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변하는 게 이상적인가? 
- 사람들은 흔히 나이가 들면 깊어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깊어지는 게 과연 좋은 건가 생각해본다. 쇼팽뿐 아니라 음악 전반적으로 그렇다. 브람스의 경우, 1893년작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소품 Op.119를 보면 그보다 40년 전인 1853년 작곡된 피아노 소나타 3곡이 내 생각엔 더 깊은 곡이다. 시간이 들면 들수록 더 가벼워진다고 생각한다. 작곡가들이 인생 말년에는 음악 자체를 더 놓지 않았나 싶다.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 32번에서 가장 가벼워진 건가? 
- 베토벤은 32번에서 그동안 많이 가졌던 것을 하나하나씩 버렸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그러니까 내 나이 때는 많이 얻어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버릴 것도 생기니까. 


(피아니스트 조성진, 2015년 12월 월간 객석 인터뷰)



이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이 약관을 갓 넘긴 사람이 이런 현자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니,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해보면 많은 경우 사람들은 감수성과 호기심과 의욕과 재능이 가장 넘치는, 인생의 어느 한 때에 이루어놓은 것들로 평생을 살게 되는게 아닌가 싶어요.

굳이 알려진 예술가나 유명인의 예를 들지 않아도 남루한 저의 10대와 20대 초반 시절의 일기장을 돌이켜보면, 무슨 에너지와 집중력으로 이런걸 했을까, 이제 다시는 그때처럼 할 수 없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현실적으로 할 수 없게 된 일들을 빼고 나면 사실 태어나서 하고싶은 일은 이미 다 한거 아닐까. 마음은 이미 그냥 노년을 살고 있는 것도 같고.


즐거운 주말 오후에 좀 우울한 글이 돼버렸네요. 지송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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