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Her)를 뒤늦게 보았습니다. 


SF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소제가 흥미가 있었고 영화적 재미도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영화속의 근미래(아마도)의 모습이 뭔가 설득력이 많이 부족했던거 같습니다. 


주인공 직업은 연애편지 대필작가이고 이 주인공의 직업이 영화의 주 내용과 잘 어울리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탄생해서 인공지능이 생각도 하고 글도 쓰고 학습도 할 수 있게 된다면 주인공은 당장 자신의 직장을 인공지능에게 뺏기는걸 걱정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주인공이 일하는 직장은 LA에 있다는 설정인데 그런 비싼곳에 쾌적한 오피스 환경을 제공하면서 까지 '사람'에게 그런 일을 시키고 비싼 월급을 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샹하이에 찍은 회색빛 도시 풍광은 영화랑 제법 잘 어울리긴 했지만 도시에는 쓸데 없이 많은 오피스 칼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쁜 척 돌아다닙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지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컴퓨터의 활용이 커질수록 그 만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게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사람들이 연애편지를 쓸려고 대필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도 좀 이상합니다. 


현실이라면 대필로 카톡을 보내겠죠.  


썸타는 사람에게 '주말에 바쁘세요?'라고 보내고  계속 '1'이 남게 되는 정신적 데미지를 다름 사람이나 인공지능이 대신 감수하게 하는 서비스가 더 효율적입니다. 


'그녀가 내 카톡을 씹은건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 카톡대필 인공지능이 구리기 때문이야..' 라며 정신승리.. 잉?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연인 같은 서비스가 있다고 하면 분명 그 서비스는 한번에 결제 되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 요금처럼 월 정액제일겁니다.


이런 서비스를 만든 구글같은 거대 회사와 각 국가의 통신사들이 가격을 담합하고 단통법같은 이상한 법이 끼어들겠죠.


전화 통화 300분 + 데이타 10G + 인공지능 연인 서비스 A타입 하루 4시간 = 2년 약정에 월 150,000 정도 하겠죠.  


거기다 각종 서비스가 추가 될때마다 추가 요금이 붙겠죠. 


아마 가상의 연인과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할때 가상의 연인이..


'오빠는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라고 해서 사용자가 애타는 마음으로


'왜 화난건데? 응? 응?'


..이라고 물으면..


'고객님의 인공지능 연인 서비스의 월사용 시간이 소진되었습니다. 사만다가 왜 삐진건지 알고 싶으면 요금을 충전해 주세요. '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죠.


주인공은 핸드폰을 집어던지며.. '이런 빌어먹을 통신사 놈들~' 이라고 외치면서 비굴하게 요금 충전..ㅠㅅㅠ 


'아흑.. 사만다찡~'


암튼 전체적으로 영화가 너무 말랑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명은 자본논리에 철저하게 맞춰서 진행될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속의 주인공처럼 넓은 사무실과 집에서 한가롭게 지내면서 가상의 연인과 연애나 하고 있진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영화가 마음에 안들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철학적인 주제를 아름답게 만든 영화였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냥 현실은 이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냉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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