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무릎팍도사, 라디오스타..

2011.04.07 01:01

being 조회 수:4037

1.

 

무릎팍은 김태원 2네요. 앞부분을 못 봤습니다. (예능데뷔부터 봤어요.) 유료다운로드를 또 해야하나!! 고민 중.

 

제가 본 부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김구라와의 만남을 이야기 한 파트. 

 

"(김구라를 보며..) 그렇게 가난한 사람은 처음 봤어.. 양복도 짧고..소매도 쭈글쭈글하니 다림질도 안 되었고..."

 

부활 음악에 대해 '그게 무슨 락이냐!' 욕을 한 김구라에게 한 대 먹이러 갔다가, 김구라의 가난하고 초라하고 찌질하고..하여간 참으로 비참한 김구라의 모습을 보고 "아..나구나.."싶어 그냥 술 한잔 하고 친해졌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사람은 성격대로 살면 안된다는 걸 그 때 느꼈다. 평소 성격대로 화를 벌컥 냈어봐. 못 친해졌지.' (그랬으면 라디오스타 추천도 못 받았을테고..) 하는 말..

 

사람들이 왜 김태원을 좋아하는지 알려주는 사건 같았어요. 이 사람은, 비참한 사람을 보면 '어휴 인생이 불쌍하다..'가 아니라, '아..예전의 (지금의) 나네...' 하는 생각부터 하지요. 그 공감이 너무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김태원에 대해 안심할 수 있어요. 열등감과 찌질함과 비참한 내 모습을 보여도 '혐오'나 '동정'이 아니라 '공감'을 받을 것 같은.. 그래서 김태원을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거죠.

 

추가로, 김태원이 자신의 일기를 낭독할 때 새삼 생각한 것.. 이 사람은 예술적 기질이 타고났나.. 싶었어요. 정말 책을 거의 안 읽었을 것 같은데. (<밤이면 밤마다>에서, 지금까지 책 한권을 끝까지 다 읽은 적이 없다..고 했고. 뭐 이 분 특성 상 뻥일 수도 있지만 ㅋ) 감수성과 어휘의 사용이, 정말 시인 같아요. 스스로 즐겨쓰시는 단어 처럼 참 '아름다운' 느낌.. 정말 타고났나? 혹독한 수련의 결과라고 하는데, 그 혹독한 수련이 긴긴 시간에 걸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일기? 아니면 열등감에 가득 찬 어린 날과 지독한 실패와 인생의 바닥을 여러 차례 기어다니며, 그 때 마다 다시 부활하며 '역경 후 성장'을 여러 차례 이루어낸 데서 오는 인간적인 깊이인가?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지만...김태원은 멋져요. 참 멋있어요.

 

 

2.

 

그리고 김구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봅니다. 부글 부글 끓고 있었을 열등감과,  먹고 살기 위해 타인을 비난해야 하고, 타인을 비난하면서 스스로의 열등감과 분노, 사회에 대한 울분을 분출하듯 쏟아내었을 그 시대의 그를... 전 무서워서 그 당시 그 사람이 했던 욕설들을 듣지 않았어요. 듣다 보면 너무너무 화가 날까봐.. 그런데 생각해보면, 김구라가 그 당시 가장 까댔던 사람들이 혹여나 김구라에게 와서 '왜 그랬냐!'고 화내면서도 '밥 한끼 먹자'고 관심을 보였더라면, 김구라는 정말 홀딱 넘어가서 그 사람과 친구를 먹었을거라는 생각을 해봐요. (그러고보니 김구라가 대인배라며 칭찬한 여자연예인 한 명이 그러지 않았나요?) 김태원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을 때 금방 친해졌던 것 처럼..

 

김구라의 과거는 용서받기 힘들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의 김구라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예능인 <라디오스타라>의 성격을 규정하는 존재라는 느낌이에요. 인생의 바닥과 현실의 쓴 맛을 제대로 겪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수성이 자유롭게 분출되는, 속물적이고 가식 없지만 그럼에도, 혹은 오히려 그렇기에 생각외로 깊이가 있는 프로그램. 실제로 루저가 되어본 적이 있거나, 혹 인생의 큰 굴곡은 없었더라도 그런 이들의 마음을 머리로나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MC로 있는 프로그램. 김구라는 라스의 성격과 가장 잘 맞아요. 덕구 아빠도, 라스 출연 초창기에는 정말 라스 분위기에 잘 맞았지요.(그 당시에는 병풍이냐며 DC에서 쌍욕을 먹었던 것 같지만.) 정말 하늘 꼭대기까지 치솟았다가, 인생의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기어올라오기 시작할 무렵 라스에 등장하셨으니까.  지금도 인생의 밑바닥을 통과 한 사람 특유의 분위기가 여전히 어려있어요. 그래서 미워할 수가 없어요. (하긴 원래 미워하기 힘든 이미지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인생에 대해 강연을 했을 때, 들으면서 울컥했어요. 그 강연 정말 좋았어요. (이경규 강연도 좋았고 ㅋㅋ)

 

 윤종신은 원래 분위기를 잘 맞추는건지 모르겠지만 라스에 위화감없이 잘 섞이는 느낌. (머리가 정말 좋으신 듯..) 아..그러고보면 후배들에게 '음악가이면서 왜 품위 떨어트려가며 예능을 하냐!'며 늘 비아냥의 대상이 되곤 하는군요. '밤이면 밤마다' 출연 주제는 '난 찌질한 남자가 아니다!'였고. 생각해보니 대단한 분이에요. 음악적 능력이 탁월한 사람인데도, 예능에서는 남의 것에 빌붙는 개그, 찌질, 회(-_-), 깐죽 등 이방--;; 같은 이미지이고, 그걸 꾸준히 체계적으로 고수하고 계시니까. 라스에 위화감 없을 수 밖에 없군요. 뭔가 스스로 아래로 내려온 느낌? 금전적으로야 예능 후 더 확 피셨을지도 모르지만, 이미지적으로는...

 

김희철은 왜 김구라 광팬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 얼굴이라면 남자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더 열등감을 느꼈을까? 학창시절에 굉장히 고생을 했나? 아니면 정서적으로 오락가락 ㅋㅋ하는 그 성격 때문에 특이한걸 좋아하는걸까? 그것도 아니면 원래 4차원? - 이 사람은 워낙 특이한 느낌이라 그냥 잘 어울려요 라디오스타에. 아이돌이면서도 아이돌을 까는 박완규 이야기를 잘 넘어가며 듣는 것도 장하다 싶었고.. 그러면서도 자기 그룹 이야기를 할 때는 영락없는 아이돌이고.

 

  

 

3.

 

올밴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무릎팍에 올뺀이 빠지면 정말 섭섭할 것 같은데, 그냥 딱 거기까지에요.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다 편집당한다고 얼핏 나오던데, 왜 편집일까? 분위기 살리는 역할만 하느라 멘트들이 다 비방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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