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3 22:01
1. 탈퇴한다고 했었지만, 이따금씩 하고싶은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닉네임을 변경합니다.
2. 참고로 저는 남성이며, 강남역 묻지마 사건에 많은 생각이 들었고,
제 입장은 해당 사건은 명백히 여혐 범죄가 맞다는 겁니다.
전체 남성혐오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는 것도 동의하지만, 여성이 분개하고 더 들고 일어나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여혐 범죄가 맞습니다. 그게 1개 정신병자가 한 짓이든 간에,
해당 가해자는 여성을 기다렸다가 여성을 죽였고, 원한을 품은 지인 여성이 아닌 무작위 여성을 죽였는 데다가,
'여자라서 죽였다'라고 지 입으로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습니다.
따라서 여혐 범죄 맞습니다. 남성은 여성혐오가 극대화될 때 + 물론 정신도 이상할 때, 이렇게 무작위의 여성을 대상으로 살인을 할 수도 있다, 라는 것도 팩트입니다.
물론 정신병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겠죠. 여기서 근데 정신병이 중요합니까? 남성이 '무작위'의 여성을 '여성이라서 + 여성을 혐오해서' 죽였다고 합니다.
남성인 제가 봐도 (네 뭐 남성이 봤든 여성이 봤든 나발이든) 여혐 범죄가 명백합니다.
+ 덧붙여, 정신병 걸린 여성이 묻지마 범죄로 무작위의 남성을 죽인 사건은 제가 기사로 접해 본 기억은 없습니다.
+ 정신적으로 불안해서 저지르는 게 살인인데, 정신적으로 불안했기 때문에 참작되는 건 모순이죠.
2. 강남역 묻지마 사건 10번출구 어제 갔다 왔습니다.
훨씬 많은 포스트잇이 있었고, 붙일 공간이 모자라 공간이 더 넓어지고, 심지어 포스트잇 위에 덧붙여지기까지 했고,
꽃도 수북히 쌓여 허벅지 정도까지 있었구요.
남성 몇 명이 마스크를 쓴 채 '이건 정신병 걸린 사람의 범죄이고, 남성 전체를 혐오할 게 아니다' 와 같은 메시지를 들고 서 있었구요.
심지어 그 내용에는 '세계 치안 1위 한국에서' 라는 근거 없고 웃기지도 않는 보충 설명이 있었구요.
사람이 죽었습니다. 무작위의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은 사건입니다.
여기서 여성들이 피켓을 들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들어줘야 합니다.
'어떤 남성이 자기를 어디선가 기다렸다가 죽일 지도 모르는 세상'이 된 것이 팩트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보호 받아야 하고, 그들의 권리를 내세워야 하는 게 너무너무 당연합니다.
그 상황에서 꼴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건 극 무례함이며, 여성의 목소리를 지지는 못 할 지언정, 조용히 아닥이라도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근데 한 여성이 무참히 살해당한 현장에서 마스크를 끼고 피켓 시위를 하던 남성들은 뭔가요?
그거, 꼭 그 자리에서 해야합니까? 차라리 광화문이나 온라인에서 하면 안 돼요?
남성 전체를 맹목적으로 혐오하게 된, 혐오하는 여성들도 분명 있었을 겁니다. 이것도 잘못된 거 맞죠.
근데 대부분의 여성이 그렇게 생각합니까? 극히 일부 여성이거나, 좀 더 보편적이다 하더라도, '김치남' 정도를 언급하는 가벼움 아닌가요?
3. 현장에서 실시간 토론도 이뤄지더군요. 현장에서 남혐 반대를 외치던 남성과, 한 여성이 가벼운 말싸움으로 시작하는 게
점차 언성을 높이더라구요. 이게 어제 무작위의 시간에 현장에 30분 동안 있으면서 발견한 일이었고,
그 짧은 무작위의 시간에서도 남녀의 싸움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여성이 아무 이유 없이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로 지나가던 남성을 죽인 사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냐?' 라는 게 여성의 주장이었고,
'그건 그냥 정신병자죠.' 라는 게 남성의 주장이었구요.
남혐과 여혐은 존재합니다. 김치남/김치녀라는 언급도 소소한 남혐과 여혐입니다.
하지만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주최가 되는 건 거의 대부분 남성이었죠. 팩트 아닌가요?
여성들이 분개한 것은, 여혐에 대해 분개한 게 아니라, "여혐에서 발전하는, 심지어 무작위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 입니다.
분개하는 게 당연합니다. (일부) 남성분들 제발 찌질하지 마세요.
같은 남성이지만, 현장에서 피켓 시위하던 남성분들 정말 찌질해 보입니다.
4. 포스트잇에는 남혐 반대 목소리의 글들도 꽤 많습니다. 어느 분은 '살인사건 피해자의 남녀비율' 이라는 출처불명 전세계 통계를
손수 그려서 붙였더라구요. 대부분의 나라가 남성 피해자가 더 많고, 남성이 70%가 넘는 곳도 있다라는 식으로 살인사건 피해자 수를 비교하던데,
그게 이 사건에서 먹히는 겁니까?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 '남혐/여혐에 의한' 피해자,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로 비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5.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체 맹목적 남혐, 저도 잘못됐다 생각하고 반대합니다만,
헤어지자고 했더니, 차에 태워 한적한 곳으로 가서 여자를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남성, 불을 끄려 개울가로 도망가던 여성을 다시 돌로 쳐 죽인 그 남성,
지나가던 행인이 있건 말건, 여성의 머리를 축구공 차듯 차서 피를 토하게 한 후 결국 죽음까지 이르게 한 남성,
이게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되지 도 않은 채 조용이 묻혀 지나간 일부 사건일 뿐인데도 이 정도입니다.
여성이 남성을 혐오해서 남성의 직장에 그를 험담하여 잘리게 했다거나, 집 앞에 오물을 뿌릴 순 있겠지만,
살인과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대부분 남성이죠.
6. 오래 전에 제가 글을 쓴 것 중에, 여성에게 너무 사소한 것까지 배려되어 있는 문화라든가, 여성 전용 택배함 얘기를 하면서
택배기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것에 대한 내용을 적었던 기억이 나는데, 저는 여혐자가 아니며, 여성을 남성보다 더 배려해줘야 한다기 보다,
여성이 남성과, 남성이 여성과, '동등'하게 대우 받아야 된다는 주장입니다.
7. 여성전용택배함은 택배기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강남역 사건으로 여성들이 분개한 것은 남성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분들, 맹목적 남혐을 하라는 게 아니라, 여성이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더 외쳐주세요.
물론 '여성을 무시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어떤 제도적, 사회적인 변화도 필요하겠지만요.
2016.05.23 22:25
2016.05.23 22:42
'여혐 범죄라는 게 여성을 혐오해서 일어났다는 뜻이 아니니까요' 이게 무슨 소린가요? 이해가 전혀 안 되네요.
2016.05.23 23:11
2016.05.23 22:38
4년전 진중권이 일베를 지칭해서 넷상의 여성혐오에 대해서 한 마디 했을 때는 반대 없이 추천하던 곳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 꼬라지가 난 것이 4년전 보다 사는게 더 어려워줬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어요. 예전 같으면 모든 남성이 잠재적 범죄자냐? 라는 말을 일베애들이 했다면 "왜? 날 끌고 들어가 물귀신들아" 했을 법 한데... 사는게 힘들어지자 유럽의 극우 파시스트들이나 일본의 재특회같은 애들이 날뛰는 토양이 점점 넓어지는 것처럼요.
2016.05.23 22:47
7. 여성전용택배함은 (저는 사용해본 적도 본 적도 없지만) 단순히 택배기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기 보다는 문 앞에 아무렇게나 놓인 택배를 통해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는 단서를 찾아 범죄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자취하는 여자로서 일주일에도 여러 차례 택배로 물건을 사곤 하지만 가끔 두려운 상상을 하게 될 때가 있어요. 택배 박스 버릴 때도 최대한 송장은 다 제거하고 내놓는데도 말입니다.
2016.05.23 23:15
한국은 정말 평등(본문에 동등하다고 쓰셨군요)이 그런 지난한 역사 없이 수입된 개념이 되어버려서, 정말 평등이 한국에 와서 고생하는 개념이 되어 버렸네요
한국에서 성평등을 위해 투쟁하여 성과를 이룬 건 호주제 폐지 뿐인 것 같기도. 서구에서 일정정도 역사적 특수성과 보편성을 아울러 만들어진 성폭력이나 우대조치가 그냥 신진 문물로 들어오기만 했기 때문에 인식차가 너무 크네요.
그리고 잠재에 굉장히 주목하시는데. 일단 먼저 강남역에서 나온 건 여성이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에요
이 말이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다는 아니죠.
그리고 현재 형법 체계중 일반예방론의 근거는 모든 국민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너무 억울해하지 마세요. 문명 사회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그것을 억제하고 예방하기 위해 처벌한다고 하는 원리 위에서 세워진거니까요.
2016.05.24 00:10
전 요즘들어 misogyny문제가 대체 왜 남녀대결로 이야기가 되는건지 너무 엉뚱한데 이걸 진지하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네싶어 황당합니다. misogyny는 남자도하고 여자도하고 페미니스트들도 의도치않게하고 그냥 여혐국가(사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약자혐오국가)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그냥 그래서 다들 하는거거든요. 강자에게 뺨맞고 약자에게 분풀이한 다음 그 이유와 책임을 어처구니없이 약자에게 돌리고하다보니 약자는 누명을쓰게되고 이유없는 혐오대상이 되어 사냥당하고... 누구에게나 익숙한 광경이죠. 그런 풍경중 아무래도 여자가 육체적 약자여서인지 주된 타겟이 되어온 사회적/역사적 맥락이 있어서인지 자꾸 남자로부터든 여자로부터든 부당한 폭력의 피해자가 너무 많이 되다보니 misogyny를 자각 및 반성하고 멈추라는 운동이 일어나게 된거고요. 딱히 '여자가 남자에게 너는 잠재적 가해자다!'라고 윽박지르는것이 아닙니다. '우리 안의 misogyny를 자각 및 반성, 타파하여 좀 덜 폭력적인 세상을 만들어 이번 살인사건같은 범죄의 토양을 줄이도록 노력하자'죠. misogyny 타파를 외치는 사람들은 정말로 딱히 모두가 여자인것은 아니고 '여자가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몰며 공격하는 사람'들인 것도 결코 아닙니다. 사실상 '인간은 모두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에겐 잠재적 가해자이거나 가해자인데 그러하는걸 멈추고 모두에게 이롭고 합리적인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힘쓰자'고 말하는 사람들이죠
2016.05.24 00:13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misogyny는 그냥 번역하지 말고 이 단어 그대로 쓰는게 차라리 장기적으로 봤을때 좀 더 생산적인 의사소통과 논의에 있어 이로울거 같습니다
2016.05.24 05:13
2016.05.24 11:02
이전 닉네임은 무엇이었나요? ^^
2.여혐 범죄가 맞고 남성 혐오로 이어져서도 안....'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는 같은 개념이 아니기에 이 흐름에 위화감이 있네요.여혐 범죄라는게 여성을 혐오-싫어하고 미워-해서 일어났다는 뜻이 아니니까요.남성 전체를 맹목적으로 혐오하게 된....김치남...당연히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보호 받아야 하고....역시 여혐에 대해서 조금 이해가 부족하신 것 같습니다.
7.그 때도 많은 얘기 들으셨던 것 같은데 택배기사만 문제인 것이 아니라 택배기사를 사칭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그리고 제발 그 잠재적 뭐뭐뭐 좀 그만했으면 좋겠네요.멀쩡한 사람들 잠재적 범죄자 취급 안하기위해 외출할 때 문 안잠그고 다니신다면 인정하죠-_-;;
여혐이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에요.꼭 칼들고 설치고 일베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 스스로도 물들어 있는 그런 것이죠.글쓰신 분도 이번 사건에 많이 분개하셨을 것이고 글도 조심스럽게 쓰셨겠지만 지금까지 노출되어 온 환경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건 당연해요.(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점점 바뀌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