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스를 보고 있어요 (스포)

2012.08.09 17:22

paired 조회 수:1573

팟캐스트로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중 김현철 정신과 의사의 나 상담을 듣는데

이분이 상담하시는 환자 중엔 어깨들도 꽤 있다고 하세요.

고민은 극단적으로 남성적인 일만 하고 항상 긴장 속에 있다 보니 불안도가 너무 높다는 것.

그래서 해결책으로 부족한 여성성을 채우기 위한 뜨개질 같은 걸 권한답니다.

 

소프라노스를 보게 된 것은 어깨들 상담 얘기를 하시면서 이 드라마를 언급해서였어요.

마피아 두목이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는 드라마라니 관심이 생기더군요.

예전에 애널라이즈 디스 같은 코믹한 영화도 있었지만 진지한 버전이 궁금했어요.

 

단순한 직업적 우울증이려니 하며 보기 시작했는데 뜻밖에 이 마피아 두목의 우울증은

친엄마의 영아살해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그 엽기적인 엄마는 어려서도 갖은 폭력적 언사와 신체손상 위협을 해대더니

성인이 되어 두목의 자리를 넘보는 위치에 올랐는데도 끊임없이 아들을 죽게 만들 음모를 꾸미고 계시네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인 실수를 통해 일관적으로 아들에게 해가 될 일만 하시는 겁니다.

 

주인공 토니 소프라노는 상담을 통해 어머니의 영아살해 욕망을 듣게 됩니다.

처음엔 친엄마가 자기를 살해하고 싶어한다는 정신과 의사의 해석에 불같이 화를 내며 부인을 해요.

자기가 사랑하는 엄마를 그런 식으로 말하면 의사를 죽여버린다고까지 하죠.

그러나 의사 말을 들은 이후로 어쩔 수 없이 그 생각의 틀로 엄마를 보게 되었고 역시나 의사의 해석대로

그간 아들을 사랑한다고 믿었지만(믿고 싶었지만) 뭔가 석연찮던 엄마의 언행이 정확히 설명되었습니다.

 

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도 친모의 영아살해를 다룬 적이 있어요.

서래 마을 프랑스인 부부의 냉동고에서 영아 사체가 발견된 사건이 가장 유명하죠.

살해자인 부인은 끝까지 자기의 범행을 부인하다가 결국 인정은 했지만

정신적 문제가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고 형 집행 중에 풀려났다고 해요.

이런 여자들은 임신부터 부정을 하므로 주위의 어느 누구도 심지어 남편 조차도 임신 사실을 모르고 지내다

아이가 나오자마자 생명이란 인식은 전혀 못한 채 자기 몸의 일부가 떨어져나왔다고 여기고

냉동실이나 뒷뜰에 파묻어버린다고 합니다.

소프라노스 엄마의 상태는 약간의 죄의식이 있는 상태라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평생 자식에게 무의식에 품은 살의를 뿜어낸 모양이에요.

 

자식을 사랑하기는 커녕 죽이려고 하는 친모 얘기를 직간접으로 체험하면서도 머리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네요.

토니가 정신과의사의 해석에 죽일 듯이 분노했듯이 저 역시 누군가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해줬으면 하는 마음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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