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바낭] 일본의 풍경

2012.07.02 22:02

에아렌딜 조회 수:3550

안녕하세요. 에아렌딜입니다.

여전히 일본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장마 굉장하군요. 아니 한국의 다른 지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살던 곳은 사흘 연속 비 오는 것도 드문 곳이었어서.

빨래가 힘들어서 큰일입니다. 또 비가 오니 손님이 적고... 뭐 일이 적어서 조금 일찍 끝나는 건 좋지만 여기가 적자인 건 좀 곤란하군요.


아무튼 오늘은 여기서 본 풍경을 써볼까 합니다.

이곳은 이전에도 썼듯이 고지대로, 주변은 온통 초록빛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가끔 차를 얻어 타고 장을 보러 가거나 뜨거운 물이 안 나올 때 먼 곳까지 목욕하러 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보는 주변의 풍경은 초록 일색입니다. 

그냥 평범한 농촌에 가까울 정도로 한가로운 마을이 종종 보이곤 하는 이곳 풍경이, 어쩌면 한국의 촌마을 풍경과 비슷한데도 특별하게 보이는 것은 여기가 이국이라서일까요.

한국에서 봤던 시골 마을과 다른 점은 뭔가 황폐해보이는 곳은 적고 평탄한 지형이 이어지고 나무들이 정원수마냥 꼭 닮은 모양이라는 것이네요.

무엇보다 길가에 피어나는 수국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일본 하면 수국을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수국은 정말 여러 가지 색깔이 있네요. 파랑, 연분홍, 홍매색, 순백 등 색색깔이 너무나 예뻐서 정말 그루째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국이 정원에 심어져있는 예쁜 집을 지나쳤는데 저런 집에 산다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곳의 집들도 다 아기자기하고 예쁩니다. 도심이 아니라 고층 건물이 별로 없으니 경관이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네요.

지붕이 한국의 양옥집보다 조금 더 지붕이 뾰족하게 솟아 있는데 이런 것도 새롭게 비칩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들을 제대로 묘사하기 힘들다는 것이 아쉽군요.

산처럼 보이는 능선에선 안개가 피어나고 있습니다. 구름이 걸려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어쨌든 근처에는 소나 말이 잔뜩 있는 축사도 있습니다. 가끔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도 보입니다. (축사 덕분에 가끔 축사 쪽에서 나는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근방에서 운전하다 보면 여우나 너구리, 멧돼지나 사슴도 가끔 치이곤 한다는군요.

근처의 풍경이 참 예뻐서 쉬는 날에는 산책이라도 가고 싶은데 멧돼지가 나타나면 어쩌지? 하는 실없는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이곳이 좀 변두리여서 그런지,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한 것 같습니다(뭐 이곳 사람을 별로 접할 일은 없었지만...)

전혀 모르는 할머니가 그냥 마주치자 웃으며 인사를 하곤 하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전화를 해오는 손님들도 자신이 직원인 것마냥 스미마셍을 연발하곤 해서 가끔 제가 더 황송합니다. 물론 안 그런 손님도 많지만.


여기 와서 처음 알았는데 한국에서는 안경을 새로 맞추는 게 1시간도 안 걸리지만 여기선 며칠씩 걸린다는군요. 한국에서 혹시나 해서 안경을 하나 더 맞춰오길 잘했죠.

또 동사무소 같은 곳에서 외국인 등록증을 내주는 게 한달 가까이 걸립니다. -ㅁ-... 게다가 오늘 연락이 왔는데 사정상 한달 추가로 더 걸릴 거 같답니다. 헐...

증명서를 안 떼준다는데 왜 안 떼어주는 거죠? 했더니 '시골이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잉...?



아무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슬슬 조금씩 외로워지곤 합니다.

뭔가 알게 모르게 외로워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럴 때마다 여기가 외국이란 걸 실감합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실감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다들 일단 친절하게 대해줬고..

우울증 약을 3개월치 병원에서 지어 왔는데(사정을 얘기해서 최대한도로 내 주셨습니다) 이걸 다 먹고 우울증이 재발하면 어쩌나 하는 점이 좀 걱정스럽습니다.

게다가 우울증 약을 먹으면 좀 잠이 오는 것 같아서 먹기도 저어됩니다...


쓸쓸함을 견디지 못할 때는 한국에서도 있었지만. 여기선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갈피를 못 잡겠네요.


에고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세탁기에 돌려둔 빨래를 널러 가야겠네요.

그럼 모두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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