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김두수 2집 복각 기념.

2012.02.28 19:46

유로스 조회 수:891



김두수라는 음악인은 우리나라에서 그와 비슷한 예를 찾기가 불가능할 만큼 무척 특별한 사례입니다.


장르로 봐도 80년대부터 지금까지 프로그레시브 포크를 꾸준히 해온 사람은 김두수가 유일합니다.

게다가 1집부터 최근의 6집까지 거의 30년의 터울이 있는데, 

모두 LP로도 나오고 CD로도 나왔으며, MP3로도 전집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전집을 LP와 CD 둘 다 낸 예도 아마 김두수가 유일할 겁니다.

(과작이기에 가능했던 것도 있겠지만, 일본에 수출하면서 LP도 찍을 수 있었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죠)



작년 말에 1집이 CD로 복각되고, 2집도 저번 주에 발매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음반은 3집이지만, 

김두수의 음반에서는 호오판단이 있을 뿐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2집에 실린 '나비'는 4집에도 실렸는데, 편곡이 꽤나 다릅니다. 

동영상의 '나비'는 4집 버전인데, 저는 둘 다 좋습니다.


 


2집은 동아기획에서 나왔는데, 안타깝게도 결핵으로 입원하면서 활동을 못하는 바람에  홍보를 거의 못했죠.



5집에는 조금 분위기가 다른 곡도 있는데, 바로 '시대는 전사를 거두지 않는다'입니다.



1, 2집은 복각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3, 4집도 다시 찍은지 얼마 안 되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5집은 일본에서 나오는 바람에 지금은 한국에서는 구하기가 좀 까다로워졌습니다. 




2집에는 '신비주의자의 노래', 3집에는 '청보리밭의 비밀' 같은 대작들을 마지막에 넣기도 했습니다.

가사를 음미해서 들으면 참 좋죠.



신비주의자의 노래

                 

나는 저 황홀한 피리 소리를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모른다

그것이 누구의 피리인지는


여기 Lamp 하나가 타고 있다

불꽃의 심지도 기름도 없이


수초 한 포기가 꽃피어 난다

물 밑 바닥에 뿌리 내림도 없이 -


한 송이 꽃이 열릴 때면

대개 수십 송이 꽃이 열린다


달새의 머리는 온통

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비새의 생각은 온통

다음 번 비가 언제쯤 내릴까 하는 것


우리가 온 생애를 바쳐 사랑하는 그는 누구인가


이제 사랑에 흔들리는 것을 그만 둘 시간이다

몸을 묶어 마음을 묶어라

그래서 그대가 사랑하는 내밀한 이의 팔 사이에서

그 몸과 마음이 흔들리도록


구름으로부터 떨어져 내리는 물을 그대의 눈에 가져오라

그리고 그대 자신을 온통 밤의 그림자로 뒤 덮으라

 

(원제 : 한 송이 꽃이 열릴 때면 / 원시 : KABIR 번역 : 류시화)




청보리밭의 비밀


(바람이 불어오면 피리는 숨을 받아 노래를 한다

나의 피리는 내밀한 이의 통로)


밤새가 날아와

그 비밀스런 노래를 부를 때

난 황홀한 꿈의 청보리밭을 거닌다


내 영혼이 꽃 피어나

저 영원한 우주의 화원으로 향할 때

추억처럼 기억될 청보리밭


(청보리밭엔 4월의 파아란 하늘과 깨끗한 햇빛,

그리고 신비로운 모든 것들이 있었다.

마치 언제까지나 생명의 환희와 기쁨을 누려야 할 듯이


아- 청보리는 익고

죽음은 탄생의 축복과 함께 자라는 것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나니...

피리는 말한다

- 소멸의 두려움은 이제 없다 -

청보리들은 열락의 날까지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었다-

춤추었다


아 마침내 금지된 땅의 빛나는 봉헌물

그 수많은 bhakti, bhakil들

하나의 예수, 하나의 부처

하나의 kabir... 하나의 헌신)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머얼리

새벽닭이 울면

난 버려진 녹슨 칼처럼

-쇠진 뒤의 평화-

나는

외로이 침묵에 잠긴다





3월 25일에는 부암동에서, 3월 30일에는 홍대 브이홀에서 공연하고 4월 8일에는 영국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라더군요.


앞으로 더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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