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1 22:55
문제의 방송은 이미 삭제되어 보지못했지만 (있어도 못보겠지만..)
해당방송에서 "미모의 왁싱샵 주인이 / 홀로 늦게까지 / 특정지역 으슥한 주택가에서 영업"이라는 정보가 노출되었던 것 같습니다.
해당 BJ가 살인사건이 날 줄 알았으면 저런 정보를 노출시켰겠냐만은...
저는 여자니까 제가 여자 BJ라면 저런 정보의 위험성을 알고 있고, 굳이 노출시키지 않을거에요.
이번 일로 생각나는 일들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1.
사회 초년생 시절 제가 하던 업무 때문에 방송에서 취재요청이 왔었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가 동네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취재를 거부하다가 "방 안에 한정해서 촬영"
"집 주변의 풍경, 사는 장소를 노출시킬 수 있는 배경은 절대금지"를 조건으로
촬영에 응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2.
최근에 여자사람 친구가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별건 아니고 매일 퇴근후에 집근처를 몇키로씩 뛰는 거였어요.
친구는 본인의 결심을 보여주기 위해 매일 자신의 조깅현황을 SNS에 올렸는데,
그게 하필 자취하고 있는 친구의 집 주변, 조깅경로(맵), 조깅시각같은 정보를 다 보여주었죠.
그래서 친구에게 게시물들을 내리도록 설득했습니다.
그 후로는 경로는 보여주지 않고 뛴 거리만 보여주는 앱을 사용해서 올리더라고요.
3.
"안전이별"이라고 하기 힘들만한 이별을 경험한 이후로,
저는 한동안 SNS를 끊었고 지금도 위치태깅을 사용한 게시물은 올리지 않습니다.
함께 있는 친구들이 게시물을 올릴 때도 나를 태깅하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사진도 가급적 장소를 알수없는 것으로 올리거나 제가 그 장소를 떠난 후 올리고요.
상대가 알고있던 제 집에서 이사가던 날, 얼마나 홀가분하던지.
다른 여자분들도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자신의 정보에 더욱 예민해지는 것이,
당장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 같습니다.
안전하게 밤거리를 걷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고인은 7월 5일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열심히 일하던 와중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으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7.08.02 00:11
2017.08.02 00:59
2017.08.02 11:23
이런 사건들이 하나씩 터질때마다 여자들의 반경은 점점 더 좁아지죠. 할수 있는 것, 갈수 있는 곳, 입을 수 있는 옷. 당연한 것들이 제약받고 있어요.
"조심하지 않은" 여자들은 어리석다고 하는 한편 "왜 모든 남자들을 범죄자취급하느냐"는 비난이 동시에 들리고요.
저 자신도 "조심해라"소리를 들으면 "더 이상 뭘 조심하란 말이냐" 울컥하다가,
막상 이런 사건이 들려오면 또 뭐 조심할 것 없나, 내 친구들은 안전한가 노파심에 잔소리를 하게되네요. 씁쓸해요.
2017.08.02 10:22
10여년전쯤 여자사람친구가 '나는 엘리베이터에 모르는 남자랑 타면 먼저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내가 먼저 누르고 그 사람이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내릴때까지 무섭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도 주변에 공포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엘리베이터에 모르는 여성이랑 타면 먼저 버튼을 누르고 상대의 뒤에 서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많은 상황과 행동이 있겠지만, 알게되면 조심해야죠.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취급이냐.. 라고 개인에 대한 모욕으로 느낄게 아니라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지..
2017.08.02 11:47
트위터에서 누군가 그러더군요. 100개의 사탕이 든 봉지 속에 한 알의 청산가리만 들어있어도 아무도 그 사탕봉지에 손을 넣지 않을것이다 라고요.
남자들에게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이 [기분나쁜 일]일 수 있겠지만, 여자들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조심하지 않는 일은 없겠죠.
기본적인 생존에 대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여자들이 남자의 기분에 신경 쓸 여유는 없으리라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공감이 첫단추인데 첫단추가 참 어렵네요.
2017.08.02 12:16
2017.08.02 11:51
저의 올해 목표는 [그럼 이것도 여성혐오냐] 묻는 사람에게 여성혐오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기입니다.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