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고양이, 벨 훅스, 홍루몽

2012.08.03 22:24

점례 조회 수:2183

1.날씨가 정말 본데없이 덥습니다.

 

2. 어제는 저희 집에서 밥을 주는 고양이 두 마리(우리 집 고양이의 딸 고양이들)이 하루 종일 안 보이더군요.

저는 '날 더운데 저그들 엄마 새살림 차린 데 가서 놀다 오겠지'하고 까닥도 안 하고 있는데 우리 엄마는 애기들 어디에 잡혀간 것 아니냐고 노심초사.

그 고양이들 이름은 이쁜이 곱단이인데 각자 애인인지 서방인지를 두고 삽니다. 제가 미워서 죽고 못 사는 두 마리 도적놈들의 이름은 만보와 두꼬리.

체격이 말도 못하게 크고 못생긴 것 하며,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 점이 더 미워요. 저는 우리 이쁜이 곱단이를 일년 반이 되도록 밥을 줘서 길렀어도 털도 못 만져 보고,

털은커녕 지금도 사람 발소리만 나면 처묵던 밥도 먹다 말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판국인데, 어디서 굴러먹던 말뼉다귀같은 짐승들이 와서 제 이쁜 이쁜이 곱단이를 탐하고,

저를 무서워하지도 않아서 겁을 줘도 쫒아내보지도 못할 뿐더러, 제가 밥을 두면 그 두 날강도가 밥을 먼저 먹고 우리 아기들은 나중에 먹는단 말입니다.

 

지금 약간 흥분해서 말이 샜는데, 어쩄든.

 

한 오후 정도 되니까 만보가 어슬렁 어슬렁 어디서 기어오데요. 야옹 야옹 울면서 '이 호구드라~ 이 호구드라~'하길래

쓰레빠로 문턱을 짝짝 치면서 시원하게 닦아세웠음.  '아니 이 무도한 놈, 마누라가 집을 나갔는데 처갓집에 와서 밥을 달라는 빙충맞은 놈이 어디 있단 말이야?

이놈! 니 마누라 찾아와라 이놈! 이쁜이 있을 때야 니가 우리 집 사위지 이쁜이 없으면 너 뭐 없어!' 엄마는 뒤에서 '오냐! 밥 주지 마라!

마누라 찾아오라고 해 빨리! ' 막 이러고. 그런데 우리 엄마도 참 우리 엄마에요. 소리친지 한 20초 지나서 '점례야, 우리 맘보 밥 줘라'  이럼.

 

기가 막혀서 원.

 

제가 '엄마! 밥은 무슨 밥이야! 지금 이쁜이가 없는데 밥은 무슨 밥!'하고 화를 내니 엄마는 또 그 사이에 맘보 살 빠질까봐

얼른 고양이 사료 퍼 오면서 '안돼, 맘보 어제부터 내내 굶었어, 오늘 밥 줘야돼'  이러고...언제 저 미운 놈들을 쫒아낼 수 있을 것인가....

 

3.남자친구가 무슨 책 읽기 시작할 거냐길래 ' <페미니즘 이론. 주변에서 중심으로>라고 해 주고 '하지만 난 이해하지 못하겠단 말이야'라고 말하고

작가의 다른 저작 제목을 읽어주었습니다.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 -이런 게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종류들이지- 인종 문제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아.

<사랑의 모든 것>뭐가 될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말은 절대 안 쓰여있을 거야. 우리의 긴 관계를 위해 이건 좀 치우자(우스개;)"

 

지금까지 흑인 여성하고는 두마디 말도 해 본 적 없고, 미국땅도 못 밟아 본 입장에서 블랙 페미니즘은 너무 생소합니다.

제가 블랙 페미니즘에 관해 아는 모든 건 앨리스 워커 책과 the help에서 얻은 것이에요. 우리 나라에서도 젠더와 계급, 인종이 결합한

새로운 문제가 있습니다만, 미국 같은 양상은 결코 아니라서....

 

4. 홍루몽 읽었습니다. 너무 시원하게 몰살을 시켜서 속이 시원할 정도더군요.  벌써 망쪼가 들어 있는 집인 건 알았고,

이게 다 망한다는 사실은 너무 스포일러를 많이 당해서 알고 있었기에 별로 쇼킹하진 않았지만, 역시 느끼기로는 감사가 무섭긴 무섭다..는 것.

옛날에 회사랑 은행 다녔던 엄마가 '감사 한번 나와 봐, 씨도 없이 망하는거야'라면서 '어쩄든 법에는 못 이기니까'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 많던 재산이 없어지는 것 보니까 무섭긴 무섭네요. 

 

참 중국인들은 몰살 몰락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건 제 개인적인 이론이긴 한데 중국인들은 누군가가 잘 되는 이야기보다

위세당당하고 자격 있던 누군가가 몰락하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음. 사대기서 생각해 보세요. 서유기 빼고 잘 되는 거 없음.

뭐 서상기, 비파행, 초한지, 다 그렇습니다. 힘은 산을 뽑을 만 하고, 기개는 천하를 덮을 만 하나, 때가 이르니 추조차 가려 하지 않는구나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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