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늘 나이키로고만 봐도 달리고 싶은 사람이었죠. 그러나 지난 늦가을, 운동화 하나 새로 장만하겠다고(그래놓고 만만한 스웻셔츠와 겨울 트레이닝복 일습을 장만하려) 들렀던 **스퀘어의 나이키 매장에서 저는 한숨만 쉬고 그냥 나옵니다. 몇 개의 러닝화를 신고 후드티를 입어봤지만 이건 돈지랄을 핑계로 나이키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던 저의 예의를 철저히 반하는 디자인에(제가 아무리 단순한 기능성을 추구해도 그렇지 나이키 이번 시즌은 진짜 ㅜ.ㅜ) 실망했어요. 바로 옆에 면한 아디다스 매장을 망설이며 들어 갔다가 제가 아무리 간지에 목숨걸지만 그래도 옛정을 무시하지 않는 일관성있는 사람이라 자부했음에도... 결국 제 손엔 아디다스 운동화( 최고가였지만 운좋게 세일중이었던)와 스텔라 맥카트니의 퍼포먼스라인 점퍼를 일부 깔별로 디자인별로 들고 나와 헬스클럽에서 너무나 잘 신고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도 굳건했던 나이키사랑이 이렇게 일순 무너졌던 건 아디다스 세일과 포인트 점수라는 무시못할 메리트도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던 스텔라 라인이 저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는 뒤늦은 발견이 주는 길티플레져라고 애써 변명해봅니다만...? 거듭 말하지만 개인적 취향으론 이번 가을겨울 시즌 나이키 너무 했어요. 예상치 못햇던 아디다스 매장 직원들의 친절도와 나이키 매장 직원들의 무심한듯 시크한 불친절한 태도는 당일의 케바케에 맡기겠습니다만...(이런 적은 저도 처음;;;)

 

   2. 살면서 그동안 진짜 운이 좋았던 걸까요?  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여고시절 바바리맨 몇 번 목도한 이후 근 nn년만에 처음으로 성추행을 당할 뻔했어요. 불과 며칠 전 엄청 추웠던 퇴근길에, 그닥 늦지도 않은 저녁 7시 남짓 퇴근길 한창 러시아워인 **역 가는 길 한복판에서. 얼핏 봐도 키가 190cm에 달하는 거구의 어떤  미친* 한테요. 지하철역 거의 다 와서 마주치던 인물이라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던 중 방심하고 일별한 눈빛에 뭔가 느낌이 이상한 인물같다고 전광석화처럼 느끼긴 했지만 그 거대한 팔을 뻗쳐 제 가슴을 겨냥할 거라곤 생각못했죠. 기겁한 저는 순간적으로 세상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그 더러운 손이 저에게 직접 닿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은 근 nn년만에 당하는 것이라 심장마비로 죽는 줄 알았어요. 한창 퇴근 무렵이라 저와 반대편 방향 그러니까 그 미친*과 같은 방향에서 오던 여자분들을 향해 저 *끼 미친*이니 조심하라고 일갈하는 것으로 끝난 이 해프닝의 비극은 저와 같은 방향에서 걸어감으로써 이 모든 상황을 다 지켜보던 어떤 아주머니께서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대해 결국은 "저렇게 키도 크고 등치도 큰 놈한테 당해도 누가 어떻게 해?" 라고 말씀하시던 자조에,  씁쓸함을 보탤 수 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건 정말 어떻게 수습도 반격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순간이었죠. 상대방 역시 그걸 알고 저지른, 직접 살이 닿지 않아도 그저 놀래키는 것으도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듯 유유히 걸어갔고 당한 사람만 굴욕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놀란 가슴 쓸어안고 저의 도착역에서 내리니 역시나 멀끔하게 생긴 어떤 신사분께서 그날 신었던 제가 정말 아끼던 브랜드의 구두 앞코를  밟아주는 것으로 저의 운수좋은 날은 끝났습니다.

 

   3. 회사에서 쓰는 제 키보드는 저의 전임자가 쓰던 낡고 오래된(그리고 더러운)  것이라 도저히 쓰고 싶지 않아 집에서 가져간 노트북 대체용 모 브랜드의 새 키보드입니다만, 이게 진짜 미친 건지 제 손톱의 문제인지 제 주요업무 중 하나인 영문 이메일을 쓸 때마다 대문자 소문자를 인식 못합니다. 가령 대문자를 써야할 때 눌렀던 caps키가 소문자에도 적용된다든지 반대로 소문자 써야할 때 적용될 상황에도 대문자가 그대로 나오고 종종 아무런 키가 먹히지 않다가 다다다다다 한꺼번에 됐다가 안됐다가 그럽니다. 그리고 이렇게 에러가 나는 시각은 보통 오후 4시 사이부터입니다. 그전에는 비교적 쓸만하다가 그 시간만 되면 존재감을 드러내며 말썽을 일으키는 키보드를 벼르고 벼르다가 사내 컴도사에게 보여줬는데 이건 뭐 보란듯이 너무나 잘 되는 겁니다;;; 또한 저는 집에서 쓰는 맥북 키보드의 참을 수 없는 말안들음에 대해, 쌍씨옷과 그밖의 격음이 제대로 눌러지지도 않고 인식되지 않음에 해당되는 듀게 여러분이 있다면 얼마나 조언을 구하고 공감을 얻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한때는 주기적으로 네일케어를 받는 제 손톱에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저는 성실한(?) 커리어우먼 답게 짧게 자른 단정한 손톱이거든요. 한 마디로 회사든 집이든 귀신이 붙은 키보드인가 하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네요.

 

    4. 사실 저는 이 동네로 이사온 후 등록한 피트니스클럽이 썩 맘에 드는 건 아니었어요. 이를테면 한달 헬스비는 예전 살던 동네의 근 2배면서 운동기구는 후지기 이를데 없고 더욱이 운동 끝나고 스트레칭할 공간이 마땅찮은 것이 최대의 단점. 그럼에도 집에서 가깝고 해서 이번에 다시 3개월치를 등록한 건, 그렇게 하면 12월 한달을 무료로 해주고 내년 1월부터 3개월을 적용해준다는 뽀나스보다 사실은 스페인의 자라 매장(?) 뺨치는 라운지 뮤직(근 몇 년 출입도 못해본 클럽게이지를 어떻게 알고 충전 시켜주는지;;) 그리고 리모델링을 하여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잘해놓은  습식사우나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는 것이 중요했죠. 그것말고는 저의 눈부신-_- 갑빠 를 만들어 줘야 할 버터플라이 기구조차 너무 후지고 낡아서 분노를 느끼는, 지루하고 익숙하고 혹독한 운동의 나날입니다. 아, 쓰고보니 사소한 무엇 하나 찰지게 맘에 드는 게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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