먹고 싶다고 노래하고.. 보잘것 없는 현실의 쪽팔림을 노래하고.. 그리고 그것은 자연인 이진원의 외모와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맛나게 씹어삼키며 소비시키기 좀 불편할 수 밖에 없게 되죠. 그가 아무리 임성훈, 이다도시, 박찬호 20승, 월드컵 코리아.. 등을 외쳐도 그건 해학이 아니라 절규처럼 들리는 거에요.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게 사람들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현실이..

아마 현실에서도 비슷할 거에요.

루져가 안 될 수도 있는 사람이 루져 비슷한 길을 걸으며 '난 그냥 별일 없이 살래.싸구려 커피나 마시면서..'라고 얘기하면 주위 사람들은 그의 자유 정신을 높게 살 겁니다.

하지만 루져의 숙명인 사람이 루져의 길을 걸으며 '깨달은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거..'라고 얘기하면 주위 사람들은 그의 청승에 겉으로는 티 안내도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힘든 얘기 듣는 거 싫어하죠.

 

심지어 그의 요절은 그의 노래를 더욱 처절하게 들리게 하죠.
하지만 달빛요정의 생애는 영화로 만들어도 저예산 독립영화 밖에 안 될 거에요.
그는 못 생겼고 뚱뚱하고 심지어! 전성기도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음악은 영원히 힘든 청춘을 보내는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릴 것입니다.
다만 이미 성공한 청춘.. 혹은 성공이고 뭐고 별일없이 살고 싶어하는 청춘.. 이 아닌
어떻게 해도 희망이 안 보이는.. 위너가 되고 싶지만 루져의 숙명인 청춘들에게 말이죠.

늦었지만..

고 이진원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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