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교수님께

2015.10.12 19:51

Kaffesaurus 조회 수:1613

가을 햇살은 너무나 아릅답습니다. 시내 도서관 가장 좋은 의자에 앉아서, 바람을 막아주는 유리벽을 통해 받은 햇살은 저에게 적어도 주근깨 두개는 더 줄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어제 일요일, 정말 오래간만에 쉴 수 있었습니다. 거북이가 다시 병원에 들어갔거든요. 거북이는 선물이를 돌볼수 없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도 돌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제가 도서관에 가져간 책은 스토너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쉬고 싶을 때 읽었던 책을 가져갑니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그리고 어느 부분이 힘든지 아니 건너 뛸 수고 있죠. 기억하시죠 스토너? 제가 교수님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아는 순간 보내드린 책. 전 여전히 교수님이 그 책을 기차안에서 읽기 시작하셨고, 그 때문에 어떤 낯선이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그 메일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굉장이 아름답고 정교하게 쓰여진 책인데, 읽고 나서 사실 우울했다 라고 쓰신것도. 그 부분을 읽고 웃었어요. 아 이책은 feel good 책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리고 나서는 어떻게 교수님이 보통의, 별볼일 없는 경력에 사랑에도 별 운이 없던 남자의 이야기를 그렇게 경험하셨을 까? 생각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성공하신 교수님이! 그리고 나서 잠시 후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어떤 타인에 대해 이해를 가지고 계신 분인지 기억했습니다. 

제가 스토너를 읽었을 때, 저는 아 누군가 이 삶을 이해한다는 생각에 위안받았습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스토너가 42살 때, 앞으로봐도 무언가 일어나길 기대하는 일도 없고, 뒤를 돌아볼때 기억하고 싶은 것도 별로 없었다고. 참아내고 견디어 가야만 하는 인생. 제가 갑자기 어느날 이 모든 끔찍한 일들이 다 사라질건가요? 라고 물어봤을 떄, 교수님은 yes 라고 답을 보내셨죠. 교수님의 단호하지만 다정다감한 음성이 들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아침, 한국 친구로 부터, 별일 없이 잘 지내지? 란 메시지를 받고, 별일이야 많지 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하하 정답은 응 아무일 없이 잘 지내야' 라도 답 메시지를 다시 보내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친구는 묻지 않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 지 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별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저는 지금 인생에서 더 나은 곳에 있습니다. 계획하고 일어나길 바라는 일들이 있고, 웃음으로 가득한 날들, 따뜻한 날들을 소중히 선물 상자에 넣듯이 제 기억에 보관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도 견디어 내리라 믿습니다. 

제가 참아내는 것 이외에 할 것이 없었을 때 그곳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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