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9 11:55
사실 전혀 볼 생각이 없었는데.
놀러 온 처제가 넷플릭스 라이브러리 둘러보다 틀어 놓고 자 버리는 바람에 옆에 앉아 있다가 끝까지 봐 버렸습니다.
전반적으로 제 취향에 안 맞고 허술한 구석이 쉬지 않고 눈에 띄지만 그래도 일단 보기 시작하면 궁금증에 끝까지 보게 만드는 정도의 매력은 있는 영화더군요.
하지만 어쨌거나 제 취향엔 별로였어요. ㅋㅋㅋ
일단 원작을 읽지 않아 뭐라 하기 좀 애매하긴 하지만, 그 '헝거 게임'이라는 걸로 그 세계의 평화(내지는 캐피톨의 기득권)가 유지된다는 설정 자체가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그렇게 귀찮은 짓 하면서 반감 사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이미 잘 지배하고 있는 것 같던데 말입니다.
게임 스테이지 속에 터치와 드래그 몇 번으로 맹수 만들어 내보내고 걍 바르기만 하면 심각한 중상도 순식간에 치료해버리는 만능 크림 같은 것들도 있고. 그 외 각종 탈것이라든가 뭐 기타 등등 기술력과 군사력을 보면 그냥 힘으로 눌러 버려도 되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
오히려 이런 짓 하면 나머지 동네 사람들의 반감만 더 사는 게 아닌지... 뭐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 보니 몰입도 잘 안 되고 그래서 더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게임 진행이 너무 술렁술렁 대충이었어요.
'배틀로얄'도 사실 딱히 그렇게 매끄러운 진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강렬한 캐릭터와 상황 몇 개를 적당히 잘 이어 붙여서 보는 동안 대충 몰입할 정도는 되었는데.
이노무 헝거 게임은 뭐. 나오는 사람은 많은데 딱히 각자 캐릭터가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얘가 죽고 쟤가 죽어도 갸가 갸 같고 야가 야 같고 그래서 그냥 아 죽는구나... 이런 느낌. 짱 센 1구역 사람들과 산골 소녀 루 정도만이 자기 캐릭터가 있긴 했는데... 너무 약했어요. 루와 주인공간의 드라마도 너무 급하게 넘어가서 납득이 안 되고. 걍 어찌저찌하다 보니 다 죽고 주인공 살았는데 그 와중에 주인공이랑 남자 주인공이랑 썸 탔더라... 라는 정도.
원래 장르의 특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지만 남자 주인공과 썸 타는 내용이 전체 게임 내용보다 비중이 큰 것도 별로였고. 그렇게 비중이 큰 데도 여주인공의 감정 변화가 별로 납득이 안 가더라는 것도... 아. 정말 투덜투덜이 끝이 없네요. ㅋㅋ
암튼 전반적으로 배틀 로얄보다 별로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둘이 비슷하게 자극적인 소재를 채택했는데 배틀 로얄은 최소한 얄팍하더라도 그 상황의 잔인함, 끔찍함 정도는 팔 만큼 파서 보여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 영화의 헝거 게임은 걍 남녀 주인공 썸타는 배경 정도라는 생각 밖에 안 들어서...
그리고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제 감수성이었던 듯 합니다.
전 남자 주인공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 당연히 대충 찌질거리며 민폐 끼치다 죽을 캐릭터인 줄 알았어요.
당연히 요즘 젊은이들에게 먹힐 미남으로 캐스팅한 걸텐데 그게 제 눈엔 전혀 주연급 미남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죠. 이거시 늘금... ㅋㅋ
암튼 이러하니 여러모로 제가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던 듯 하구요.
그 와중에 유일하게 맘에 들었던 것. 좋았던 오직 하나는 제니퍼 로렌스였습니다.
이 분 혼자서 영화의 등급을 한 등급 정도 올려 놓는 것 같은 느낌이더군요. 예쁘고 매력적인 건 둘째치고 왠지 모를 위엄과 진지함이 넘쳐서 영화 참 유치찬란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이 분 클로즈업만 잡히면 걍 다 잊게 되는 그런 효과가. ㅋㅋ 듀나님이 이 영화에 별 셋을 주셨던데, 설정 허술한 SF에 대한 기존의 매서운 평가들을 생각할 때 너무 후한 것 같은 느낌인데, 별 둘에 제니퍼 로렌스 +1 이라고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사실 다들 호평하는 캣니스 캐릭터가 전 별로였거든요. 주체적 캐릭터라고 들었는데 뭐 나름 그렇긴 하지만 정작 게임에 들어가면 굉장히 수동적이고. 막판에 딱 한 번 반항하는 걸 빼면 딱히 저항의 느낌도 없고. (이건 삼부작의 첫 번째 그렇거니... 라고 넘어갈 수 있긴 하겠지만 어쨌든 제가 본 건 1편 뿐이니까요.)
근데 다 필요 없고 걍 제니퍼 로렌스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캐릭터도 좀 더 좋게 보이고 영화 전체적으로도 인상이 좋아지는 효과가.
후속편들은 안 볼 겁니다.
또 누가 옆에서 틀어 놓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지간하면 안 볼 거에요.
그냥 제니퍼 로렌스만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ㅋ
사족으로.
도대체 저 토르처럼 생긴 놈은 누구야... 라고 생각하며 보고 나중에 찾아 봤더니 정말 동생이더군요. 우하하.
아마도 다음 편부턴 비중이 좀 생기겠죠.
2016.03.09 12:00
2016.03.09 12:47
원작의 인기가 워낙 컸고 영화도 그럭저럭 구색 정도는 갖춘 모양으로 나왔으니까요.
트와일라잇에 비하면 일반 관객(?)들도 볼만한 스토리이기도 하구요.
2016.03.09 12:07
캣니스는 애초에 주체적인 성격의 캐릭터가 전혀 아니에요. 원작에서도 영화에서도 오히려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고 피하기만 하는 피동적인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그냥 상황이 캣니스를 몰아가는 것에 가까워요. 그러다가 전체 시리즈의 절정 부분에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야 비로서 진짜 모킹제이가 되죠. 다만 배우가 캣니스 캐릭터를 좀 더 뚜렷하게 만들어낸 점은 있죠.
2016.03.09 12:51
그럴 것 같긴 하더라구요.
다만 그렇다고해서 캣니스 말고 다른 캐릭터들 중 특별히 매력적이거나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캐릭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나마 가장 나은 캣니스에게 집착하게 되더라구요. 제발 뭣 좀 화끈하게 질러줘!! 이런 느낌으로. 하하;
2016.03.09 12:32
평일 낮 1시 반 쯤이나, 새벽 4시 반 쯤 OCN 액션에서 틀어줄 거 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016.03.09 12:54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다른 건 둘째치고 헝거 게임의 흐름만이라도 좀 더 디테일하고 묘사해줬음 괜찮았을 것 같아요.
뭔가 되게 액션 싫어하는 사람이 의무감으로 찍은 것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2016.03.09 14:24
1편이 가장 볼만합니다. 후속편 안보시기로 한건 매우 좋은 선택
이 영화가 미쿡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끈건 샌더스가 젊은 백인층의 압도적 지지를 배경으로 인지도 미약했던 좌파정치인이 힐러리를 위협하는 상황까지 온것과 비슷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요. 마치 한국에서 명랑같은 영화가 시류에 편승하여 천만 찍은거와 비슷하죠.
2016.03.09 14:32
SF 영 어덜트 소설 원작 영화화 중에서는 헝거게임 시리즈가 제일 낫다고 보는 편입니다. 헝거게임 밑으로는 그나마 메이즈 러너 시리즈가 나은 편이고(흥행 성적 말고), 다이버전트 시리즈는 아예 헝거게임 다운그레이드 버전이고, 나머지 호스트, 제5침공 등등은 첫편이 마지막이 될 수준으로 망했으니 뭐.....
2016.03.09 16:32
원작 소설이 훨씬 낫지요.
2016.03.09 19:53
1. 소설보다는 영화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좀 그랬어요 영화보다는 훨씬 친절하기는 합니다만.
2. 헝거게임의 존재가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인건 맞는데요. 캐피톨에게 평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1-12지역에게 평화를 주는 겁니다. 너희를 멸망시키지 않는 대신 매년 (캐피톨의 유흥을 위해) 2명의 아이를 바쳐라. 그리고 캐피톨의 기술력이 다른 지역을 압도하는 것은 맞지만, 자원을 쥐고 있는 것은 다른 지역이죠. 헝거게임은 중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다른 지역 1,2지역 등의 협력을 얻어내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3. 남자주인공과의 로맨스가 뜬금없을 수 밖에 없죠. 그건 진짜가 아니니까요. 나중에는 진짜가 되긴 합니다만. 남자주인공과의 로맨스는 헝거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캐피톨 주민의 환심을 사서 중요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 쇼를 한 것에 불과합니다. 영화 헝거게임 2편을 보면 (영화 시작부터 나오기 때문에 스포일러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말씀드리지만) 쇼윈도 부부(?)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6.03.10 05:20
사실 YA물은 옆에서 틀어놔도 볼까말까하지만 이 시리즈만큼은 극장에 가서 꼬박꼬박 챙겨봤는데, 그 이유는 오직 Jennifer Lawrence 때문이었어요. 3-1편을 봤을 때에도 왜 저걸 굳이 둘로 나누어서 개봉을 하는가하는 생각보다는 이 배우를 한번 더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반갑더군요. 따라서 그녀의 팬이라면 나머지들도 볼 만 합니다.
이게 왜 흥행 1위야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