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더 이글"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로마시대 브리튼 섬에서 로마군대의 젊은 지휘관이 아버지가 전투중 잃어버린 군단 깃발을 찾아서 로마지배영역이 아닌 북쪽(아마 켈트족 영역)으로

들어가 겪는 모험 이야기입니다. (결국 군기를 되찾는 것으로 해피엔딩이고 노예였던 젊은 현지인 포로와는 서로 목숨을 구해주며 친구가 됩니다)

이 영화장면 중에서 현지인들이 잠입한 로마인을 식별해내는 방법에 대해서 잠깐 나오는데, 바로 "턱"입니다.

로마군인은 정규장비로 투구를 쓰는데, 오랫동안 투구를 쓰면 턱끈자국이 턱에 남는 모양으로, 현지인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 로마 탈영병도 자기 턱을 보여주면서 로마군이"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사실 로마군인이라고 하루 종일 투구를 쓰는 건 아닐테고 무슨 몸에 자국씩이나 남을까 싶기도 했는데, 오늘날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되겠지라면서  근거가 있겠지라고 생각했지요.

 

이번에 조선의 전투?라는 책을 읽었는데, 임란 중엔 조선인인척 하는 왜인이나 왜인인척 하는 조선인의 사례가 모두 있었고, 그 경우 조선인인가 왜인인가 식별하는 방법중에

"귀를 봐서 귀뚫은 자국이 있으면 조선인이다"와 "이마가 눌린 자국이 있으면 조선인이다"라는 두 가지가 있더군요. 이마에 눌린 자국이란 조선시대 성인남자가 썼던 망건을 말하는 것이어서

이해가 갔는데, 귀 뚫은 자국이 식별표지였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아, 물론 전에 조선시대 남자귀걸이는 중기까지 매우 흔했고, 조정에서 금지해도 없어지지 않았던 풍습이며, 이순신도

귀걸이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란 얘기는 어디선가 보았는데, 실제로 귀걸이가 피아식별표식으로까지 쓰일 정도로 광범위한 유행이었을줄은 몰랐어요. 

 

생각해보면 근대 이전에는 각 크고 작은 문화권 마다 한 눈에 "우리"와 "너희"를 구별할 수 있는 문화적 표식/장치가 참 많았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만약 어떤 현대 한국인이 아무런 단서없이 객지에서 죽는다면 우리는 그를 비슷한 얼굴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엇으로 식별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DNA검사같은 것으로는 개인에 대한 유전정보는 잘 알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 국적이나 문화권은 정확히 알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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