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만화」도 재미있게 봐요. 「시사인 만화」를 보기 위해서 시사iN을 구독했다는 분 의견도 봤는데 부정할 생각은 없어요. 80장 짜리 잡지인데 단 두 장만으로 사기엔 저는 아깝게 느껴요.

저는 시사iN에서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좋더군요.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설까요.

포스트 모던 시대 이야기요. 이념의 구분이 눈 앞에서 무너지는 시대를 겪는다는거요. 김영하의 90년대 작품도 그렇구요. 얼마전 《응답하라 1997》과는 약간 다른 의미겠지만, 90년대에 대한 환상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가장 선호하는 잡지임에도 시사iN에는 가끔 뜨악하는 글이 올라오죠.


《쇼생크 탈출》에 감동한 사람들에게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424

"실로 《쇼생크 탈출》 최대의 수수께끼는, 지와타네호에서 소일하는 앤디를 보고 속았다거나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는 관객이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탈옥에 성공한 앤디는 왜 자신의 무죄를 밝히려고 노력하지 않는가?'라는 자연스러운 질문이 생략된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수단을 불문하고 목적을 쟁취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미화되는 성과 지상주의다. 이 영화는 영화 속 주인공의 탈옥이 흥미롭다기보다,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관객과 우리 시대가 더 흥미롭게 포착되는 거울 같은 영화다. 이런 독법이 《쇼생크 탈출》을 보고 감동한 소박한 사람들을 욕보이는 게 아니라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영화에 열광했던 만큼, 우리는 우리 내면의 유죄성과 야합했던 것이다! 참고로 이 영화는 신자유주의가 시대정신이 되어가던 1995년에 제작되어 개봉됐다."


장정일은 《쇼생크 탈출》을 보고서 성과지상주의를 보았다니 거참. 《써니》를 보면서 주인공의 운동권 오빠에 대한 이야기나 마지막 장면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보고 영화관을 나오며 헛헛 웃음이 나왔죠. 영화가 과거를 단면으로 보여 줄 때 이렇게 호도하구나 싶구요. 《포레스트 검프》처럼 대놓고 사회와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작품도 있죠. 각자의 입장에 따라 불편할 수 있어요. 그런데 《쇼생크 탈출》에서 신자유주의를 발견하다니.

즐거움이든 불편함이든 그 이유를 따지는 것이 미학이라지만, 미학을 사회학적으로 따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테면 막스주의가 유행인 시대에 풍미했던 작가들이요. 요새 근 몇년간 작가들의 키워드는 신자유주의였죠. 신자유주의랑 엮어 조건반사식으로 비판을 가하는 모습은 납득은 되지만 촌스럽다고할까요. 90년대 학번들이 우글우글한 대학 학생회에 들어온 느낌이요.

작품엔 작품이 만들어진 당시대의 정신이 녹아있기 마련이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에는 시대정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전이 가진 덕목이 존재한다고 보거든요. 취향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쇼생크 탈출이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지 않나 싶어요. 고전은 인간에 대한 질문이 들어있잖아요. 

요즘은 각자가 가진 작품에 대한 의견 차이마저도 "개인의 취향"으로 깔아뭉개버리고 잘 이야기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답답해요. 이게 정말 개인간의 소통 문제가 '잠정적으로 해결'이 된 건지, 아니면 '이해란 것은 원래 없었으니 그런 것은 잊어버리고 각자 잘 살자'인지 아리송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정일처럼 계속해서 비평을 내놓는 모습은 저는 좋아요. 물론 제 취향이 가열차게 까여서 속상한 적이 이렇게 있지만.

오늘의 이 글도 《쇼생크 탈출》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내 돈 주고 구독한 잡지에서 "《쇼생크 탈출》을 보고 감동한 소박한 사람"으로 지칭된 것에 대한 '소시민이 사소한 분노'를 느껴서 때문일까요?


쓰고보니 장정일의 안티가 된 기분이군요. 아니예요 장정일 작가 좋아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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