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벌써 4년전 영화입니다! 코로나 이후로 한동안 영화 가뭄을 겪어서 그런지 그만큼 묵은 영화 같지 않아요. ㅋㅋ 암튼 장르는 코미디. 런닝타임 1시간 56분. 스포일러는 뭐... 많이 중요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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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참 잘 찍은 것 같아요 이거.)



 - 먼저 1984년의 속초가 나와요. 겨울이고. 꽝꽝 언 호수에서 남자애들이 뭘 하고 있고. 월식 구경을 하고 어쩌고 하는데... 솔직히 그냥 사족 같습니다.

 암튼 갸들이 다 자라서 40대입니다. 가정 꾸리고 애 다 키운 놈도 있고 덜 키운 놈도 있고 이제 결혼할 놈도 있고 그런 일 없는 놈도 있고. 갑부도 있고 그냥 잘 사는 놈도... 뭐뭐뭐. 암튼 이 중 가장 부자인 놈네 집에서 집들이 삼아 커플 모임을 하게 되고. 그러다 한 놈의 제안으로 '지금 이 시각부터 모임 파할 때까지 핸드폰으로 오는 문자, 전화, 파일 등등 전부 공개하기!'라는 무리수 게임을 시작하면서 각자의 비밀이 폭로되고 가정이 해체되고 나라가 무너지고... 뭐 이러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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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다 무너집니다. ㅋㅋㅋㅋㅋ)



 - 다 적고 보니 이걸 왜 적었나 모르겠어요. 어차피 다들 아시잖아요? ㅋㅋㅋ 보신 분들은 당연히 아시고 안 본 사람들도 설정은 다 알죠.

 그게 이 영화의 핵심 같습니다. 컨셉을 되게 잘 잡았어요. 심플하면서도 임팩트 있어서 한 두 줄짜리 소개만 읽어도 기억에 남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 위험성(?)에 공감하며 관심을 가질만한 설정이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와 전개도 무궁무진하죠. 작가 입장에선 일단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엔 각본 쓰기도 그렇게 어렵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브레인 스토밍하듯 '상황'에 대한 아이디어를 막 짜낸 후에 거기에 맞춰 캐릭터들 만들어내고... 물론 그걸 '잘' 짜맞춰 내는 건 이제 당연히 능력자의 영역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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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수씨 연기도 좋고 비주얼도 아름다우신데, 얼굴 뵐 일이 너무 띄엄띄엄 있다는 느낌이네요.)



 - 그래서 그 결과물은 썩 괜찮습니다. 이 아이디어에서 생각해낼만한 것들로 특별히 참신할 건 없지만, 그래도 써먹으면 재밌을 것 같은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고 그걸 사악하게 짓궂은 유머들로 잘 연결을 시켰어요. 핸드폰을 까는 등장 인물이 일곱명이나 되고 이들을 다 다른 성격, 다른 배경, 다른 상황의 인물들로 다채롭게 설정해 놔서 나름 다양한 상황들이 줄줄이 이어지니 지루하지도 않구요. 

 그리고 이런 실내극스런 이야기에 맞게 배우들도 참 잘 캐스팅을 해 놓았죠. 다들 이미지도 잘 맞고 연기도 참 잘 합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보다보면 '저 양반들 즐기고 있다!!' 라는 느낌이 드는. 딱 그런 기운이 느껴져서 웃김과 별개로 그냥 보는 게 즐거운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보면서 웃었던 장면들 중 꽤 많은 부분들은 배우들 파워로 웃지 않았나. 뭐 그런 생각도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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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1980, 1976, 1971년생이 동갑내기 친구로 나옵니다. 좀 심한 것 같은데 영화에선 위화감이 없다는 게 함정.)



 - 다만, 이게 좀 이상한 이야기인데요. 과연 감독은 이 영화를 잘 만들었나? 라고 생각을 해 보면 좀 다른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나오는 소동극이면 상황과 상황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느낌이라든가. 유머와 이야기의 리듬감이라든가... 이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은근히 덜컹거리는 느낌이 많습니다. 실컷 웃기다가 갑자기 아주 K-건전 드라마 갬성이 폭발하며 흐름을 깨는 부분들도 있고.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감안해도 분명히 이야기가 늘어지는 장면들도 적지 않구요. 

 좀 수상해서 런닝타임을 확인해 보니 오리지널인 이탈리아판이나 다른 버전 중 하나인 프랑스판과 비교했을 때 한국판이 20여분이 더 길어요. 아마 이게 원흉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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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전 이거 보기 전까진 송하윤이란 사람을 아예 몰랐는데요. 잘 하시더군요. 역시 역할에 맡게 잘 캐스팅되기도 했구요.)



 그리고 이게 그냥 웃길 땐 재미나고 좋은데 중간중간 심각해질 때마다 좀 진부해집니다. 좋은 배우들이 안간힘을 써서 어떻게든 살려내긴 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종종 티비 연속극의 감동 타임, 내지는 눈물 타임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요. 


 덧붙여서 한국 버전으로의 번안도 그렇게 깔끔하게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상황들이나 대사들이 뭔가 한국 사람들 이야기 같지가 않다는 느낌이 종종 들더라구요. 역시 전체적으론 그렇게 튀지 않는데, '종종' 그런 부분들이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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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진은 제겐 연기보단 예능 캐릭터로 더 기억되는 양반인데, 여기선 괜찮습니다. 기존 이미지 활용을 잘 한 듯.)



 - 어쨌든 배우들은 모두 제 몫을 다 합니다. 대체로 본인들 이미지에 어울리는, 혹은 그런 기존 이미지를 활용해서 써먹는 캐릭터들로 아주 잘 캐스팅 되어 있구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윤경호나 송하윤 같은 배우들도 잘 했어요. 오히려 그 낮은 인지도 덕에 '원래 저런 느낌' 이란 생각이 안 들어서 더 잘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우연인진 모르겠지만 이 둘은 이 이야기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결백한, 좀 피해자에 가까운 포지션들이어서 상대적으로 정직한(?) 연기들을 보여주는데 그게 역할에 잘 어울렸다는 느낌.


 하지만 역시 제 사심 때문인지 전 염정아가 가장 좋았어요. ㅋㅋㅋ 전 이 분이 약간 어린애처럼 울먹거리고 안절부절 못하는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딱 그런 연기를 아주 실컷 볼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런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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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상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이 두 분입니다. 조진웅-김지수 주인공처럼 시작해서 중반 이후론 내내 이 두 분이 거의 다 해먹어요.)



 - 많은 분들이 하시는 얘기지만 결말은 좀... 그랬네요. 순간 제가 뭘 놓쳤나 싶어서 되감기를 했을 정도. ㅋㅋㅋ

 뭐 이해는 합니다. 마지막에 모 캐릭터가 본인 입으로 영화의 주제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잖아요. 사람들에겐 누구나 비밀이 있고 또 사람은 누구나 생각보다 쉽게 상처 받으며 그런 사람들이 감당하기에 핸드폰이란 너무 완벽한(?) 물건이다. 그러니까 결국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고 그 비밀은 적당히 묻어두고 살아가는 게 인간적인 거다... 그런 얘긴데요. 그 메시지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을 하겠으나 이 결말은 이야기상 그 난장판 덕에 그나마 일생의 위기에서 벗어난 모 캐릭터의 상황을 다시 시궁창으로 처박아 버리는 것이어서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사실 이 이야기 속에서 등장 인물들이 당하는 봉변은 거의 자업자득에 가까운 것들인데, 거기에서 거의 벗어나는 캐릭터를 그렇게 해 버리니 음. 뒷맛이 불쾌했어요. 그렇게 불쾌하게 만들면서 '그냥 이러고 사는 게 좋은 거야' 라고 말을 하니 도저히 공감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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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설마 했었죠. 굳이 뭐 이럴 것까지 있었나... 싶었구요.)



 -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강력한 아이디어 하나와 적절하게 엮인 이야기, 그리고 적절하게 캐스팅된 좋은 배우들 덕에 충분히 재밌게 완성된 이야기였습니다.

 다만 뭐 되게 완성도 높은 영화냐... 라고 묻는다면 그건 좀 아닌 것 같았구요.

 특히 잘 나가다가 독기를 다 빼 버리고 '좋은 게 좋은 거!'를 외치는 결말은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보는 내내 피식 낄낄 허허 거리며 즐겁게 봤으니 많이 나쁜 말은 하지 않겠어요. ㅋㅋ 

 다른 나라 버전들은 어떻게 바꿔놨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뭐 적어도 연이어서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다시 보는 수고를 해가면서까지 확인하고 싶진 않네요. 먼 훗날 언젠가 보는 걸로!!! 그리고 염정아 만세!!!! 입니다.




 + 듀나님 말씀대로 영화보단 연극이 더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어요. 연극으로 봤다면 뭔가 어색한 한국 현지화 패치도, 사실 극도로 부자연스러운 게임 설정이나 전개도 다 그러려니 하며 보고 넘어갔겠죠. 



 ++ 스포일러 피하려고 일부러 설명 안 하겠습니다만, '12살 연상' 이라는 극중의 어떤 설정과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 간의 괴리감이 영 괴상했는데요. 찾아보니 원래는 연하였군요. 배우의 애드립이었는데 너무 웃겨서 걍 그대로 넣었답니다. 근데... 그걸 그대로 넣을 거면 나중에 그런 장면(?)을 넣으면 안 되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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