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부터 저녁마다 제 집의 창아래에 와서 우는 냥이 한마리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집 아이가 베란다에서 우는 소리 인줄 알고 나가 보니, 

저희집 바보 냥이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창문아래만 내려다 보고, 길아이가 울고 있는 것이더군요.

슬쩍보니, 노란색 테비, 저희집 아이와 비슷하게 생겼네요.

다만 길에서 사람음식을 먹고 지내서인지 얼굴은 퉁퉁하더라구요.

가까이에서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스프레이를 하고 다니는 모양이 남자아이같았어요.


덕분에 저는 저녁마다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제 능력으로 길아이를 거둘 여력도 없고, 길아이를 끝까지 책임도 못지는데, 사람손을 타게 할 수 도 없고..

저희 냥이는 길아이가 울면, 창문에 들러붙어서 경계를 하고 있고..


이런저런 고뇌의 나날중에, 오늘 새벽 천둥과 번개와 미친듯이 내리는 빗줄기 속에

길아이로 추정되는 냥이 울음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녁나절에만 와서 울고 갔었는데...

때문에 저는 새벽에 깨서 안절부절안절부절이었어요.


제가 냥이를 기르고 있지 않을 때였다면,

그냥 좀 시끄럽게 구는 군.. 하고 넘어간 후, 지금 즈음이면 이미 까맣게 잊고 넘어갔을텐데

이미 냥이를 기르고 있는 지금은 하루종이 이 아이 걱정에 심난합니다.

같은 코숏이지만, 어떤 아이는 저렇게 험한 빗속에 작은 몸하나 뉘일 곳 없이 하루하루 투쟁의 나날인데,

어떤 아이는 비가 오나 눈이오나 더위가 오나 따뜻하고, 시원하고, 안전한 집에서 상전대접 받으며 살고 있나 싶기고 하고.

나는 왜 이리도 능력이 없어서, 저렇게 불우한 냥이하나 거둘 수 없나 싶기도 하고.

저 길아이는 오늘 새벽을 무사히 넘기고 저녁에 또 찼아올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오늘 저녁에 찼아오면, 저희집 아이 사료를 조금 훔쳐내서 물이랑 가져다 줄까 싶기도 하고.

....하루종일 머리속이 시끌시끌하고, 심난하네요.


음.. 이래서 아무리 간접경험을 해봐야 소용없는 것이군요.

직접경험은 머리로 아는 것과 다르게, 하트를 직격해 버리니까요.

라는 뜬금없는 마무리와 함께, 제 목베게를 점령한 냥이사진을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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