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 에플렉에 대한 비호감으로 이 영화를 유료로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영상자료원에서 무료로 상영하길래 보고 왔습니다. 

케이시 에플렉에 대한 감정과 별개로 영화 자체가 묘하게 불편하게 다가온 지점이 몇 군데 있었는데 

제가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였다거나 오해한 건 아닌지 궁금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우선 M이 이사를 나간 후 히스패닉 가족이 이사온 부분에서 

남겨진 C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을 드러내 보여서 애들을 겁주고 접시를 마구 깨부수며 위협하잖아요. 

그런데 이 가정을 유령이 된 C의 물리적인 폭력에 저항하기 어려운 여성과 아이들로 구성된 가족으로 설정한 게 저는 좀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당연히 연출자가 의도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좀 비겁하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케이시 에플렉 배우 개인에 대한 비호감과는 별개로 C라는 존재에 감정이입하기 어려워졌고요. 


M이 집까지 바래다준 썸남과 잘 되어가는 분위기를 목격한 유령 C가 

전구를 깜빡이게 만들고 책을 떨어뜨리는 장면에 뒤이어 위 히스패닉 가정 장면이 등장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훌쩍 시공간을 뛰어넘어 소위 말하는 서부개척시대로 넘어간 부분에서 

꼬마 여자아이가 M과 비슷한 행동(메모를 적어 돌 밑에 숨기는)을 하는 걸 보여주고 나서 

이 아이의 가족이 모조리 살해된 후 금새 썩어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가족을 쏘아죽인 화살이나 사운드로 제시된 아아아아아아 하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함성 같은 걸로 보아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이 가족을 죽였다는 설정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실상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백인 이주민들의 아메리칸 인디언 학살의 역사 아닌가요. 

시대 배경을 굳이 그때로 잡고는 가난하지만 정답게 살아가는 백인 가족이 아메리칸 인디언으로부터 피살된 장면을 보여주는게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간중간 덜 중요한 단역들을 -초반에 나온 의사나 집이 무너지고 나서 세워진 건물에서 회의하던 사람들 등-

흑인이나 남아시아계 등 다양한 인종과 성별로 구성한 느낌이 들긴 했는데 

위 장면 그러니까 결정적인 지점에서 백인남성의 한계가 보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또 하나 히스패닉 가족이 이사 나간 후 이 집에서 파티가 있는 장면에서 

어떤 백인 남자가 문명의 무상함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도 저는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말 많은 영화를 그리 싫어하는 편은 아닌데 -노아 바움벡이라던가... 애증의 우디 앨런도 그랬고요- 

이 캐릭터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내뱉는 것 외에는 극 중에서 아무 역할도 수행하지 않잖아요. 



이 영화 보신 다른 분들은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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