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 여러 공약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공약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었습니다. 이 공약은 그때부터 논란이 되었고, 당선 후에도 문제가 되어 결국 대운하는 추진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4대강 살리기’라는 대체사업이 등장했고, 이 역시 ‘짝퉁 대운하’로 의심받으며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지만 결국 이제 완공단계에 왔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현재 시점 기준으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16개의 보 건설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으로 홍보되는 곳에 최근에 방문해서 홍보관도 둘러보고, 설명도 듣고, 실제 보 주변도 돌아보았습니다.

 

대운하 사업의 성과물을 둘러보며 느낀 점은... 뭐가 됐건 하긴 해야한다는 거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명박 정권은 정말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4대강을 파헤쳤고, 종편 설립을 허가했고,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고, 한미FTA를 발효시켰습니다. 그때마다 많은 반대에 맞닥뜨렸고, 그 선두에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있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우리는 ***를 해서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약속과,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세력의 “우리는 저들이 ***를 해서 나라를 말아먹지 못하게 하겠다”는 약속의 대결구도가 늘 전개되었고요.

 

그 중에 대표격인 4대강 사업 현장을 가보니, 역시 정치판에서는 ‘하겠다’로 접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4대강은 대표적으로 많은 반대에 부딪친 사업입니다만, 그마저도 현재 시점에서 찬성파들은 많은 성과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홍수를 예방했다, 물부족을 해결했다, 수변을 개발, 발전시켜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발전을 이끌었다 등등. 만약 뭔가 안좋은 결과가 난다면? 일단 부정하면 되고요. “과장이고 모함이야.” 정말 빼도박도 못하게 잘못된 게 있다면? 남 탓하면 되죠. “원안대로만 했어도 괜찮았을텐데. 저것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설계가 바뀌어서, 완공이 늦어져서, 하여간 쟤들 때문이야.”

 

생각해보면 각종 선거에서의 그림도 그렇습니다. 가장 최근의 총선에서도, 야당의 가장 큰 전략은 “쟤들 잘못하는거 보셨죠? 이번엔 우리 시켜주시면 쟤들이 더 이상 원하는 걸 못하게 할게요.”였죠. 반면에 ‘쟤들’은 “우리는 ***를 했고, 그 결과 ***가 잘됐다. 잘못됐다는 지적은 극히 일부이거나, 과장이거나, 모함이다.”라고 방어했고요. 이런 싸움은 일단 뭔가 한 쪽이 유리해요. 아무리 극악의 사업이라고 해도 설마 긍정적인 효과가 단 하나도 없기야 하겠습니까. 그것만 홍보하면 되죠. 야권이 승리했다고 평가받았던 지난 지방선거는 그 반대 프레임이 있었죠. ‘친환경 무상급식 하겠다’와 ‘복지 포퓰리즘 막자. 그딴거 못하게 하겠다’의 대결. 하겠다가 이겼죠.

 

연말이면 대선인데... 지금 야당쪽이 대단히 어수선합니다만... 뭔가 “하겠다”는 방향으로 눈에 띄는 한 방을 개발해야 할텐데 말입니다. “이명박 정권 심판하겠다” 말고요. 물론 박근혜 역시 네가티브로 물고 늘어질 것들이 흘러넘칩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이기지 못한다는 건 5년 전에 절실하게 느껴봤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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