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과 주말...

2020.07.25 08:13

안유미 조회 수:410


  1.불금을 보내고 나니 불안하네요. 마감을 해야 하거든요. 그냥 백수로 살 때는 시간이 넘쳐나는데, 마감이란 걸 정해두면 놀 때마다 돼지저금통을 깨서 놀러다니는 아이의 기분이 된 것 같아요. 


 시간이란 건 많을 때는 물쓰듯 낭비하게 되지만 없을 때는 마치 어린 시절 돼지저금통에 꼭꼭 넣어둔 소중하고 얼마 안 되는 돈처럼...너무 소중한 거죠.



 2.휴...빌어먹을 돈을 너무 많이 썼어요. 아무리 나라고 해도 돈을 너무 많이 쓰면 아까워요. 돈이란 게 그렇거든요. 더 많은 돈을 더 짧은 시간 안에 써버리면 그 순간만큼은 매우 좋아요. 마치 중독자가 코카인을 적당히 못 그만두고 코가 헐어 버릴 때까지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현타가 오는 법이죠. '돈을 너무 많이 썼다.'라는 말을 한 몇년만에 해보는 것 같네요.



 3.그런데 유흥이란 건 어쩔 수 없어요. 상대에게 '부추켜지는'강도가 너무나 강하거든요. 옷이나 액세서리를 사러 가면 '손님에게 정말 잘 어울려요.'정도의 말로 압박이 들어오지만 그것뿐이잖아요? 그냥 안 사고 지나가거나 적당한 걸 살 수 있어요. 왜냐면 판매자가 '그렇게까지 상대를 부추키려는'짓은 안 하니까요. 잘 어울린다...꼭 사셔야 한다라는 정도의 말만 하지 부추키거나 애교부리거나 도발하거나...온갖 수법을 다 쓰면서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아요.


 하지만 유흥은 그게 너무나 심하단 말이예요. 사실 유흥이란 건 백화점의 쇼핑과는 달리, 그곳에 와서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돈을 쓰고 있는 상태예요. 백화점처럼 샾에 들어와서 둘러보다가 그냥 나가는 그런 일은 없어요. 그곳에 머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돈을 지불한 상태인거죠.


 한데 유흥이란 건 그 상태에서도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미친듯이 유혹받는단 말이죠. 유혹일 수도 있고 호승심일 수도 있고 연민일 수도 있고...남자의 여러가지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유발시키면서 어떻게든 돈을 더 쓰도록 만드는 거죠.



 4.휴.



 5.하긴 이건 옷가게도 어쩌면 마찬가지일지도요. 내가 옷가게의 큰손님이 되어 본 적이 없으니까 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요. 한데 별로 이름도 없으면서 비싸기는 더럽게 비싼 부티크들은 손님 몇 명이서 먹여살린다고 하잖아요? 그런 부티크의 큰손님이라면 마치 유흥처럼, 굳이 사줄 필요도 없는 옷을 시즌별로 사주면서 디자이너를 먹여살려 주는 관계일 수도 있겠죠.



 6.하여간 주말엔 미친듯이 작업을 해야만 해요. 하지만 이런 것도 괜찮아요. 나는 뭐든지 아슬아슬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잘 하니까요.


 문제는 지금 시간이 진짜 없어요. 일단 지금부터 8시간은 자야 하는데 그럼 이미 토요일 저녁이고, 그럼 주말은 사실상 토요일 밤이랑 일요일만 남는 거니까요. 그걸 감안해보면 여유부리면서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예요. 



 7.휴...하지만 우울하네요. 옛날에 알던 사람들이 잘 안되어 있으면 그들 걱정을 하느라 우울해요.


 그리고 옛날에 알던 사람들이 잘 되어 있어도 걱정이예요. 왜냐면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거든요. 주위 사람들이 잘 되면 그들보다 더 잘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우울해지곤 해요. 왜냐면 그들보다 잘 되고 있는 상태가 아니면 그들을 축하해 줄 수가 없어서요.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는 없는 나자신을 마주하면 너무 슬플 거예요. 어쨌든 그래요. 사람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84
112925 금을 지금 팔아야 할른지 고민이네요. [3] 산호초2010 2020.07.25 688
112924 2차 가해를 자초한다는 표현 [45] daviddain 2020.07.25 1429
112923 [천기누설][스페셜] 윤석열을 보면 전두환이 보인다 (with 유시민) [26] 왜냐하면 2020.07.25 985
» 불금과 주말... [1] 안유미 2020.07.25 410
112921 [KBS1 독립영화관] 식물생활, 화목한 수레 [1] underground 2020.07.24 296
112920 [게임바낭] 폭망의 아이콘, MS의 게임쇼가 있었죠 [9] 로이배티 2020.07.24 636
112919 Carole & Tuesday 보신 분 있으신가요? [3] iggy 2020.07.24 288
112918 듀게 오픈카톡방 [3] 물휴지 2020.07.24 320
112917 소스라치다. 왜냐하면 2020.07.24 409
112916 외로움은 인류의 바이오 리듬입니다 휴먼 [3] 예상수 2020.07.24 435
112915 전 사실 카일로 렌을 은밀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12] Lunagazer 2020.07.24 797
112914 진짜 어이 없는 일입니다만.. [7] 칼리토 2020.07.24 1201
112913 뒤늦게 올리는 엔니오 모리꼬네에 관한 개인적인 추모글 [9] crumley 2020.07.24 563
112912 뉴 뮤턴트 오프닝 씬과 새 예고편이 공개됐습니다 [13] 부기우기 2020.07.24 444
112911 새 스타워즈 시리즈는 2023년이군요 [14] 폴라포 2020.07.24 535
112910 [초바낭] 사무실 간식도둑(짜증주의) [18] 쏘맥 2020.07.24 1072
112909 근데 라스트 제다이 말이죠. [9] 잘살아보세~ 2020.07.24 523
112908 [아마존 프라임] 저스티파이드 시즌2 [4] 노리 2020.07.24 506
112907 스타워즈가 오늘 웬일로 흥하니까 (?) 써봅니다. 시퀄이 망한 이유. [16] googs 2020.07.23 770
112906 박원순의 죽음과 진실 [83] Sonny 2020.07.23 251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