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2월 개봉이었다네요. 런닝타임은 88분. 스포일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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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터 느낌이 상당히 좋습니다만. 고화질이 없군요. 제목 폰트 좀 거시기하구요.)



 - 엄마, 딸, 아빠가 나온 가족 사진이 보이며 나레이션이 깔립니다. 울 아빠는 죽을 때까지 뭔 누군지 모를 여자 얼굴을 그렇게 열심히 그렸다네요. 장면이 바뀌면 그야말로 감탄사가 나오는 난감한 cg와 함께 허허벌판에 서 있는 거대 은행나무 두 그루가 보여요.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 한 쪽을 열심히 째려보니 번개와 함께 작살이 납니다. 또 장면이 바뀌면 갑자기 이범수가 괴상한 술 달라 노래를 부르고 있고... 심혜진이... 아 관두고요. 어차피 이 영화 스토리는 저만 (잘) 몰랐을 텐데 뭔 설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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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의 눈부신 cg를 맛보아랏!!!)



 - 무려 20억대(!!)의 대예산을 들여 본격 한국형 블럭버스터 환타지를 만들어 보겠다! 며 튀어나온 영화였죠. 사실 그 전에 '구미호'가 있었지만 아마 그것도 같은 회사였던 것 같고. 그게 처참하게 망했는데 이런 걸 또 만든 신씨네 신철씨의 담대함에 뤼스펙트를. 근데 신씨네는 지금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회사는 아직 존속 중인 것 같은데 영화는 안 만든지 한 세월인 것 같고...


 암튼 참 여러가지 의미로 '역사적인' 영화였다는 생각이 보는 내내 들었습니다. 이후로 지겹도록 듣게 되는 '한국형 블럭버스터' 성공의 시조. 강제규의 K-헐리우드 영화 역사의 시작. cg나 특수효과 쪽에 한국 영화판이 본격적으로 신경 쓸 수 있게 된 영화이기도 하구요. 게다가 이거 무려 19금입니다? ㅋㅋ 가만히 따지고 보면 호러 터치가 이렇게도 강한데 그만큼 흥행한 것도 신기하구요. 덧붙여 '아무 장르물 + 신파'라는 흥행 공식도 이 영화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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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매력 캐릭터 둘이서 나름 매력적 캐릭터 둘의 인생 망쳐 놓는 이야기... 입니다. 네, 정말로요.)



 - 뭐 당연히 요즘 기준으로 보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구립니다. 배우들 연기도 아직 '방화'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 했구요. 각본은 레퍼런스들이 막 눈에 띄는 가운데 '아이디어'들은 나름 주렁주렁 매달려 있지만 디테일이 개판이라 그게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되질 못하구요. 그 시절 기준 간지 난다고 생각했을 멋부린 장면들은 요즘 보면 참 구수하기 짝이 없지요. 게다가 스토리 자체가 별로 재밌지가 않아요. 잘 해야 30~40분짜리 환타지 앤솔로지 에피소드 하나로 끝나야할 법한 이야기를 80여분으로 만드느라 자꾸 늘어지구요. 설명충스럽게 지나치게 길게 이어지는 대사들도 난감하고 또 뭐뭐...


 근데 지금와서, 요즘 기준으로 이런 걸 지적하는 건 좀 가혹하달까, 무의미하달까 그렇죠. 그래서 다 그냥 관대하게 보았습니다만. 그래도 꼭 지적하고 싶은 것 한 가지는, 강제규가 아직은 그렇게 훌륭한 영화 '감독'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겁니다. 제작비나 흘러간 세월이나 한국의 영화 제작 환경이나... 이런 걸 다 떠나서 기본이란 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장면과 다음 장면을 이어 붙이는 편집이 너무 구려요. 무의미한 샷들이 너무 많고 요 장면 조 장면으로 넘어갈 때 뚝뚝 끊기는 느낌이 너무 많이 나요. 다 좋게 봐준다 해도 이건 꼭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진짜 영화가 내내 흐름이 끊겨요. ㅋㅋㅋㅋ 아. 덧붙여서 그 '은행나무 침대'의 디자인도요. 왜 그렇게 흉물스럽게 생긴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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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못 생겨서 이렇게 불타 버릴 때 쾌감이!!!)



 - 그래도 생각보다 장점들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전설의 레전드 캐릭터 '황장군'은 (뭐 당연히 요즘 성 관념에 비추어보면 많이 후집니다만) 확실히 시각적으로는 간지가 납니다. 영화의 세월 대비 덜 촌스럽구요. 신현준의 스모키 아이라인도 찰떡 같이 잘 어울려요. ㅋㅋ 그 시절 사람들 인식 기준으로 생각할 때 여성팬들의 불타는 사랑을 받을만 했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나름 카메라 워크 같은 걸 세련되게 (라기 보단 사실 헐리웃스럽게) 잡으려고 애 쓴 티가 많이 나구요. 종종 '뭐 이런 장면에서까지 그렇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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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 영화에서 짱 먹은 건 황장군. 이 분이죠. 요즘 기준 너무 인성 구리긴 하지만 그 시절 영화에 너무 따지지 않는 걸로. ㅋㅋ)


 또... 뜻밖에도 심혜진의 캐릭터가 좀 재밌더군요. '좋다'라기 보단 좀 재밌었습니다. 클라이막스에 이 양반이 하는 짓을 생각해 보세요. 남편이 월식 때 잠깐 예쁜 귀신이랑 바람 좀 피우고 오겠다는데 그 일 자체엔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니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 없는데, 그렇다면 또 사람이 죽었다 깨어나는 일이 벌어질 테니 자기는 병원에 가서 자기 자른 병원장 앞에서 그걸 증명하겠대요. 그렇게 해서 추락한 자기 명예와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거죠. 우와 쏘쿨!! 프로페셔널!!! ㅋㅋㅋㅋ 생각해보면 그 조금 전 장면도 웃겼어요. 한석규가 황장군 얘기 듣고 혼비백산해서 달려와선 "자기야 나 목숨이 위험해! 내가 전생에...", "아이 씨 난 지금 내 경력에서 인생 최악의 날이거든!!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지 당신이 알아!!!?" "아, 아니 제발 내 얘기 좀 들어부아~~ 내가 지금 목숨이 위험...", "당신이나 내 말 들어!! 난 이대로는 못 살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영화에서 가장 (진심으로) 재밌는 장면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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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이러는 역할이 다일 줄 알았던 심혜진의 예측불허 호쾌함에 빠져들었습니다.)



 - 암튼 뭐 이제와서 이러쿵 저러쿵 이 영화를 장면장면 뜯어가며 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쯤에서 마무리하구요.

 솔직히 말해 요즘에 봐도 재밌는 영화. 와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오히려 뭐 하나 빠짐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물고 뜯고 씹고 즐기기 딱 좋은 완성도에 가깝죠.

 하지만 그 시절에 한국에서, 그 척박한 바닥에서 이런 걸 만들려고 시도했고 그걸 또 이 정도 완성도로 만들어냈다는 거. 그래서 이후 한국 영화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요즘 한국 장르물판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거. 이런 걸 생각하면 나쁜 소리를 할 수가 없는 영화였구요. 또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 와중에 장점이랄만한 부분도 조금은 남아 있었구요.

 재밌는 영화를 본다... 라기 보단 '사료'를 읽는 기분으로 보게 되었습니다만. 어쨌거나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드디어 저도 이걸 봤다고요!!! ㅋㅋㅋㅋ




 + 진희경은 참 예쁘더군요. 비록 캐릭터는 무매력이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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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조삼모사 드립을 치고 싶어지는 구도의 짤입니다만.)



 ++ 한석규가 진실을 찾아 떠나는 장면에서 타는 버스가 제가 그 시절에 서울에서 술 먹고 전철 끊겼을 때 종종 타던 버스라서 반가웠습니다. ㅋㅋㅋㅋㅋ 301번 만세!!



 +++ 제작비를 그렇게 많이 들이고도 청불로 영화를 만들어 버린 패기가 참 대단했네요. 사실 이게 청불이 될만한 부분이 다 영화 도입부에 몰려 있는데. 1. 성폭행 당하는 여성의 가슴 노출 2. 황장군에게 심장을 뜯기는 강간범 3. 주인공 둘의 소리만 나는 베드씬과 이어지는 한석규의 엉덩이 노출. 이 정도거든요. 근데 대체로 다 쓸 데 없는 부분들이라 걍 잘라내고 15세 정도 받았음 훨씬 더 흥행할 수 있었을 텐데. 좀 이해가 안 가네요. 심지어 이 때 신씨네 문 닫을 위기였다면서요. 강제규의 고집이었을까요?



 ++++ vod 화질이 많이 구립니다. 이 정도로 한국 영화사에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면 누가 신경 좀 써주면 좋을 텐데요. 원본 필름이 맛이 갔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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