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달님 글읽고;데이트 상상

2010.08.04 11:14

메피스토 조회 수:2272

* 장소는 대학로. 만나요. 만나서 밥을 먹으러가죠. 안비싸고 맛있으며 배부른걸로요. 누들파티에 가서 라면시켜서 공기밥을 말아먹거나 분식을 시키는 것도 좋아요. 밥을먹으며 (안만나는 사이)무슨일이 있었는지 서로 얘기해요. 밥먹고 민토에 가던가, 아니면 가까운 별다방도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별다방이건 민토건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하긴, 대학로에 사람적은때가 있나요. 아무튼. 줄서서 기다리건 운좋아서 바로 들어가건.

 

차한잔하면서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아요. 농담이 별로 웃기지 않아도, 경청해도 앞뒤 다 짤라먹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크게 웃어줘요. 근데 내 개그에는 안웃어줘요. 이상한 아저씨 개그래요.

 

차한잔하고 나서 천막극장쪽으로 가요. 휴일이면...아마 통기타하나 둘러메고 담장위에서 노래부르는 아저씨들이 있을꺼에요. 노래 부르고 바구니 돌리면 몇천원 정도 넣어요. 뒤에 천막극장에선 어떤 밴드가 공연을 해요. 뒤에서 끌어안은 뒤 여자친구의 어깨에 살짝 턱을 올려요. 올린다고 그냥 올리면 어깨가 무거울테니 조절을 잘해야해요. 이것도 스킬이죠.

 

그렇게 공연구경을 하고 영화를 보러가요. 근처에 마땅한 극장이 없으니 비디오방으로 가도 되고, 약간의 수고를 들여 전철을 타고 극장이 있는 곳으로 가도 좋지만 비디오방으로 갈래요. 귀찮으니까. 가서 영화 한편을 골라서 봐요. 근데 둘만 있으니까 가슴이 두근거려요. 영화보는 내내 키스만하다가 나와요. 그래서 영화내용은 몰라요. 영화는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점심쯤 만났으면 얼추 저녁타임이에요. 밥을 먹긴 부담스러우니 던킨이나 크리스피크림에 가서 도넛 몇개를 씹어요. 종류가 다른 음료를 시켜놓고 서로의 것을 맛봐요. 남자친구놈이라면 이런 짓을 하지 않지만 여친이 먹던 음료에는 빨대를 넣을 수 있어요. 음료한잔 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악세사리도 보고, 사람구경도 해요. 지나가는 언니들 중 참 예쁜 언니들도 있지만 내 여친이 더 예쁘다고 생각해요라는 최면을 걸어요.  

 

이제 헤어질 시간이에요. 집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여친을 집앞까지 바래다줘요. 아쉬움에 볼에 뽀뽀해주고 집에 들어가는거 확인한 뒤 뒤로 돌아서요. 여친의 집에서 역으로 걸어가는 길이에요.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초로의 중년남과 눈을 마주쳐요. 질 수 없으니 눈싸움을 하지만 중년의 포스에 눌려서 깨갱이에요.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에요. 여친지갑에서 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냥 잊어버릴래요. 집에가며 여친과 통화를 해요. 아빠가 들어왔다고 있다가 통화를 하자고해요. 쳇. 기운빠짐 50% 토라짐 50% 말투로 전화를 끊고 혼자 집에 가요.

 

 

* 써놓고보니 롤코 말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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