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이가 들면 혼자선 뭘 해도 삶이 재미없는 이유는 이거예요. 남자는 자신만을 위해서 하는 일에서는 재미를 못 느끼기 때문이죠.



 2.어렸을 때는 그렇거든요. 과천도서관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점심시간에 나와서 간짜장 한그릇 먹고 오락실에 가서 킹오파 몇 판 해도 재밌어요.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하나 사서 벤치에서 먹고 벤치에 그대로 누워서 하늘만 봐도 만족스럽고 평화로웠죠.


 아니면 점심이나 저녁 둘중 한끼를 포기하고 돈을 아껴서, 김밥천국에서 스페셜정식을 먹는 것도 좋았고요. 그러나 이제는 게임을 해도 맛있는 식사를 해도 호젓한 곳에 여행을 떠나도 꿀꿀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사람들을 부르거나 모으거나 해야만 하는 거죠.



 3.'나이가 들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라.'라는 말이 있죠. 대충 맞는 말이예요. 하지만 나는 저 말을 조금 다르게 이해해요. 대부분의 사람은 사실 나이를 커버할 매력이 없다는 거죠. 나이에 맞게 처신하라는 뜻보다는 '젊은애들은 아무도 너라는 인간에게 관심이 없다. 너의 화술에도 몸뚱아리에도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나이든 사람들이 환영받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지갑뿐이다.'라는 뜻으로요.


 나이가 들어도 강동원처럼 매력이 있거나 백종원처럼 유머감각이 있다면 그 사람이 지갑을 안 들고 나타나고 충분히 환영받을 수 있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는 거죠.



 4.휴.



 5.그래서 내가 돈 얘기를 자주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나이가 들면 사람들에게 들이대지 않아도 사람들이 먼저 내게 들이대는 경우는 대개 나의 지갑이 필요하기 때문이니까요. 가오를 지키면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가 돈이거든요. 아직 잘 모르는, 새로 만난 사람들에게 먼저 들이대면 거절당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싫어할 수도 있어서...먼저 들이대는 건 좀 무서워요. 걔네들끼리 무슨 뒷담을 해댈지 알 수가 없잖아요?


 물론 그렇게 자리를 여러번 가진 후엔 그곳의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내가 얻어먹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돈을 충분히 쓰고 나의 재밌는 면을 보여줄 기회를 얻은 후에야 가능한 거죠. 그 전에는 어림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 관용구는 조금 바꾸는 게 좋겠죠. '나이가 들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라. 네가 강동원이 아니라면.'으로요.



 6.하지만 요즘은 그래도 강동원이나 김태희 같은 놈들이 아주 부럽지는 않아요. 흔히 '부디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십시오.'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예쁘고 젊은 여자들이 많이 듣는 소리죠. 한데 사람들이 몸만 오길 바라는 사람이 '자리를 빛내 주는' 사람이라면 지갑을 여는 사람은 '자리를 책임지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 자리를 책임지는 사람이 자리를 빛내 주는 사람보다 더 중요해지는 케이스도 많아지고 있고요. 


 그건 나이가 들수록 그래요. 어렸을 때는 '파티를 빛내 주는'사람이 되어보고 싶고, 그런 사람에게 더 선망을 품을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 '파티를 책임지는'것에서 점점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남자는. 여자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역시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파티의 주역이 되고 싶어하는 성향이 남아 있는 거 아닐까 싶어요. 이건 다음에 써보죠.



 7.휴...나가야 하는데 비가 오네요. 어제는 돌아오는데 비가 오더니...우산은 정말 가지고 나가기 싫은데 2시간 안에 비가 안 그치면 어쩔 수 없이 나가야겠네요.


 이게 문제예요. 요즘은 저녁 약속이 있을 때마다 빈둥거리고 있다가 늦게 외출해버려서, 점심을 늦게 먹게 되거든요. 점심을 늦게 먹고 거의 바로 또 저녁 약속을 가게 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서...미리미리 점심을 먹어두는 버릇을 들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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