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운영진이 독서 모임 카페에 작성한 후기를 듀게용? 으로 적절히 가공한 것입니다. 

1.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2018년 1월 새해부터 정모 아이디어가 고갈된 운영진은 희곡 읽기 제안을 덥썩 받아들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함께 해왔던 회원님들과 그 무엇인들 못하리! 하는 생각과 함께....마침 모임 내 연극 배우님도 계시겠다, 그동안 희곡 읽기를 오래 전부터 염원하셨던 회원분들의 기대에도 부응하고픈 마음도 있었습니다. 

매 월 진행되는 저희 모임의 정모에는 보통 열명 전후의 회원 분들께서 참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등장인물이 많고..희곡적인 느낌? 을(물론 그 때부터 지금까지 본인은 그 느낌이 뭔 느낌인지 전혀 모른다고 합니다) 잘 살릴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작품들을 추천받고..대충 그 중 하나를 고르면 되지않을까...?
...정말로 가벼운 시작이었습니다. 


2. 
그런데 작품 선정부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때부터 이미 단순 낭독이 아니라 연기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은연 중에 저희 모임과 가장 잘맞는? 내지는 가장 잘 살릴 수있는? 희곡 내지는 장면을 선정하고 싶었거든요. 
급한 김에 배우님의 지원을 통해, 이 희곡은 저렇고 저 희곡은 저렇다... 속성 트레이닝도 받고 이런 저런 팁도 받고 회원분들의 추천도 받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작품이 좋을지 저희는 감도 못잡고 있었기에.. 현장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안전하게 두 작품을 선정하고자 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투표를 통해 선정된 <템페스트>와 <날 보러와요>가 넘버원 드래프트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무사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현장에서 대사를 잘 숙지하고 살려주신 회원님들의 공이었습니다. 


3. 
당시 정모에 계셨던 분들은 아마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을텐데요. 정말... 처음부터 몰입감이 엄청났습니다. 베테랑(!) 연기자 세 분의 시작과 후반부 감초역할을 해주신 분들까지, 성공적으로 <템페스트>의 1막을 올리고 나니... 그 때부터는 뭐 모든 장면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셰익스피어가 말년에 쓴 것으로 알려진 마지막 희곡 <템페스트>는 작은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마법사 프로스페로의 하루 치 복수극입니다. 고전인만큼 어렵고 진지한 작품일 것 같은데 우스꽝스럽고 어설픈 캐릭터들이 많은 등 의외의 구석이 있는 작품이었죠. 영어 원문으로 읽으면 대사 하나 하나가 한 편의 시와도 같은 운율과 리듬이 살아있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읽었던 <템페스트>는 때론 진지하고 때론 엉뚱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이었던 기억입니다. 만남과 동시에 급 사랑을 속삭이는 두 연인, 조연들의 심히 건전한 작당모의, 심지어 흉칙한 괴물 캘리번 마저도...후반부에는 기품이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어렵지 않게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위주로 발췌했고, 그렇기 때문에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 표현?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프로스페로는 무려 다섯명이서 나누어 연기를 했으니까요. 

반면 <날 보러와요>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작품인만큼.. 개성 강한 인물들 사이, 다소 과격하고 적나라한 대사와 서늘한 장면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그러다보니 저희는 일상적인 장면들을 주로 발췌했고, 그 중에서는 인물들 간의 쌍방 디스.. 아무말대잔치....쑥다방 미쓰김과 츤데레 시인 형사의 썸.....등이 있었던 것 같은..그치만 씬 스틸러 세 분의 사투리 연기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네 뭐 그렇습니다. 


4.
많은 사람들이서 배역을 돌아가면서 하다보니 몰입도가 다소 떨어지고 서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장면들이 짧았던 부분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급작스런 배역 배정에도 불구하고 잘 소화해주신 모든 분들 참 멋있었고, 대단했습니다. 

우리 독서모임 회원들을 너무 믿지 않고 우려를 심하게 했나..싶은 마음도 있고, 문외한인 저희가 낯선 방식으로 접근하며 준비하다보니 의외로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저희 모임은 정말 다양하고 개성있는 이상한 구성원들이 한데 모여있고,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매력들이 넘치는 분들이지만... 하나가 되었을 때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와 시너지가 충만했던 역대급 정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의 짧은 글솜씨로는 차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정모이기도 하고요 ㅎㅎ

단순히 눈과 머리로 읽는 책에서, 모두가 함께 읽는 책으로.. 함께 하신 분들께서는 아무쪼록 소중한 경험이자 의미있는 시간이 되셨으리라 믿습니다. 

<fin>

늘 그렇듯이 모임에 관심있으신 분들의 문의 환영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2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7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08
126107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new 조성용 2024.04.30 194
126106 [티빙바낭] 궁서체로 진지한 가정폭력 복수극, '비질란테' 잡담입니다 [3] update 로이배티 2024.04.30 204
126105 IVE 해야 MV 상수 2024.04.29 116
126104 오늘 영수회담 영상 캡쳐... [3] update 상수 2024.04.29 260
126103 에피소드 #87 [1] Lunagazer 2024.04.29 41
126102 프레임드 #780 [1] Lunagazer 2024.04.29 39
126101 비가 일주일 내내 내리고 집콕하고 싶어요. [2] 산호초2010 2024.04.29 196
126100 고인이 된 두 사람 사진 daviddain 2024.04.29 180
126099 구글에 리그앙 쳐 보면/LET'S PARIS⚽ 파리바게뜨 X 파리생제르맹 메이킹 필름 대공개 update daviddain 2024.04.29 86
126098 의외의 돌발변수가 출현한 어도어 경영권 전개... [2] update 상수 2024.04.29 463
126097 눈 체조 [2] catgotmy 2024.04.29 117
126096 [핵바낭] 또 그냥 일상 잡담입니다 [11] 로이배티 2024.04.29 372
126095 글로벌(?)한 저녁 그리고 한화 이글스 daviddain 2024.04.28 155
126094 프레임드 #779 [4] Lunagazer 2024.04.28 49
126093 [애플티비] 무난하게 잘 만든 축구 드라마 ‘테드 래소’ [9] 쏘맥 2024.04.28 242
126092 마이클 잭슨 Scream (2017) [3] catgotmy 2024.04.28 162
126091 [영화바낭] 영국산 필리핀 인종차별 호러, '레이징 그레이스'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4.28 211
126090 시티헌터 소감<유스포>+오늘자 눈물퀸 소감<유스포> [5] 라인하르트012 2024.04.27 349
126089 프레임드 #778 [4] Lunagazer 2024.04.27 61
126088 [넷플릭스바낭] '나이브'의 극한을 보여드립니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7 28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