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이게 무려 1996년 영화였네요? ㅋㅋ 런닝타임은 98분이에요. 약한 스포일러는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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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포스터는 이 버전이 아닙니다만. 걍 이게 더 예뻐 보여서. ㅋㅋㅋ)



 - 줄거리 소개가 필요한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도 간단히 말하자면 미네소타의 시골 마을에 사는 소심 찌질 자동차 딜러 아저씨가 자기 사업 자금을 성질 더러운 장인에게서 뜯어내기 위해 어둠의 사람들을 고용해 아내를 납치 시키는 게 발단이죠. 근데 이 찌질남도 모자라고 어둠의 사람들도 모자라고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모자라서 일이 꼬이고 커지고 심각해지고 어두워지고. 그래서 컴컴하고 끔찍하지만 동시에 웃기는 블랙 코미디. 뭐 이런 영화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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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질남 연기의 교본을 보여주신 윌리엄 H 메이시 영감님)



 - 제목에 적어 놓았듯이, 드라마 파고를 시작했는데 1화의 중간쯤 보다 보니 영화판의 내용이나 캐릭터, 분위기를 제가 거의 다 까먹어 버렸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어떡할까... 하다가 시즌 여럿 되는 드라마 보면서 내내 찜찜해하느니 그냥 지금 다시 보지 뭐. 이렇게 됐습니다.

 근데 이게 참 오랜만에 보는 것이고, 또 26년이나 묵은 영화인 것인데요. 재밌어요. 98분이 60분처럼 후딱 사라지더군요. 심지어 이걸 보고 바로 드라마를 이어서 봐서 그런지 드라마가 살짝 허접해 보입니다? ㅋㅋㅋ 어쨌든 다시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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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부세미도 당시엔 정말 종횡무진 수준으로 다양한 영화들에 뛰쳐 나왔죠.)



 - 워낙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 워낙 많은 이야기를 해 온 영화라 무슨 얘길 해도 김이 새는 느낌이니 걍 개인적인 이야기나 주절주절 해보려구요.


 일단 제가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게 대략 24년쯤 될 거에요. 분명 두 번 이상은 봤는데 21세기엔 안 본 것 같거든요. 그래서 기억이 흐릿해진 가운데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하얀 양말을 신은 스티브 부세미의 귀여운 발 장면. 두 번째는 '야?'로 시작해서 '야!'로 끝나는 미네소타 사투리(?)요.


 근데 세월이 흐르고 다시 보니 부세미의 귀여운 양말은 그냥 그랬는데. '야??'는 다시 봐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더군요. 처음엔 그냥 '맞아 이것 때문에 많이 웃었지'하고 흐뭇하게 듣다가 나중엔 '아 근데 진짜 많이 하네 ㅋㅋㅋㅋㅋ' 이러면서 빵빵 터졌어요. 영어도 못하는 놈이 영어 사투리 개그에 웃다니 이것도 참. ㅋㅋ

 제가 이 영화를 친구들이랑 한 번 보고 누나랑 둘이 한 번 보고 그랬는데요. 그래서 같이 영화를 본 놈들끼리 한 며칠간 계에속 그거 따라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야? 야~? 야!! 야!? 야... 야!!! ㅋㅋㅋㅋㅋ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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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역시 이 영화로 가장 주목 받고 가장 크게 성공하신 분은 바로 이 분!! 지금 보니 어찌나 앳되신지... ㅋㅋ)



 - 90분 남짓 되는 영화에 1/3이 지나고 난 후에야 진짜 주인공이 등장하는 형식이었죠. 

 당시엔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뭔가 되게 명탐정 같은 느낌이었는데, 다시 보니깐 그저 성실하고 꼼꼼하게 자기 일 하는 동네 경찰이더군요. 첫 등장씬에서 이것저것 정황을 정확하게 추측하는 장면이 인상 깊어서 내내 그런 식이었던 걸로 기억이 왜곡된 듯. 

 지금와서 보면 애초에 범죄자들이 집단으로 몽땅 다 모자란 놈들이라 여기저기 단서를 질질 흘리고 다니는 수준이었고, 그 와중에 성실함으로 무장한 주인공이 그걸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받아 먹어서 특별한 추리 같은 것 없이도 수월하게 범인을 잡게 되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이 형사님의 진짜 역할은 저 모자란 범죄자놈들과 대비되는 '정상인'이었던 걸로. 업무 처리 능력도 정상적이면서 멘탈이 아주 건전한 방향으로 정상인이죠. 막판에 '난 도대체 너희들이 이해가 안돼!!! 그깟 돈 때문에? 대체 왜????'라고 외치는 대목에서 '아 이 분은 이런 걸 위한 캐릭터였구나'라는 생각이 확 들더군요. 진짜 진부하고 고루한 대사잖아요. 근데 캐릭터의 대비와 배우님의 좋은 연기 덕에 저 고루한 대사가 가슴에 팍팍 꽂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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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에서 온 장인 어른. 쉬지 않는 팩트 폭격과 탁월한 매정함으로 주인공을 위기로 몰고 가십니다.)



 - 그러고보면 이 영화는 코엔 형제가 완전히 거장으로 인정받고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작품이었죠.

 이 작품 전에도 천재 소리 듣고 극찬 받는 게 일상이었던 건 맞는데. 이전까지는 뭐랄까... 좀 영화 오타쿠의 유희스런 이야기나 형식들을 많이 썼던 걸로 기억해요. 이전의 영화들이 기발하고 정교하고 재밌긴 한데 그냥 겁나게 머리 좋고 아는 거 많은 애들의 '유희' 같은 느낌이 있었다면 이 영화에서부터 뭔가 진중한 느낌을 전해주는 스타일로 변화했던 것 같구요. 

 만약에 코엔 형제가 이 영화 이전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었다면 '파고'의 주인공은 아내 팔아먹는 찌질한 남편이었겠죠. 아니면 범죄자 2인조였거나. 실제로 시작도 그렇게 되지만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사건에 뛰어들면서부터 톤이 확 달라지고 결말에서도 씁쓸한 정서 같은 게 확실히 남아요. 그리고 전 그게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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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극장 입구에 스틸샷으로 많이 걸려 있던 장면이죠. 추억은 방울방울.)



 - 뭐 더 길게 얘기해봐야 뭐하나 싶고요.

 호오옥시라도 아직도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한 번 보세요.

 코엔 형제, 영화제에서 사랑 받는 거장들의 대표작 이런 거 다 신경 끄고 그냥 봐도 웃기고 재밌는 영화거든요. 

 오래된 영화라서든, 감독들의 부담스런 네임 밸류 때문이든 무슨 이유로든 놓치면 아까운 작품입니다.

 심지어 요즘 코엔 형제 영화들 보고 재미 없었던 분들도 이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그냥 '야~?' 만 듣고 있어도 즐겁습니다. ㅋㅋㅋㅋㅋ




 + 전 정말로 스티브 부세미가 너무 좋습니다. ㅋㅋㅋㅋㅋ 이 분 때문에 보드 워크 엠파이어도 봐야 하나 다시 한 번 고민이...



 ++ 생각해보면 스티브 부세미의 귀여운 양말 장면(...)이 당시엔 나름 꽤 잔혹한 장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젠 그 정도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느낌?



 +++ 이 영화 이후로 비슷한 플롯의 영화들이 되게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별 거 아니지만 그래도 범죄는 범죄... 인 일을 가볍게 보고 시작했다가 불운에 불운이 겹쳐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엔 모두 멸망으로 끝나는. 그 수많았던 영화들 중에 전 '심플 플랜'을 되게 좋아했습니다. 샘 레이미가 더 이상 천재 악동 소리를 못 듣게 되었던 시절에 나온 소소한 영화들이 이상하게 전 되게 좋더라구요. '케빈 코스트너의 사랑을 위하여', '심플 플랜', '기프트' 요렇게 세 편 다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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