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낙 옛날 영화지만 뭐 치명적인 스포일러는 일단 없는 걸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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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바쁘다!!!!)



 - 친절한 스타트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광활한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는 우주선을 보여주고, 거기에서 뭔가 하나가 툭 떨어져서 지구로 낙하하는 걸 보여줘요. 그냥 쏘쿨하게 프레데터의 정체를 밝히고 시작하는 거죠. 장면이 바뀌면 헬리콥터 한 대가 어딘가의 정글에 도착합니다. 승객들은 주지사님이 이끄는 특수 부대인데 인질 구출 전문팀인가봐요. 귀하신 정부 요인이 (별다른 설명이 없는) 반정부군 같은 애들한테 붙들려가서 구출해내야 한답니다. 그래서 우리의 주지사님은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록키 친구 아폴로씨의 리드를 따라 작전에 뛰어드는데, 이 친구는 CIA 요원이고 뭔가 감추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정글로 출동한 주지사 팀은 괴상망측한 상태로 죽어 있는 시신들을 발견하게 되고, 숲속에선 누군가가 이들을 열감지 카메라로 감시하고 있죠. 그러다 마주친 반정부군을 화끈하게 다 죽여버리고 복귀하는 길에... 드디어 사냥이 시작됩니다.



 - 굉장히 80년대스러운 영화입니다. '게임의 법칙'과 관련된 핵심 설정을 제외한 부가적 정보들은 그냥 다 과감히 생략하죠. 위기 상황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그냥 고풍(?)스럽구요. 적병 두어명의 등 뒤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적병들이 카메라쪽을 향해 슬로우 모션으로 다이빙하는 식의 액션 연출이라든가, 팀 동료들의 '진짜 쏴나이'식 후까시라든가. 보고 있으면 그냥 추억이 방울방울 날리고 터지고 막 그래요.



 - 근데 동시에 굉장히 깔끔하고 날렵하게 할 얘기만 하고 빠지면서도 실속은 잘 챙기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막 들어요. 예를 들어 이 팀원들의 경우, 출동 장면에서 헬리콥터의 비행을 길게 보여주는 가운데 한 명씩 뭔가 드립을 치거나 그에 대한 리액션을 보여주거나 하는 식으로 성격과 관계를 다 보여줍니다. 구구절절 사연 같은 건 전혀 없지만 영화 내용상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다 전달이 되고 그런 부분들을 이후 전개에서 다 써먹어요. 특히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주무기와 그 캐릭터의 성격을 연결짓는 부분은 정말 머리를 잘 쓴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용상 별다른 드라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썰렁하단 느낌은 들지 않더라구요.


 주역(?)인 프레데터를 다루는 방식은 '죠스'와 비슷합니다. 프레데터가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서는 건 한 시간 사십분 짜리 영화의 런닝타임에서 한 시간이 지난 후에요. 그 전에는 열감지 카메라와 시체들로 분위기만 잡죠. 전반부는 숲속 탐험 놀이와 반정부군과의 액션으로 때워서 분위기를 띄워주고, 사냥이 시작되면 프레데터의 능력들을 하나씩 하나씩 새로 풀어가며 빠르게 팀원들의 시체를 쌓아나가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요.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사냥 타임 중에 계속해서 국면 전환을 넣습니다. 어디가서 각본상 받을 스타일의 각본은 아니어도 장르 오락물로서 갖춰야할 기본을 정말 잘 갖춰 놓은 각본이더라구요. 보면서 조금 감탄했습니다.



 - 살짝 억지를 부리면 같은 감독이 다음 해에 내놓은 '다이하드'와도 닮은 데가 좀 있어요. ㅋㅋ 정글 = 빌딩, 프레데터 = 브루스 윌리스, 주지사팀 = 그루버 패밀리라고 생각하면 말이죠. 능력있는 팀이 열심히 계획 세우고 폐쇄된 공간에 들어가서 작전 수행하는데 얘기치 못한 존재가 끼어들어 숨어다니면서 하나씩 하나씩 처단. 서로 죽이려고 날뛰는 가운데에 뭔가 묘한 교감을 느끼고, 마지막엔 '남자 대 남자!!' 분위기로 일 대 일 한 판 승부.

 네. 억지인 거 압니다. 근데 그냥 우겨보고 싶었어요. ㅋㅋㅋ



 - 암튼 종합하자면 의외로(?) 캐릭터빨 빼고도 만듦새가 탄탄한 80년대 오락물입니다.

 경제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잘 짜여진 각본도 좋고 이후의 추가되고 덧붙여진 세세한 설정 없이 걍 미스테리한 괴물로서만 존재하는 프레데터의 분위기도 그럴싸하구요.

 저처럼 몇십년 동안 각종 매체로 지겹도록 접하고도 정작 영화 본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각잡고 관람한 적 없는 분들이라면 호기심 해결 차원에서 한 번 보실만 합니다.

 특별히 취향에서 벗어나는 소재만 아니라면, 꽤 잘 만든 영화였어요.




 + 주지사님과 록키의 아폴로 크리드씨를 제외하면 당시에나 이후에나 크게 성공한 배우는 없는데요. 팀원 중 하나로 출연한 '셰인 블랙' 이름이 왠지 익숙해서 찾아보니 리쎌웨폰 1편의 각본을 쓰고 아이언맨3을 연출했던 그 분이었군요. 오오 (나름) 능력자... 다만 본인이 직접 각본 쓰고 감독한 2018년 버전 '더 프레데터'는 평이 영 별로네요.



 ++ 뭐 꼭 굳이 넷플릭스로 안 봐도 되는 것 같습니다. 화질도 그냥 HD 화질이고 사운드도 5.1이 아니에요. 하지만 넷플릭스에 있는데 굳이 다른 데서 볼 필요도 없긴 하겠네요.



 +++ 감독 존 맥티어난은 90년대에 짦은 전성기를 보낸 후 2003년 이후로 연출작이 없는 상태인데, 지금은 뭔 SF 액션 영화를 준비 중인가 봅니다. 우마 서먼이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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