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 감수성이 과거에 정지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중고교때는 음악을 비교적 다양하게 많이 들으려고 노력을 했었던 것 같은데.

스무 살때 MP3가 보편화됐는데요.

하나 사서 음악을 거기 다 집어넣고.

시디에 막 백곡씩 구워넣기도 하고요. 신곡 같은 거.

처음엔 재밌었는데.

안 듣게 되더라고요. 너무 접근이 쉽다고 해야하나? 무가치하다고 해야하나?

어찌보면 당시 학생의 용돈으로는 사기 힘들었던 시디를 사서 한 장씩 모은다거나

라이너노트를 읽으며 음악에 관한 지식을 쌓아간다거나

그런 기분에 취해있었을 뿐

전 정말로는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몰라요.

그걸 계기로 멀어졌어요. 아마 스무살 이후로 들은 음악이 제가 평생 들은 노래들 중 10%도 안될거에요.

 

다른 재밌는 게 많아졌다는 이유도 있겠죠.

연애라거나. 술이라거나.

대학은 확실히 중고교보다는 덜 폐쇄적인 구석이 있었으니까요.

시디피와 엠피쓰리는 점점 장식이 되어갔죠.

 

최근 십년 동안 "나를 바꾼 노래"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떠오르지 않네요. 역시 저의 취향은 90년대 이전에 고정되어버린 거죠.

 

http://premiere.atzine.com/m1_star/content_view_03.asp?ai_idx=1210&MenuCheck=P 

이 글을 읽기 전까지 그렇게 단정 짓고 그냥 늙은 거니 별 수 없어. 체념하고 살았는데.

 

요즘 젊은 세대는 외로울 때 어떤 음악을 들을까?
(크게 공감하는 듯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외롭거나 치유 받고 싶을 때 어떤 음악이 그들 곁에 있을까. 음악은 과연 그들 곁에 있긴 한 걸까. 그들의 고독을 어떨 땐 알고 싶지 않다. 음악을 소비하는 거에만 너무 빠져 있는 게 아닐까. 어떤 음악, 어떤 가수가 어떤 세대와 접목이 된다고 볼 때 서태지가 등장한 이후 음악은 우울과 고독을 치유해주는 게 아니라 외로움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방향으로 발달한 거 같다. 지금의 음악에 시류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 감성을 안에서 곱씹거나 되새김질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표출하는 음악이란 거지. 

아니면 음악이 자신을 잠깐 잊게 해주거나.
그러다 보니까 어린 세대는 감성에 호소하기 보단 감성을 드러내고 표현하는데 주력한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나는 정말 젊은 세대에게는 부합되지 않는 음악가인 거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내가 아니라 음악이 변했을 수도 있겠구나.(국내 한정)

생각해 보니 예전엔 다들 좀더 내향적이었어.

지금은 윤상 말대로 표출적이지.

아직도 저런 음악 하는 사람들 어디 없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인디씬에서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검정치마라거나 브로콜리 너마저.

더 찾아보면 많은 음악들이 있겠지만

이것 역시 10대때처럼 부지런 떨지 않으면 (노력 없이는) 안될 일이죠.

더구나 90년대엔 주류였던 감성들이 지금은 명백히 비주류이니까요.

발품을 팔아야만 하죠.

모든 게 편리하고 접근성이 높아진듯 보이는 인터넷 시대에 오히려 내가 찾는 것들은 어디 멀리로 숨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좀 구질구질하다  싶을 정도로 내면의 정서를 곱씹는

그런 음악이 듣고 싶어요. 물론 예전에 좋아했던 노래들을 또 들어도 좋겠지만 새로운 노래도 가끔은 듣고 싶어지네요.

 

분명 10대때는 어떤 곡을 듣고 마음이 흔들리는 경험 같은 걸 했던 것 같은데.

건축학개론이 흥행한 이유 중 기억의 습작도 컸다고 생각하거든요.

큰 스크린과 음향으로 갑자기 그 노래를 듣는 그 마음이라니..

다시는 할 수 없는 걸까요. 그런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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