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도발에

2010.11.25 17:51

메피스토 조회 수:1441

* 네. 민간인과 군인이 죽었습니다.

 

 

* 국가가 해야할 일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우린 국가의 일원으로서 세금을 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죠.

 

 

* 몇몇블로그들도 그렇고, 처음엔 그저 과장된 표현이려니 했는데 왜 이런식의 얘기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쟁교육얘기도 그렇고, 심지어 전쟁을 해야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두 얘기가 같다는게 아닙니다.

 

어제 banktrust님이 급한 어조로 말씀하시긴했지만 전 대부분 공감을 하겠더군요. 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전쟁을 일으킬 만한 자들을 선출하지 않는겁니다. 원론적인 얘기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얘기이기도 합니다.

 

안보교육, 전쟁교육, 군사교육, 교련...이 모든건 그냥 군부독재시절의 잔재나 그림자 아닌가요. 분단상황이니 현실적으로 해야한다는 얘긴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전쟁이건 재해건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할 수 있는건 많지 않습니다.  민간인이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은 응급구조전문가나 의사를 기다리는 것이라는 얘기가 떠오르는군요.  

 

전쟁 얘기가 아니라, 일상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나 사건사고, 범죄에 얼마나 대비하시나요?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과 우리가 저런 사건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중 어떤게 더 클까요. 재미있는건, 전면전이 벌어졌을때 우리가 실제적으로 처하게 되는 대피나 응급구조요령은 이미 사람들이 일상에서 굉장히 익숙하게 접하고 있는 것이란겁니다. 범위가 겹쳐요. 초중고 할거없이 이미 교육하고 있죠.

 

그런데 연평도의 상황이후로 갑자기 전쟁교육, 군사교육 얘기가 나오더군요. 군사훈련은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럼 뭐가남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쟁은 국가가 일으키는 재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비례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하는'사람 입장에서, 무차별적인 대규모 살상무기인 핵이나 생화학무기들에 대한 대비책을 제외한 일반적인 의미의 대피나 생존률을 올리기 위해 남는건 결국 응급처치나 대피요령입니다. 근데 그건 일상재해예방이나 대피, 응급구조와 관련하여 우리가 이미 받고있는 것들입니다.

 

즉, 전쟁을 가정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재난'에 대비하는 요령이라는 점은 공통된다고 생각합니다.  잘하지도 못하고 딱히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지 않지만, 일단은 익숙한 것들이죠. 그럼 이것을 제외한 다른 것들에 뭐가 있을까요. 진돗개? NLL? 인터넷에서 군사, 정치 논쟁을 하기 위해선 알아야하는 개념일지도 모르지만 생존률을 높이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얼마나 있을까요. 차라리 전시 생존률을 높여주는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을 청취할 수 있는 기기 다루는 방법을 아는게 더 유용하죠. 요즘 MP3에 라디오 기능이 있긴 하지만.

 

뭘 아는게 쓸모가 없다는게 아닙니다. 생존이건 게시판 논쟁이건 목적이 무엇이건 뭔가를 아는건 좋습니다. 하지만 어설픈 교육은 상황만 더 악화시킬뿐이고, 국가가 못미덥기에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스스로 알아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교육을 받고 있겠죠. 전쟁교육이나 이와 유사한 다른 교육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어떤 의도로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식의 '전쟁'이라는 코드와 맞물린 교육은 결국 모든 국민들에게 '우리는 전시에 대비해야한다'라는 인상이나 심리를 심어주게됩니다. 좀 더 많이 오버하자면, 더 나아가 우린 '휴전'상황이기에 언젠가 전쟁을 해야한다는 인식을 은연중에라도 심어주는게 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우리나란 휴전 상태이고, 만약을 대비하는건 좋지만 정부의 외교적 역량으로 충분히 커버될 수 있는 것이 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연평도의 사건은 당하는 입장에서 급작스러울지 모릅니다. 그러나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건,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무력으로 도발하는 행위는 절대적인 의미에서 의도나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런 일련의 과정들과 그로 인해 일어난 결과는 결코 급작스러운 사건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그런 것들을 예측하고 분석하는게 우리가 세금을 내고 그걸 받아서 월급을 받아먹는 정부가 할 일입니다. 전 그런 교육들이 장기적으로 정부라는 작자들이 해야하는 의무를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도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듭니다. 

 

 

결정적으로, 학교에서 그런 과목을 교육시키긴 어려울겁니다. 국영수사과 배워야죠. 나머지는 모두 자율학습시간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31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85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008
126520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빔프로젝터와 스크린, 사운드바에 이어 UHD 블루레이플레이어까지 질렀네요. new ND 2024.06.21 31
126519 [웨이브바낭] 루마니아산 시골 범죄극, '몰도바의 해결사' 잡담입니다 new 로이배티 2024.06.21 26
126518 프레임드 #832 [2] new Lunagazer 2024.06.20 28
126517 노빠꾸 논란 new catgotmy 2024.06.20 126
126516 Kendrick Lamar - Not Like Us (Live @ The Pop Out: Ken & Friends) new daviddain 2024.06.20 32
126515 Love is an open door 스웨덴어 catgotmy 2024.06.20 40
126514 H1-KEY 신곡 뜨거워지자 MV [1] update 상수 2024.06.20 61
126513 듀게의 사춘기 자녀 부모님들에게 -인사이드아웃 2 관람 강추(스포) [2] update 애니하우 2024.06.20 136
126512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4.06.20 28
126511 혹시 지금 날씨가 유럽 같나요? [2] 수영 2024.06.19 308
126510 [핵바낭] 유튜브 알고리즘을 찬양합니다! [4] 로이배티 2024.06.19 284
126509 프레임드 #831 [4] update Lunagazer 2024.06.19 50
126508 Love is an open door 덴마크어 catgotmy 2024.06.19 54
126507 [뻘생각] 배달음식의 곁들이와 소스 [9] 쏘맥 2024.06.19 192
126506 [활자 잔혹극] 개정판의 사연 [15] thoma 2024.06.19 305
126505 스마일2 예고편 나왔군요 [4] 폴라포 2024.06.19 139
126504 뉴진스의 Right Now 뮤직비디오를 보고 Sonny 2024.06.19 245
126503 Anthea Sylbert 1939 - 2024 R.I.P. 조성용 2024.06.19 64
126502 Lestat/Korn - system daviddain 2024.06.19 28
126501 모르텐 하르케 인터뷰 [3] catgotmy 2024.06.19 7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