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인가 전에 게시판에 갑자기 생긴 비염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평생 어떤 질병이나 불편함 (팔 몇번 부러지고 감기 몇번 걸리는거 빼고요..)을 느낀적이 없이.

그런 몸 상태가 운이 좋은 줄도 모르고, '난 항상 괜찮을거야'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 왔는데요.


1-2년 전부터 갑자기 한시간에 몇번씩 발작적인 재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휴지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비염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비염이 생긴뒤로, 제 인생은 180도 까지는 아니지만 한 20도 정도는 변했던것 같아요. 


먼지가 많은 환경, 갑자기 온도가 바뀌게 되는 환경,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을 겁내고, 

주머니에는 여행용 휴지가.. 밤에는 막힌 코때문에 입을 쩍 벌리고 자게 되어서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물론 다른 건강상의 불편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에 비하면 이것도 배부른 소리라는 것을.. 지금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만..


하여튼 그때 글을 올리고, 어떤 분이 댓글로 써주신것 처럼 알러지 반응 검사를 통해 알러지의 항원을 찾아서, 

그 항원과 연관이 되는 근본적인 것을 주변에서 싹 다 치워버려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알러지샷!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일단 알러지 전문가에게 가서 무슨 알러지에 반응을 하는지 검사를 한 뒤에, 알러지 전문가가 문제 항원이 든 주사 용액을 조제하고

한달에 한번 혹은 몇번씩 몸에 주사를 해서 지나친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해주는 거라고 하더군요.

알러지에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굉장한 효과를 봤다는 증언들을 (인터넷으로) 접하게 되서.. 알러지 전문가에게 바로 연락을 했지만

제 보험 특성상 어떤 기관의 의사에게 가서 검사를 받고, 의사의 추전을 받아야 알러지 전문가를 접견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해야 될게 너무 많고 과정이 너무 복잡해 보여서, 그냥 잊어버리고 살다가..

비염으로 고통받던 어느날, 흘러 넘치는 콧물에 미쳐버릴것 같은 기분이 되어서, 아주 우발적으로 예약을 잡고 의사를 찾아갔어요.

 

의사분께 나는 이미 알러지로 인해서 고통받는게 너무 끔찍하고 지겨우니 빨리 알러지전문가에게 나를 보내달라-하고 말을 했는데

그 친절한 의사분께서 알러지 주사가 아주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비용이 좀 많이 들수도 있고 보험에서 전부다 커버해주지 않아서 좀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돈은 상관없으니 더이상 이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고 했구요.


그런데.. 제가 시도해왔던 시중에 팔고있는 항히스타민제를 훑어보던 의사분께서 

제가 복용하고 있던 항히스타민제 (알레그라, 클래라틴, 지르텍)는, 이름에서 말해주듯이 신체에 있는 히스타민 작용을 억눌러주는게 주된 목표인데

제가 시도하지 않았던 플로네이즈 (Flonase)와 몬테루카스트 (Montelukast)를 먼저 6주정도 복용하고 그 후에 주사를 맞는건 어떨까 권유해 주시더라구요


저는 비염에 질릴대로 질렸고, 약도 먹을만큼 먹었다고 생각해서 의사가 처방해주는 또 다른 약의 효과에 대해서 회의적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어요. 플로네이즈는 비강에 뿌리는 스테로이드성분이 들어간 스프레이이고, 몬테루카스트는 항히스타민 비슷하지만

성분과 작용이 다르다는 알약이었어요. 사실 플로네이즈는 광고도 많이하고 슈퍼에서 많이 팔아서.. 알고는 있었지만 스테로이드가 들어있어서

왠지 찝찝해서 선뜻 시도해볼 생각을 못했는데.. 몇번이나 스테로이드의 안전성에 의문을 품는 저에게, 의사선생님은 코에 뿌리는건 괜찮다고 거듭 안심을 시켜주셨죠.


그리고 그 두가지를 투약하기 시작한후 3일이 지나자마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투약 한 달쯤 되었는데.. 재채기나 콧물을 흘리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이 약효가 얼마나 갈지 무섭지만, 의사분께서 제가 다른 지역으로 가면 충분히 알러지가 없어질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뭐 약효가 없어지면, 그 다음으로 알러지 샷을 시도해보면 되겠지요.


사실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에는, 비염이 생기고 제가 한 대처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 

청소를 열심히 하고, 음식을 바꾸고, 시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를 다 먹어보고, 면역을 기르는데 좋다는 각종 영양제와 보충제를 사모으는데

정작 병에대해서 잘 알고있는 '의사'를 만날 생각을 하지 않은게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이었는지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요..


쓰고 나니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되었지만.. 혹시나 저처럼 스테로이드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어서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시도해보지 않으셨거나

알러지의 경우에는 의사를 만나보는게 소용이 없다라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냥 속는셈 치고 한번 시도해보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인터넷이나 일상생활에서 다수의 비전문가가 말해주는 경험담이나, 대중을 타겟으로 아주 제너럴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칼럼에서만 '나'에게 꼭 맞는 답을 찾기보다는..

다소 귀찮지만.. 직접 전문가를 만나서 상담을 하고 문제 해결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네요. 


어설픈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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