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 공감의 시대 - 제러미 리프킨

2012.07.07 17:04

being 조회 수:1980



030. 공감의 시대 - 제러미 리프킨


짧게 쓰겠습니다. 다는 못 읽고, 1/3만 읽고, 나머지는 다른 분들의 요약정리로 들었습니다. 리프킨 아저씨는 사람들이 읽어내는 속도 보다 쓰는 속도가 더 빠르신 듯합니다. 매일 글을 쓰신다고 하는데, 이게 책을 많이 내는 작가들의 공통된 특성인가 보더군요. 


공감의 시대는 리프킨이 지금까지 낸 책들의 종합판 비슷합니다. 문명이 발달하면 엔트로피가 증가하지만, 그 발달한 문명 속에서 인류 고차원 의식인 공감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런 공감이 현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다.  하지만 공감이 상승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엔트로피 흐름을 높이는 사회다. (미국이나 유럽 등, 환경파괴에 공이 가장 큰 세계의 혜택받은 엘리트들.) 이를 공감의 역설이라 하자. 


그리고 문명 발달 과정을 에너지 혁명과 커뮤니케이션 의식혁명 이 두 축으로 설명합니다. 나무->  소, 말 등 동물 노동력 -> 석탄 -> 석유 -> 전기 ->제 3 에너지. 순차적으로 잘 정리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대강 저렇습니다. 그리고 저런 에너지 혁명에 맞춰 사회 경제적 구조가 변하고, 그 속에서 인류가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형태도 변하는데, 그것이 인류 의식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인류의식의 변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따로 장을 빼어 종교와 역사, 심리학적인 내용들을 폭넓게 정리하고 있지요. 사실 리프킨 본인도 딱히 정리가 잘 되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니면 신학, 종교, 심리학 등의 학문들을 능력 이상으로 지나치게 야심차게 끌어들여서 그럴지도.) 맨 마지막에 가면 새로운 자본주의 형태라고 저자가 제시하는 분산 자본주의가 나옵니다. 리눅스나 위키피디아, 뭐 이런 겁니다만, 이것 보다는 더 크겠죠. '미래'를 예측하는거니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시대(인터넷)와, 자신이 예측하는 제3 에너지 혁명에 맞는 경제체제랍니다. 미래 비전 제시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사실 이 책에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일텐데, 이 부분이 굉장히 모호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3차 에너지 혁명인지 분산 자본주의인지 하여튼 이 애매모호하던 분야에 대해 새 책을 쓰셨다 하더군요. 


학자는 아니신지라 논증이 철저하거나 이론이 탄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무지막지한 정보량을 바탕으로, 별의별 학문 분야에서 사례들을 모아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할 증거들로 마구 뿌려대고 있습니다. 전문 학자분들은 이런 다양한 정보들을 참조하면서 흥미를 느낄 것 같고, 저 같은 일반 대중은 그 정보량에 질려버리기도 하고, 그 중 재미있는 사례들은 '오 신기하네?' 하며 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어마막지한 자료량을 바탕으로 매일 책을 써 내려가다 보니, 자신이 쓴 책이 또 다른 책의 힌트를 주고 뭐 이러는 느낌입니다. 


'공감'이라는 단어를 듣고 사실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가 생각났습니다. 그 책도 야스퍼스가 말한 축의 시대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황금률 혹은 공감이 어떤 식으로 성장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신화와 종교의 탄생, 그 속에서 이어지는 인류 의식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종교 영성의 소수 엘리트들의 의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환상적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가끔 보면 공감이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초월의식까지도 공감이라고 억지로 우겨넣는 것 같아 뜨악하긴 했지만, 하여튼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쨌든 부처나 예수 수준의 의식수준을 달성한 현대인은 거의 없을테니까요. 또 <공감의 시대>가 인류 의식 수준과 사회 구조 변화를 동시에 다루려는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켄 윌버 책 중 유일하게 읽은 <켄 윌버의 일기>도 떠올랐습니다. 제가 한 사람의 생물학적 부분, 그 사람의 심리학적, 영적 부분, 또 사회의 물리 구조적 부분, 사회 내부의 문화적 부분 (혹은 사회의 영혼)이라는 4 분야에 대한 개념을 가지게 된 것이 이 책 덕분이거든요. 캔 윌버는 자기 스스로 '나는 한 사람의 심리내적 부분에만 집중한다'고 선언한 반면, <공감의 시대>는 그 모든 부분을 다 다루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우선 그 야심에, 감탄했습니다. 사실 켄 윌버가 생각난건 리프킨이 책 마지막에 가서야 등장시킨 시스템이론과 가이아론을 켄 윌버가 신나게 깠기 때문이긴 하지만. 하여튼 뭐.  저는 <축의 시대>나 <켄 윌버의 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이 둘 다 개인 내면에 집중하는 책이고 제 취향이 그쪽이니까요. 하지만<공감의 시대>는 개인의 의식 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의식 수준, 사회의 물리 구조적 부분과 문화적 부분까지 대강 다 건드리려는 폭넓은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지어 그것을 과거, 현대, 미래까지 싹 다 이야기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 시도가 우선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이야기의 결론을 공감의 확장으로 놓고, 그것이 현 인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축의 시대의 무리수의 확장버전이 생각나기도 하면서도, 하여튼 맞는 소리는 맞는 소리여서 미래에 대한 영감을 주는 책이겠구나 싶기도 했고요. 교수님들이 요새 이 책 많이들 읽으신다 카대요. 학문간 통섭 유행에 기름을 부은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를 내 식대로 내 관점으로 싹 다 다시 읽는다 내 말이 맞다 왜 맞냐면 '어마어마한 (각 학문 분야에서 쓸만한 정보란 정보는 다 그러모은 정보 폭탄 투하'. 이런 느낌의 책. 한 개인이 이 책을 다 쓴게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주아주 두껍고, 정보가 지나치게 많고 정돈도 잘 안 된 느낌이긴 합니다만, 자신이 그동안 쓴 책을 모조리 종합하여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묶어놓고 그것으로 현대 사회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것이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참 대단해 보이는, 그런 책이고, 그런 저자입니다. 야심찬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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