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프롬 어스' 를 봤습니다.

2022.08.17 13:43

thoma 조회 수:663

맨 프롬 어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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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쉔크먼 감독, 제롬 빅스비 각본.

이 영화는 누가 추천한 것은 아닌데 우연히 다른 영화 검색하다 배경 지식 하나 없이 보게 되었습니다. 

듀게의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고 보신 분도 많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왓챠에서 봤어요.

sf 영화입니다만 포스터에 보시는 sf 스러운 그림은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두막에서 역사학, 인류학, 고고학, 생물학, 심리학 교수들이 모여 주인공 올드먼 교수의 송별 모임을 합니다. 올드먼이 왠지 주저하면서 농담인 듯 진담인 듯 던진 말이 시초가 되어 말많은 직업을 가진 분들답게 모임은 토론회 비슷하게 이어지게 되어요. 그리고 이 대화는 계속됩니다. 어디까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요. 이런 영화 많죠. 얼마 전에 로이배티 님 올리신 '매스'도 있고 '대학살의 신'도 있고 아직 안 봤지만 올리비에 아사야스 '논 픽션'도 그렇지 않은가요? 둘러앉아 대화만 하는 걸로 이루어진 영화 말입니다. 보통 이런 영화는 그 대화에 인물들 사이의 사연이 숨겨져 있어서 대화가 드라마를 전개시키는 전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영화와도 달라요. 인물 간의 드라마 같은 건 없습니다.(마지막의 중요한 증거를 뺀다면요)  대화의 '내용'만이 중요합니다.


죽지 않고 14000년을 계속 사는 사람이 자신의 지난 날을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풀어놓는 이야기입니다. 중반 이후까지 그 이야기들은 각종 관련 서적에 나오는 지식들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실제로 겪었음직한 구체성으로인해 다른 등장 인물이 당연히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농담인가 듣다가 이의와 반박을 더하며 진행하다 보니 쟤가 미친 것 같지도 않고 받아들여야 할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영화가 삼분의 이 정도 진행되었을 때 폭탄같은 진술이 나오면 각본가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관객들은 짐작하게 됩니다. 인물이 불사한다는 전제는 일단 내려놓고 지금까지 이들 사이에 오간 이야기들을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수긍했다면 이 지점에서 주인공이 겪었다고 하는, 실제 사실은 이러했다, 라는 진술도 수긍하는 게 맞을 겁니다. 그 내용은 기독교에서 성경 구절을 절대시하는, 무지에서 생기는 독실함에 폭탄을 터트리는 것입니다. 교수들 중에 강성 신자가 한 명 있어서 기독교의 불교 기원설 같은 것이나 기독교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지점을 파괴하는 진술을 못 견디게 되고 결국 주인공이 얼버무리는 식으로 모임을 끝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알게 된 건데 시나리오 작가가 유명한 사람이더라고요. 오랫동안 각본을 다듬었고 죽기 직전 완성했다네요. 스티븐 스필버그가 완성되면 자신이 만들어 보겠다고 했으나 작가의 아들은 그런 걸 모르고 그냥 본 영화 감독에게 맡겨서 이렇게 소박한 영화가 탄생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더군요. 지금이라도 스필버그가 오두막을 벗어나서 주인공이 가 있는 현장들이 펼쳐지는 영화를 만들어 주시면 좋을 것인데.

혹 관심이 가시면 좁은 오두막 거실에서 인물들의 대화만으로 내내 진행되는 영화도 볼만한 심적 정서적 여유가 되시는 날 시도해 보시길. 

아래 사진은 '니 말 맞나 확인해 보자'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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