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선생 잡담

2023.10.13 18:26

돌도끼 조회 수:260

우리가 아는 강시라고 하는 존재는 중국 상서 지방의 간시전설(강시 아니고 간시)에 기원하고 있습니다. 강시라는 단어 자체는 좀 더 범위가 넓지만 청나라 관복을 입고 이마에 부적 붙이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그 강시의 이미지는 상서간시에서 온겁니다.

홍콩에서 강시영화는 30년대에 처음 나왔고, 50년대 중후반 쯤에는 나름 인기장르가 되었는지 [만리행시] [강시복수] [상서간시기] [강시월] 등의 여러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나온 강시영화들은 지금처럼 강시가 정형화 되어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60년대 이후가 되면 강시영화가 거의 제작되지 않게되면서 70년대에는 두어편 정도가 나온 모양이예요.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그나마 넷상에 검색이라도 가능한게 70년대 이후 영화들이라 그 이전 영화들은 잘 모르겠고... 70년대에 나온 강시영화 중에 제가 아는게 두편뿐인 거죠ㅎㅎ

그 두편의 영화는 곽남굉의 [소림형제](원래 제목은 [상서검화유혼]이고 소림사와 1도 관련없는 영화ㅂ니다)하고 유가량의 [모산강시권]입니다. 두 영화가 다 상서간시 전설을 각색한 영화들입니다. 또 두 영화는 이전까지 호러 장르였던 강시영화에 무술영화를 결합시켰다는 공통점이 있고, 그중에 [모산강시권]은 쿵후코미디이기도 합니다.

이런 영화들에 영향을 받아서 홍금보가 [귀타귀]를 기획했다고 해요.
[귀타귀]는 도교 오컬트 소재의 호러와 쿵후코미디를 결합했단 데서 [모산강시권]의 후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모산강시권]도 [신타]의 속편격으로 나온 영화예요. [귀타귀]는 [신타]의 영향도 강하게 받았죠.(단 [신타]는 호러는 아닙니다)


[신타]와 [모산강시권]은 같이 묶어 시리즈로 취급이 되지만 둘 사이의 연결점은 도교 오컬트를 소재로한 쿵후코미디라는 것 밖에 없습니다. [신타]는 일종의 강신술이 소재였고 [모산강시권]은 강시 소재. 만약에 또다른 속편이 나왔더라면 강시말고 또 다른 소재를 채택했을 듯...

[귀타귀]는 [신타] 시리즈처럼 영화 하나에 한가지만 집중한 게 아니라 온갖 것들을 만물상처럼 때려넣은 영화라서 그중 하나로 강시도 잠깐 나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나중에 강시영화가 워낙에 유행을 하다보니 지금은 [귀타귀]에서 잠깐 나오는 그 강시 장면만 부각되어 아예 [귀타귀]가 강시영화인 걸로 잘못 알려져있죠. 80년대 이전 홍콩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부족하다보니 [귀타귀]가 강시영화의 원조라는 오해도...

[귀타귀]는 강시영화는 아니지만 80년대 강시영화 르네상스에 불을 당긴 도화선의 발화점이라고 볼수는 있습니다.([모산 강시권]등은 70년대 영화니까...ㅎㅎ)
80년대초 홍콩에서는 오컬트 소재 영화들이 대유행하고 있었고 홍금보도 그속에서 [귀타귀]와 그 후속작들에 해당하는 영화들을 연달아 제작했습니다. [신타]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내용상으로도 소재상으로도 이어지지 않고, 도교 오컬트 소재 작품들이란 공통점만 있습니다.
82년 [인혁인] 84년에 [인혁귀] 그리고 이어서 85년에 [강시선생]이 나옵니다.

[귀타귀] [인혁인] [인혁귀]. 제목에 어떤 흐름이 있어서 관련작이란 걸 눈치챌 수가 있죠. 하지만 [강시선생]은 완전히 동떨어진 제목이니, 이게 같은 계열이란 걸 알려주기 위해서 홍콩대만등지에서는 개봉당시 홍보에서 '[귀타귀]>[인혁인]>[인혁귀]>[강시선생]'이라는 계보를 강조했었습니다. 글구는 우리나라에 개봉했을 때도 수입사에서 그 홍보문구를 아무 생각없이 복붙하는 바람에... [인혁인]은 국내에서는 [속 귀타귀]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었고 [인혁귀]는 알려져있지도 않았었더래서... 당시 그 광고를 봤던 사람들은 대체 [인혁인][인혁귀]가 뭔가?....했었죠ㅎㅎ
[강시선생]이 워낙 대히트해서 이후로는 [강시선생]의 속편이 나와 시리즈화 되면서 이 계보는 끊어집니다만...


[강시선생]은 85년 가을에 홍콩보다 몇달 앞서 대만에서 [잠깐 호흡정지]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강시를 만나면 숨을 참으면 된다'는 설정이 이 영화에서 처음 나온 모양이예요. 대만업자들은 그 아이디어가 신선해서 원제보다 더 잘먹힐거라고 생각했나보죠. 뭐 [강시선생]이란 제목이 좀 밋밋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대히트했고, 몇달뒤 개봉한 홍콩에서도 역시 대히트. 그리고는 홍콩과 대만에서 아류작들이 줄줄이 쏟아져나오며 80년대를 강시영화의 시대로 만들어버렸죠.

또 몇달 지나 86년에는 일본에서 [영환도사]라는 제목으로 개봉해서 강시 붐을 일으킵니다. 이 영화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도 이때 일본발 기사를 생각없이 베끼고 있던 국내 영화잡지를 통해서였죠.(당시 소개문구가 '세상에서 제일 웃기는 공포영화') 이 '영환도사'라는 일본산 조어가 아직도 국내에선 원제 [강시선생] 보다 더 잘먹히는 것 같습니다.
이때 일본에서의 강시붐이 범상치 않아서 일본 업자들이 대만에 발주해서 [헬로강시](유환도사) 시리즈가 만들어졌을 정도였죠.

대략 이시기쯤에 국내에 '생과 사'라는 엉뚱한 제목으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는데, 이 물건은 아무래도 정식 경로로 들어온 것 같지는 않고, 당시 비디오란게 소수의 '있는 집'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국내에 정식 공개된건 87년 상반기. 이미 영화팬들 사이에서 '영환도사'란 이름으로 꽤 알려진 영화였지만 원제 [강시선생]으로 개봉합니다.(그래서 전 처음엔 [강시선생]이 바로 [영환도사]란 걸 몰랐어요ㅎㅎ) 그랬으면서 또 홍보에는 일본애들이 했던걸 그대로 들고와서 썼어요. 그래서 강시영화들이 들어오던 초기에는 광고에서 '콩시'란 말을 업자들이 밀었더랬었죠. 일본에서 써먹은 홍보를 그대로 재활용한 겁니다만, 전달오류가 있었어요.
일본에서 강시를 '쿙시'라고 합니다. 광동어 발음이 일본어화된 거죠. 콩시는 그럼 뭐냐면 '간시'의 광동어 발음이 일본어화된 겁니다.

간시는 도사가 앞에서 딸랑이 흔들면 뒤로 시체들이 일렬로 서서 콩콩 뛰어다니는 거, 그걸 간시라고 한답니다.(상서 지방에 그거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나...) 쿙시는 발음하기 힘드니까 좀 더 귀엽게 들리는 콩시를 대신 민게 아닌가 싶은데, 그랬더래도 유행은 못한 거 같네요. 사람들이 다들 걍 강시라고 한 것 같으니...


[강시선생]의 히트 이후 중국어로 영화만드는 동네가 다 대동단결해서 강시영화를 찍어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대량생산된 강시영화들 중에 원조인 [강시선생]을 넘어설만한 건 하나도 없었죠. [강시선생] 본가 시리즈 속편들도 포함해서.
[강시선생]은 강시 하나만 판게 아니고 처녀(?) 귀신도 양념으로 넣고 있었는데 아마 거기서 [천녀유혼] 같은 귀신영화 유행이 갈라져나오지 않았나 싶기도...

강시 영화는 두가지로 나뉩니다. 임정영이 나오는 것과 안나오는 것. 임정영이 나오는 영화가 퀄리티가 좀 나았던 편이죠.
[귀타귀]에서는 악덕경찰로 나왔던 임정영은 [인혁인/속귀타귀]에서 처음으로 모산도사역을 했고, 그 캐릭터를 유용해 다시 모산도사로 나온 [강시선생]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주로 무술감독으로 활약했지 배우로서는 조연/단역/대역을 했었죠.
[강시선생]에서 카리스마와 귀여움을 겸비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았습니다. 워낙에 특징이 강한 얼굴이라 기억하기도 쉬웠고요(그래서 엑스트라로 참여한 초기 영화들에서도 임정영 얼굴은 찾기가 참 쉽습니다ㅎㅎ)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에 나왔을 때 겨우 30대 초반이었습니다. [강시선생]의 구숙 역할 이후 늙수구레한 도사역으로 이미지가 고정되어버렸지만 돌아가셨을 때도 겨우 40대 중반의 나이였어요. 너무 일찍 가셨죠. 공교롭게도 임정영이 세상을 떠났을 시기쯤부터 강시물의 붐도 수그러든 것 같습니다. 이분이 그냥 장르 그 자체였다고 해도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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