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지긋지긋한 인연.

2018.06.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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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갑자기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나에겐 이복형제들이 있는데 그는 막내오빠였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차압딱지를 붙여대는 윗 두 인간들에 비해
그는 다소 모자라다는 평을 받았지만, 남에게 피해는 안주고 살았죠.
그리고 어릴때부터 기술직으로 일해서 돈도 꽤 벌었습니다.
아주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저를 매우 예뻐하고 위의 두 오빠들덕에 항상 가난한 우리집에 티비도 사주고 냉장고도 사주었지요.
그가 돈을 좀 모았다고 하니 사기꾼같은 둘째오빠가 접근하여, 그의 명의로 대출을 일으키고 사업을 하다가 또 다 날려먹습니다.
그래서 그는 가난해지고 아프고 아내와도 멀어져 홀로 쓸쓸히 갑자기 지병으로 그렇게 갑자기 죽었어요.
그게 죽을 정도로 큰 병이 아닌데, 그렇게 갑자기, 요즘으론 매우 젊은 오십에 그렇게 갑자기 가난하고 쓸쓸히 죽었어요.

그게 너무 억울하고 슬퍼서 엄청 울었어요.
이복형제 중 가장 착했던 이가 제일 먼저. 그렇게 신은 아끼는 순서로 데리고 가는건가 하며 이틀을 울다가 장례를 조용히 치르며 진정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그 꼴보기 싫은 다른 형제들을 보며 슬픔도 잦아들더군요.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는 형제상을 당하지 않은 듯 그냥 무심하게 돌아왔어요.

그리고 몇 달 후 올케언니가 상속 포기를 했단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복형제인 전 3순위 상속인이 안되는 줄 알았는데
저도 상속인이더군요.

재산이 얼만지 부채가 얼만지 아마 얼마안될텐데 승계를 할까 한정승인을 하려다가
저 지긋지긋한 형제들때문에 지쳐 상속포기를 하려 합니다.
나는 이 쓰레기같은 인간들과 더이상 엮이기 싫었는데
부친이 돌아가신 이후 이제 더이상 저인간들을 보고 살 일은 없겠구나 했는데
이렇게 내가 상속인이 된다니 기가 차요.
만약 부채가 있다면 오롯이 그 위 두 인간들이 썼을 돈인데 왜 내가..

바빠서 휴가를 못내다가 겨우 휴가를 냈는데도 동사무소와 법원을 돌다가 이게 생각보다 더 짜증나고 복잡한 일이란 걸 깨닫고 동사무소에서는 거의 울뻔 했어요.
남들에게 그러나 동네 사람들이 있는 그들에게 단지 서류를 떼기 위해 나의 가족사를 떠벌려야한다는 사실이요.

뭔가 너무 슬프고 우울한데 뒤늦은 점심을 먹으러 비싼 식당을 갔더니 이물질이 나오고
지쳐서 커피를 마시러 갔더니 테이크아웃 포장을 해주고.
오늘은 그냥, 세상에 대고 대체 나에게 왜이러느냐고 소리치게 만들려고 작정했나봐요.

그 두 인간이 만든 아버지 부채도 사망시점에서 내가 다 승계해서 갚았는데. 내가 어릴 땐 엄마의 노동력을 갈취하고 이젠 나의 돈을 갈취하고..
내가 얼마나 잠도 못자면서 일하는데,
이 쓰레기같은 인연을 제발 끊고 싶은데, 이 개떡같은 법은 왜.. 왜.. 내가 상속인인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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