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장학금.

2010.12.27 11:21

자본주의의돼지 조회 수:3065

0. 곽노현의 교육감의 교복 자율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몇몇 사이트 반응을 보니... 의외로 교복 자율화 반대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전 당연히 만장일치 찬성이 대세일줄 알았거든요.(지금 분위기는 반반이네요.)

특히나 정치적 사안이 나올때 왼쪽에 가까운 의견을 내보이던 사이트들에서 이래서 좀 놀랬어요.

이유는 사복을 입게 되면 아이들간 빈부격차가 여실히 보이게 된다는 거죠.





1. 하고 싶은건 교복 이야기가 아니고... 빈부격차 하니깐 생각난 어렸을 때 받았던 장학금이 생각났어요.


중학생 때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한테 주는 장학금을 받은적이 있어요.


어떤 독지가가 형편 어려운 친구들 도와주라는 거죠.


참 고마운 일이죠.


근데 당시 저는 이게 참 싫었어요.


이유는 아침 조회시간(TV 조회)에 장학금 명목으로 그걸 공개적으로 주는데,


사실 제 성적이 전교 1,2등 하는 것도 아니고, 반에서 7-8등이나 10등 내외를 왔다갔다하는데...


이게 성적 장학금이 아니란건 눈치 좀 있는 애들이면 다 아는 거죠.


당시에 운동장조회, TV조회 2가지를 그날 날씨나 기타 여건을 고려해서 하는데...


하필이면 이건 TV조회를 해서... 운동장 조회면 몇몇은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는걸 그냥 클로즈업까지 시켜서 다 알게 됐죠.




그때는 알량한 자존심에 이딴 도움 필요없으니, 쪽팔리게 좀 하지마세요.


애들 보기 창피해~ 이런 마음이 많았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장학금 없이도 학교다니는데, 사는데 문제도 없었고요.


다만 제가 선정된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가정이라, 담임이 가정환경조사서 보고선 특별히 선정해준 덕이 컸죠.


거기다가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듣고 받기 싫다는 저를 설득하셨고, 그걸 반항하지 못했고요.

(뭐 어머니 입장에서야 가정형편이 어렵진 않더라도 혼자 버시면서 이런 꽁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땡큐할만한 사안이긴 하죠.)




막상 장학금을 받고 나니 평소 저랑 친한 친구 3-4명만 무슨 장학금이냐고 묻고,


저는 '나도 잘 몰라...' 이러고 그냥 넘어갔었네요.


대충 친구들 눈치보니 뭔지는 다 아는거 같지만, 제가 곤란해하니 깊게는 물어보지 않고요.






결론은 제가 먼 미래에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 됐을 때,


저는 제 위신 안 세워줘도 되니, 몰래 도움주라고 하고 싶어요.


물론 저 처럼 쓸데없는 자존심 따위는 없는, 좀 더 대범한 친구가 장학금 수혜자가 될 수도 있지만요.


만에하나 천에하나 저 같은 스타일의 학생이라면 작은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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