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늘은 오프모임에 가서 축구 경기를 봤어요. 꽤 큰편인 호프집에서요. 모여서 경기를 보거나 한 적은 있는데 많아봐야 8명 정도였죠. 이렇게 오픈된 곳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이렇게 큰 경기를 보는 건 처음이었어요.



 2.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알았어요. 중계를 듣는 건 포기해야 한다는 걸요. TV사운드는 충분히 높여놓은 것 같았는데 사람들 때문에 전혀 들리지 않더군요. 그냥 경기 영상을 보면서 알아서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거였어요.


 한가지 이상한 건, 사람들은 골과 전혀 상관없는 장면에서도 함성을 지른다는 거였어요. 축구를 보면서 함성을 지르는 건 이해해요. 한데 그건 골이 터질 것 같거나, 최소한 골 냄새가 나야 함성을 지를 만한 거잖아요? 하지만 호프집에 모인 사람들은 패스 한번만 나와도 엄청나게 고함을 질러댔어요.



 3.최근에 알게 된 게 있어요. 혼자 있을 때는 아주 외롭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무시무시하게 외롭곤 해요. 뭔가...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그게 수십명이든 백명이든 더더욱 외롭게 된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쓸데없는 만남은 더더욱 인간을 외롭게 만든다...고 여기게 됐어요.


 아마도 그 이유는, 이물감 때문인 것 같아요. 상대가 몇 명일 뿐이면 내가 이물감을 느끼겠지만 수십명과 함께 있으면? 나 자신이 이 공간의 이물인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이곳의 사람들이 이물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 곳에서 빠져 줘야만 할 것 같은...뭐 그런 느낌이 들죠.


 그래서 일반적인 모임에 가면 2차는 잘 가지 않아요. 보통 2차는 노래방이거나 게임, 방탈출...뭐 그런 거니까요. 정말로 2시간 넘게 그곳에 맞는 연기를 해낼 자신이 있지 않고선, 절대 가지 않죠. 자신이라기보다 에너지라고 해야겠네요. 뭘 하든 잘할 자신은 늘 있거든요. 에너지가 없어서 문제죠.



 4.휴.



 5.어쨌든 모임이 파하고 강남으로 갔다가...길거리에 서서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연락을 보내 봤어요. 물론 전부 꽝이었어요. 그야 전부 꽝일 거라는 건 연락을 하기 전부터 알고 있어요. 하지만 꽝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확인하면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편해진 마음으로, 나의 유일한 남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거죠. 캬바쿠라 말이죠.   



 6.이전에 썼던가요? 나는 술집에 가서 술을 먹지 않는다고요. 내게 있어 술값이란 건 자릿값에 불과하죠. 그리고 자릿값은 사실 그래요. 2차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술집이니까 nn만원 정도만 내도 손님 대접은 충분히 받을 수 있죠. 그러나...2차가 안 되는 가게에 가서 nn만원을 쓸 거면 아예 가지도 않겠죠. 얻는 것도 없고 무의미하거든요. 나는 무의미한 일은 안 하니까요.


 어쨌든 술집에 가서 술을 먹지 않는 이유는 확실히 있어요. 여러분이 이해할 수 없는 괴상한 이유 때문에 안 마시는 게 아니라 여러분도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일 그런 이유가 있죠. 오늘은 쓸 수 없지만 기회가 되면 써보죠.


 어쨌든 오늘도 술집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위에 쓴 '어떤' 이유로요.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은 건 결국 허사가 되어버렸죠.



 7.휴...그러고보니 이름도 바꿨어요. 왜냐면 전의 이름을 너무 오래 써먹은 것 같아서요. 오프라인이든 어디든 새로 가는 곳 중 몇몇 곳에선 이 이름으로 새로 시작할 거예요. 누군가는 이러겠죠. '잠깐만, 은성은 그래도 남자 이름일 수 있지만 유미는 절대로 남자 이름이 아니잖아!'라고요.


 하지만 괜찮아요. 때로는 그렇거든요. 당당함이야말로 최고의 설득력일 수 있죠. 남자가 유미라는 이름을 써도 하루만 뻔뻔스럽게 계속 쓰면? 사람들도 납득하게 돼요. 하루면 충분하죠. 아 그런데 돈도 좀 써야 해요. 맨땅으로 그렇게 굴면 우스워 보이거든요. 남자가 유미라는 이름을 쓰려면 '무슨 짓을 해도 웃음거리가 안 될 정도의' 돈은 써줘야 하죠. 



 8.쳇...그리고 돌아와보니 쪽지가 와 있었어요. '카톡 보내지 마라.'라는 쪽지가요. 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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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전 글에 썼듯이 저번 주는 안식주였어요. 거래를 안 하고 돈을 빼놓고 있었죠. 그리고 오늘(월요일) 주식들이 꽤나 떨어진 걸 보면...일단은 잘한거겠죠. 하지만 떨어진 주식들을 주워담지도 않았어요. 왜냐면 뭐가 오를지...뭐가 좋을지 잘 모르겠어서요.


 여기서 괜히 말해보자면...나는 그래요. 아니 나의 일기를 읽어온 사람들은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나는 투자할 때 서사가 있는 현상에 주로 투자를 하거든요. 그리고 사실, 현실은 영화처럼 그렇게 복잡하고 꼬인 서사로 되어 있지 않아요. 현실의 서사들은 대개 뻔한 것들이죠. 아무나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뻔하지 않으면서 그렇게까지 뻔하지는 않은 것...그게 현실의 서사죠. 왜냐면 금융시장은 군중심리의 총합이잖아요. 금융 투자란 건 그렇게까지 똑똑하지도 않고 그렇게까지 똑똑할 필요도 없는 곳이죠.


 가끔 새벽에 일기를 쓸 때 오늘과 내일을 헷갈리게 쓰곤 하는데...아직 잠자지 않고 있으면 계속 오늘이라고 쓰는 습관이 있어서요. 한번 잠들어야 내일이 온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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