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혀 볼 생각이 없었는데.

놀러 온 처제가 넷플릭스 라이브러리 둘러보다 틀어 놓고 자 버리는 바람에 옆에 앉아 있다가 끝까지 봐 버렸습니다.

전반적으로 제 취향에 안 맞고 허술한 구석이 쉬지 않고 눈에 띄지만 그래도 일단 보기 시작하면 궁금증에 끝까지 보게 만드는 정도의 매력은 있는 영화더군요.


하지만 어쨌거나 제 취향엔 별로였어요. ㅋㅋㅋ


일단 원작을 읽지 않아 뭐라 하기 좀 애매하긴 하지만, 그 '헝거 게임'이라는 걸로 그 세계의 평화(내지는 캐피톨의 기득권)가 유지된다는 설정 자체가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그렇게 귀찮은 짓 하면서 반감 사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이미 잘 지배하고 있는 것 같던데 말입니다.

게임 스테이지 속에 터치와 드래그 몇 번으로 맹수 만들어 내보내고 걍 바르기만 하면 심각한 중상도 순식간에 치료해버리는 만능 크림 같은 것들도 있고. 그 외 각종 탈것이라든가 뭐 기타 등등 기술력과 군사력을 보면 그냥 힘으로 눌러 버려도 되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

오히려 이런 짓 하면 나머지 동네 사람들의 반감만 더 사는 게 아닌지... 뭐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 보니 몰입도 잘 안 되고 그래서 더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게임 진행이 너무 술렁술렁 대충이었어요.

'배틀로얄'도 사실 딱히 그렇게 매끄러운 진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강렬한 캐릭터와 상황 몇 개를 적당히 잘 이어 붙여서 보는 동안 대충 몰입할 정도는 되었는데.

이노무 헝거 게임은 뭐. 나오는 사람은 많은데 딱히 각자 캐릭터가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얘가 죽고 쟤가 죽어도 갸가 갸 같고 야가 야 같고 그래서 그냥 아 죽는구나... 이런 느낌. 짱 센 1구역 사람들과 산골 소녀 루 정도만이 자기 캐릭터가 있긴 했는데... 너무 약했어요. 루와 주인공간의 드라마도 너무 급하게 넘어가서 납득이 안 되고. 걍 어찌저찌하다 보니 다 죽고 주인공 살았는데 그 와중에 주인공이랑 남자 주인공이랑 썸 탔더라... 라는 정도.

원래 장르의 특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지만 남자 주인공과 썸 타는 내용이 전체 게임 내용보다 비중이 큰 것도 별로였고. 그렇게 비중이 큰 데도 여주인공의 감정 변화가 별로 납득이 안 가더라는 것도... 아. 정말 투덜투덜이 끝이 없네요. ㅋㅋ


암튼 전반적으로 배틀 로얄보다 별로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둘이 비슷하게 자극적인 소재를 채택했는데 배틀 로얄은 최소한 얄팍하더라도 그 상황의 잔인함, 끔찍함 정도는 팔 만큼 파서 보여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 영화의 헝거 게임은 걍 남녀 주인공 썸타는 배경 정도라는 생각 밖에 안 들어서...


그리고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제 감수성이었던 듯 합니다.

전 남자 주인공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 당연히 대충 찌질거리며 민폐 끼치다 죽을 캐릭터인 줄 알았어요.

당연히 요즘 젊은이들에게 먹힐 미남으로 캐스팅한 걸텐데 그게 제 눈엔 전혀 주연급 미남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죠. 이거시 늘금... ㅋㅋ

암튼 이러하니 여러모로 제가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던 듯 하구요.


그 와중에 유일하게 맘에 들었던 것. 좋았던 오직 하나는 제니퍼 로렌스였습니다.

이 분 혼자서 영화의 등급을 한 등급 정도 올려 놓는 것 같은 느낌이더군요. 예쁘고 매력적인 건 둘째치고 왠지 모를 위엄과 진지함이 넘쳐서 영화 참 유치찬란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이 분 클로즈업만 잡히면 걍 다 잊게 되는 그런 효과가. ㅋㅋ 듀나님이 이 영화에 별 셋을 주셨던데, 설정 허술한 SF에 대한 기존의 매서운 평가들을 생각할 때 너무 후한 것 같은 느낌인데, 별 둘에 제니퍼 로렌스 +1 이라고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사실 다들 호평하는 캣니스 캐릭터가 전 별로였거든요. 주체적 캐릭터라고 들었는데 뭐 나름 그렇긴 하지만 정작 게임에 들어가면 굉장히 수동적이고. 막판에 딱 한 번 반항하는 걸 빼면 딱히 저항의 느낌도 없고. (이건 삼부작의 첫 번째 그렇거니... 라고 넘어갈 수 있긴 하겠지만 어쨌든 제가 본 건 1편 뿐이니까요.)

근데 다 필요 없고 걍 제니퍼 로렌스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캐릭터도 좀 더 좋게 보이고 영화 전체적으로도 인상이 좋아지는 효과가.


후속편들은 안 볼 겁니다.

또 누가 옆에서 틀어 놓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지간하면 안 볼 거에요.

그냥 제니퍼 로렌스만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ㅋ



사족으로.

도대체 저 토르처럼 생긴 놈은 누구야... 라고 생각하며 보고 나중에 찾아 봤더니 정말 동생이더군요. 우하하.

아마도 다음 편부턴 비중이 좀 생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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