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경쟁의식

2016.10.28 10:54

가라 조회 수:1475

세상이 온통 비선 게이트로 난리인데, 저는 한가하게 회사 바낭이나 써봅니다.


0.

A사와 B사는 원래 같은 회사 였다가 쪼개졌습니다.

제가 속한 A 사는 매출이 더 많고, 규모도 더 큽니다. 

다른 B사는 영업이익율이 더 높습니다. 

그리고 A사와 B사의 CEO는 같은 사람이 겸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조직도 거울처럼 똑같습니다. 

(그래서 가끔 A사와 B사 사이에 사람이 왔다갔다 하기도 합니다.)



1.

예전에 제 상사님이 직책은 임원급인데 직급은 아직 아니라고 쓴적이 있어요.

그런데, B사에 있는 저희랑 같은 조직도 마찬가집니다. CEO 는 한사람인데 똑같은 일을 하는 부서가 2개이니.. 아무래도 라이벌이 될 수 밖에 없겠지요.

마침 A,B 둘다 해당되는 중요한 이슈가 있는데 B사쪽에서 선빵을 날렸습니다. 자기네가 먼저 할테니 A사는 따라하기만 하면 됩니다. 라고 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저희쪽은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고요. 

그래서 제 상사님이 B사에 가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어느정도 준비되어 있는건지 벤치마킹 좀 해오라고 해서 엊그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B사측 카운터파트는 뭔가 열심히 하겠다고 계획을 줄줄이 설명해줬는데.. 부서 옮긴지 얼마 안되어 식견이 짧은 제가 보기에는 그럴듯 하게 보였습니다. 물론 세부사항 몇가지는 '어? 이건 아닌것 같은데?' 라는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B사측 상사님은 '우리가 내년 상반기에 딱 끝내놓고 자료를 다 넘겨줄테니까, 너네는 그냥 그거 보고 따라만 하면 편해.' 라고 큰소리를 빵빵 치시더라고요.


출장후 보고를 하는데.. 제 상사님은 맘에 안들었나봐요. 2시간 넘은 격론 끝에... 제 상사님이 저에게 요구한건..

B사가 하는걸 따라했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면서 잘한건 벤치마킹하고, 거기가 못한건 우리가 더 잘해서 간접적으로 그쪽이 못한 부분을 보여줘야 함.


네? 이게 대체 뭔소리랍니까.. 선빵을 맞아서 끌려가는 상황이 되었는데 어떻게든 정신 차려서 카운터를 날려서 이기라는 건가요..?



3.

상사님이 회의 말미에 저한테 그러더군요.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보여주는 것만 보지 말고.. 이면에 뭐가 있는지 어떤 의도가 있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아마도.. 이번 이슈로 인해 둘중 한 사람은 임원이 될 것이고, 남은 한사람은 승진이 늦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도태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제 상사님은 계속 말을 돌리면서 팀원들이 자기 맘을 알아챌때까지 기다리는 타입이라서, 별명이 능구렁이이고요.. 회의가 길~~~어 집니다.

B사 상사님은 '내가 공부 하라는거 공부하고, 내가 시키는거 그대로 하면 된다.' 라면서 다다다다 쏟아 붓는 타입이라 별명이 수다장이입니다. 말이 끝나지를 않아요.


지금 CEO가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모르겠지만.. 누가 먼저 진급할지 궁금하긴 합니다.

마음은 한발짝 떨어져서 보고 싶지만.. 아무래도 이 두분의 경쟁에 엮여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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