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파업 이야기

2012.01.30 12:43

7번국도 조회 수:2083

 

안녕하세요. 7번국도입니다.

 

근 1년동안 업무에 죽을만큼 치어서 스마트폰으로 겨우겨우 글을 읽던 제가 이 시간에 한가로이 앉아서

글을 쓸 수 있는건, 오늘부터 제가 다니는 회사의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직장생활 6년차에, 지금 다니는 회사가 3번째 회사이니 연차에 비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생각하는데

파업은 처음이에요. 처음 다닌 회사는, 정규직만 7천명이 넘는 회사였는데 노조가 아예 없었고,

두번째 회사는 규모는 작지만 꽤 강경한 노조가 있었지만, 제가 다니는 동안 크게 사용자 측과 충돌할 일이

없었어요.

 

이에 비해 작년에 이직한 현재 회사는 오래전부터 노동조합이 강성인걸로 유명한 회사이고,

조합원의 이익이 걸린 문제뿐아니라, 정치적 이유와도 결합하여 자주 목소리를 내고 쟁의가 일어나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조합원들의 파업을 대하는 의식이나, 이를 대응하는 비노조원 (대부분 부장급 이상의 자동 탈퇴자)들의

의식 역시 매우 자연스럽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파업에서 사측에 크게 이기거나, 승리에 가까운 양보를 받은 적도

있다고 들었구요. 문제는 가장 최근의 파업입니다. 제가 입사하기 이전엔 2년여 전에 큰 규모의 파업을 진행하였는데,

사측에 패배하였습니다. 파업 39일만에 얻어낸거 없이 (명목상으로는 검토하고 함께 상의하겠다..라지만)

현장 복귀를 선언하고 파업을 종결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당시 파업을 주도했던 존경받던 노조위원장은 해고되었고,

더 큰 문제는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들의 트라우마랄까, 패배주의랄까..싶은 상처가 깊게 남은거 같습니다.

 

이번 파업 같은 경우에, 제가 속해 있는 파트는 파업의 직접적인 이슈와 관계가 없습니다. 다른 파트에 경영진의

부당한 행위들이 도가 지나쳐서 시작된 업무거부가, 노동조합의 총투쟁으로 이어져서 총파업이 되었기에

제가 속한 파트도 조합원으로서 연대의식으로 파업에 참여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속한 파트의 조합원들은 파업과 투쟁에 적극적인 편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오히려 더 골치아프고 파업 직전의 업무강도만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파업으로 대부분의 조합원이

업무에서 빠지는게 예상되던 지난주 후반부터, 부장급 이상들이 감당해야할 실무들에서 구멍이 생길게 뻔해져서,

파업이 시작되는 이번주에 해야할 일들을 금요일 밤늦게까지는 물론, 주말까지 출근해서 미리 해놔야 했거든요.

 

지난주 목요일에 꼬박 밤을 새워서 다음주에 해야할 업무를 마치고, 아웃풋을 타 부서에 인계하러

밤새고 떡진 머리와 추리닝 복장으로 회사 1층 로비를 들어서는데, 타 파트 조합원들이 양쪽으로 도열하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더라구요;;;;; 아는 얼굴도 많은데, 마치 투쟁 이탈 세력처럼 스스로 느껴져서  민망해 죽는줄 알았습니다.

뭐 그래서, 오늘부터 저도 파업에 들어가는데, 오늘 마무리하고 정리해서, 이제 직접 실무에 들어가실 부장님께;;

인계해야하는 업무들이 있어서 일단 회사에 나왔습니다. 내일부터는 업무 현장 대신, 투쟁 현장에 참여해야겠죠.

 

이왕 하는거 회사에 타격을 제대로 주면서 성공적인 파업의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속한 파트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과 지시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었지만, 다른 파트를 대상으로한 경영진의 뻘짓 때문에

회사의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상태, 어디가서 그 회사 다닌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때도 최근에는 종종 있어서

좀 제대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에서 첫 파업 참여를 시작하는 기록을 남겨보고 싶었어요.

 

한줄 요약 : 오늘 부터 전 업무 안합니다.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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