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훼손, 절단 묘사에 대한 공포를 강하게 느낍니다.

영화, 사진, 만화 같은 시각적인 매체는 당연... 책 등 텍스트로 묘사된 것도 견디기가 힘듭니다.

(전에 무라카미 류의 '인 더 미소 수프'를 멋 모르고 읽었다가 절반 쯤에서 포기,  이 후 3일 간 미슥거림과 텍스트로 묘사된 장면이 아른거리는 현상에 시달렸습니다.)

 

싫어하는 정도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손이 땀이 나고, 속이 미슥거리거나 심장이 격하게 뛰는 증상이 있어요.

심한 경우 심장 박동이 빨라져 가슴께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최대한 그런 장면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매체나 작품은 멀리하고,  짧게라도 신체 훼손이 등장하는 작품은 볼 생각을 아예 접어버립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추격자, 글레디에이터 등등... 어릴 적 부터 보고 싶었던 '저수지의 개들'도 귀를 물어 뜯는 장면이 있다고 들어서 아직 보류 중입니다;;;

 

TV에서 하는 의학드라마도 좀 힘들어요. 수사물을 좋아해서 '신의 퀴즈' '싸인'은 너무 보고 싶었죠.

두 편 다 파일 다운로드 받아서 손바닥만 한 휴대폰 화면으로 봤습니다. 그럼 좀 견딜만 해요 ^^;;;;; (CSI는 접근 금지;;)

 

뭐 그랬는데......

 

문제다, 생각하기 시작한 건 작년 여름 쯤 부터 인 것 같네요.

아시겠지만 작년 여름 쯤 부터 개봉한 영화들이... 신체 훼손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 게 거의 없었어요.

저도 보고는 싶고, 만나는 사람들은 함께 보자 하고... 원만한 문화 생활이 힘들다 싶어지니 개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었습니다.

'나의 한계점을 알고 나면, 지레 겁먹지 않고 좀 편하게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몰라' 싶기도 하고요.

'악마를 보았다'를 봤다간 심장마비로 실려나오지 싶어서 '아저씨'에 도전하기로 하고, 영화를 본 사람의 브리핑을 들었습니다.

(타임라인 어느 지점에 어떤 장면이 나오는 지를 알면, 고개를 숙이거나 귀를 막아 충격을 좀 줄일 수 있어요. 사실 억지로 참는거긴 합니다만;;;)

 

나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극장에 친구와 함께 갔죠.

영화가 시작되니 슬슬 땀이 나기 시작했지만 잘 버텼어요. 시계를 보니 한 시간 경과.

그 때 시계를 보지 말아야 했어요. 영화의 반이 지났다는 걸 안 순간,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왜냐...... 미리 브리핑을 들은 신체훼손 장면이, 아직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겁니다.

앞으로 한 시간 동안, 피의 향연이 시작된다는 걸 알아 버린 겁니다!!

급기야는 가슴팍이 뻐근하게 아파옵니다. 미치겠더라구요. 숨 까지 좀 가빠졌습니다.

 

결국... "미안해. 나 나가서 기다릴께."

 

후다닥 상영관을 빠져나와, 1층의 커피숍에서 친구를 한시간 동안 기다렸습니다. --;;;

 

'아저씨' 사태 이후, 개선 방안에 대해서 고민이 되네요.

일반적인 문화 생활은 좀 가능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게다가 요즘 영화들의 수위도 높은 편이고...

보는 건 고사하고, 영화를 고르기도 너무 힘들어요 ㅠㅠ

(블랙스완이 너무 보고 싶어, 파일을 다운 받아 PC에 아주 작게 띄워 놓고 봤습니다. 미리 브리핑 받은 신체 훼손 장면은 Skip하면서요.

아.... 듬성 듬성 끊여 버리니 긴장감 급감. 긴장감 없는 블랙스완... 재미없어요. ㅠㅠㅠㅠㅠㅠ)

 

어릴 때 훼손에 대한 공포를 느낄만한 트라우마가 있나... 생각해 봤는데 딱히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

 

좀 편하게 영화를 보고 싶을 뿐이예요. ㅠㅠ

완화 방법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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