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87분입니다. 검색 결과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걸 보면 판본이 여럿 있나 본데 왓챠에 있는 게 가장 짧아요.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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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공룡들과 나란히 놓아둬도 위화감이 없을 비주얼 때문에 영화 속 빌런으로 제격이건만 본격 악어 영화는 성공한 게 별로 없다는 기분이 문득.)



 - 동물원 악어 쑈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용감한 악어 전문가가 뭘 보여주려고 하다가 헛다리를 짚고 악어에 물려요. 사방이 피칠갑이 되지만 구경꾼들은 태평하게 '아 뭐 연출 좀 하네'라며 구경을 하네요. 그리고 부모와 함께 온 어린 소녀 하나는 그 꼴을 보고도 돌아가는 길에 아기 악어 하나를 기념품으로 사 갑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아빠는 왠지 모르게 버럭버럭 화를 내며 악어를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버리고. 아기 악어는 하수관을 지나 지하 거대 하수도에 떨어지네요.


 세월이 흘러 현재. 그러니까 조금 전이 대략 20여년 전이었나 본데 설명은 없습니다. ㅋㅋㅋ 암튼 토막난 사람의 신체 일부가 발견이 되구요. 사실상 연쇄 살인 사건인 듯 한데 이게 계속 하수도 근처에서 벌어집니다. 사연 많은 고독한 형사님이 이 사건을 맡고 수사하는데... 아함. 뭐 더 설명할 게 있나요. 아까 그 악어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11미터가 넘는 거대 악어가 되어서 사람을 잡아 먹으러 다니고 그걸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님의 활약을 보여주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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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유명한 배우는 없지만 다들 영화 톤과 성격에 맞게 잘 합니다. 너무 열연을 하지도 않고, 또 티나게 느슨하지도 않고.)



 - 그러니까 기본적으로는 고전 B급 SF 호러들의 인기 설정을 갖다 쓰는 흔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무슨무슨 폐기물, 오염 물질을 먹고 거대하고 강력해진 동물 이야기요. 그런데 이게 미국에선 꽤 인기였다는 도시 전설과 결합이 된 거죠. 도시의 하수도에 숨어 사는 악어 이야기. 그런데 영화의 이야기 진행이나 연출 방식 같은 건 또 '죠스'를 벤치마킹합니다. 대략의 기본 컨셉은 이렇게 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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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의 보도 블럭을 깨고 튀어나오는 거대 악어!!! 근데 생각해보면 대체 저 아래는 무슨 공간이기에...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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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미니어쳐 촬영 씬 같은 것도 꽤 그럴싸하고. 또 이렇게 가끔 나오는 군중씬 비슷한 것도 안 촌스럽게 잘 찍어놔서 영화가 그렇게 저렴해 보이지 않습니다.)



 - 뭐 제가 본 것보다 7분이 더 붙어 있다는 버전을 못 보고 하는 얘기라 좀 애매합니다만. 어쨌든 제가 본 걸 기준으로 말하자면 이야기는 대단히 헐겁습니다. 근데 그게 그 시절 B급 무비스러운 헐거움이죠. 니들이 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도시에서 악어가 사람 잡아 먹는 거 구경하려는 거잖아? 그러니 그 쪽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좀 쉽게 갈게?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참으로 과감한 과장과 생략이 계속해서 벌어져요. 


 예를 들어 후반부에 등장해 조력자가 되는 여성 과학자는 도입부에 나왔던 그 아이가 자란 겁니다. 그럼 자기가 키웠던 악어랑 재회를 한다는 설정인 건데 이야기에서 그걸 저언혀 안 써먹어요. 그 과학자는 끝까지 그 악어가 그 악어인 걸 알지도 못해요. ㅋㅋ 그리고 주인공에겐 과거에 어떤 비밀스런 사연이 있고 그게 캐릭터의 성격에 영향을 주거든요. 근데 그걸 살짝 언급만 하고 대충 흘러가다가 나중에 한 장면에서 가만히 앉아 대사로 줄줄줄줄 설명해 버리고는 그냥 넘어갑니다. 거의 매사가 이런 식이라 피식피식 웃게 되는 부분들이 많구요.


 당연히 개연성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도시 전체가 난리 법석인데 그 거대한 악어가 시내를 활보하는데도 다들 그걸 못 찾아서 난리구요. 후반에 등장하는 악어 사냥꾼은 분명 시에서 고용한 건데 모두의 무관심 속에 혼자 돌아다니구요. 마지막 악어와의 일전도 그렇습니다. 크게 말이 되는 대결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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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복수를 받아라 이 빌런들앗!!!!!)



 - 아 근데 이게 또 재밌습니다. ㅋㅋㅋㅋ


 위에서 언급 했듯이 이 영화에서 거대 악어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시종일관 '죠스'의 연출 방식을 그대로 따라해요. 그러니까 본체를 잘 안 보여주고 악어 시점을 보여준다든가, 그림자만 보여준다든가, 구체적인 액션은 생략하고 그 직전과 직후의 장면을 그럴싸하게 연출해 이어 붙여서 위압감을 준다든가... 하는 식인데요. 의외로 이게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저렇게 대충대충 흘러가도 액션들은 괜찮습니다.

 게다가 B급 무비답게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은 또 화끈하게 보여줘요. 클라이막스 직전의 파티장 난입 장면 같은 게 그렇죠. 사실 스케일이 막 큰 건 아닌데, '백주대낮 높으신 분들 파티에 난입한 거대 악어'라는 괴이한 상황이 임팩트를 주고요. 또 자비심 없이 화끈하게 다 물고 뜯고 삼키고 부수는 묘사들이 줄줄이 이어져서 참 호쾌하단 생각이 듭니다. 기대보다 훨씬 좋은 볼거리였구요.


 의외로 유머 감각이 좋습니다. 계속해서 심각한 주인공에게 자꾸만 '너 머리 벗겨지고 있...' 이란 식으로 시비를 거는 주변 사람들이라든가. 진지 심각한 장면에서 갑자기 쌩뚱맞게 튀어 나오는 개그들이 매번 적당히 웃겨주니 이게 이야기는 바보 같아도 이걸 쓴 사람들은 똑똑하구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영화를 무시하지 못하게 됩니다. 나중에 찾아 보니 각본이 존 세일즈였군요. 허허. 


 그리고 옛날 영화스럽게 살생부가 되게 정직한 게 또 장점입니다. 이게 이야기가 좀 좌파스럽거든요(?) 기본적으로 인간의 동물 학대 - 동물의 권리 이야기를 중심축에 놓고 흘러가는 이야기구요. 또 이 악어 난리가 금방 해결되지 못하게 만드는 게 거대 기업과 권력자의 결탁 때문이구요. 이런 식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아주 가볍게 바탕에 깔고 가는데 이런 나쁜 놈들 때문에 죄 없는 희생자들이 막 생기지만 또 결국 마지막에 나쁜 놈들은 다 죽습니다. ㅋㅋ 악어가 지능이 뛰어나서 원수 갚으러 다니는 이야기도 아닌데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어쨌든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아주 정직 단순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는 점에서 괜찮은 살생부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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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요. 제 컴플렉스걸랑요. 머리카락 얘긴 좀 자제해 주시죠? 라는 주인공님 개그가 애달픕니다.)



 - 아무리 그래도 심각하게 따지고 들 성격의 영화는 아니고 하니 이 정도만 얘기하고 끝내겠습니다.

 그냥 정직한 그 시절 B급 장르물입니다. 딱히 새로운 것도 독창적인 것도 없고 영화의 구성도 '우리 취향 고갱님들에게 최대한의 만족을 주자'는 식으로 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걸 생각보다 꽤 잘 했습니다. 이상하게 허허실실 웃기는 캐릭터와 대사들. 들인 제작비 대비 은근 고퀄의 액션 장면들. 어쨌든 심심할 틈 없이 한 시간 반을 달려주는 이야기 전개. 이 정도면 B급 영화들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1980년이 아니라 21세기의 관객들이라도 대부분 괜찮게 보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수작이었네요.

 사실 이걸 어린 시절에 티비 방영으로는 토막 토막 봐 버려서 '언제 한 번 제대로 봐야지...' 하다가 이제사 본 건데요. 그 시절에 제대로 보지 못한 게 많이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그 때 제대로 봤다면 훨씬 재밌게 봤을 테니까요. ㅋㅋ 하지만 뭐, 지금의 감상도 꽤 좋았다는 거.




 + 엘리게이터와 크로커다일이 애초에 다른 종류라는 걸 알게된지 얼마 안 됐는데요. 둘 중에서 엘리게이터는 비교적 성품이 온화하고 이유 없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러죠. 불쌍한 엘리게이터. 더러운 헐리웃 놈들 때문에... ㅠㅜ



 ++ 극중 박사님과 박사님 모친의 통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네요.


 엄마 : 야 너 내일 학교 가야지. 교복은 챙겨놨니?

 박사 : 엄마, 내가 선생님이야!!


 이 개그의 원조가 이 영화였던 것입니까!! ㅋㅋ 아님 훨씬 더 오래된 고전 유머였던 걸까요. 아마도 후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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