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반 조조상영으로 토이스토리를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바보같이 9시 반이 아니라 50분이라고 알고 있었다가, 아무리 기다려도 입장안내 표시가 안뜨길래 시간을 확인해보니.....으악!! ㅠㅠ 그때가 아마 45분인가 50분인가 그랬을 거예요. 

표 검사도 그냥 지나치고 허겁지겁 들어갔더니 우디가 '앤디는 대학에 가더라도 우리를 버릴 수 없을거야'라고 다른 장난감들을 설득하는 부분이 막 나오고 있더라고요. 다른 장난감(특히 감자 부부)들은 웃기지 말라고 항의하고요....앞 부분의 단편과 본편의 첫 부분을 놓쳐버려서 너무 속상했지만, 그래도 이제 막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아무 자리에나 대충 앉으려고 했는데 빈 자리 없이 꽉 차 있어서 당황스러웠지만, 겨우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었어요. 좌우앞뒤에 애들이 꽉꽉 있고 영화 보는 내내 수선스러웠지만 그게 더 재미있기도 하더군요.


전 1,2편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점점 더 드라마에 빠져들고.....장난감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눈물이 저절로 흘렀어요....ㅠㅠ  꼬꼬마들 사이에서 스물다섯먹은 처녀가 우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소리는 못 내고 그저 눈물만 줄줄.... 

그런데 제 주의의 꼬마들은 아무도 안 울더군요. 이럴수가...

그래도 장난감 일당들이 결국은 착한 새 주인을 찾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나 몰라요. 저 사랑스럽고 불쌍한 녀석들이 어떻게 되려나 어찌나 마음을 졸이게 되던지...


언젠가는 버려지게 되는 장난감들의 슬픔을 보고 있자니 문득 제가 어릴때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던 하얀 곰인형 생각이 났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사주신 곰인형이었는데요,  하얗고 보들보들하고 안으면 품에 쏙 들어가는 정도의 크기였지요. 전 그녀석을 코알라라고 불렀어요. 코알라는 흰색이 아니지만 왠지 코알라를 닮은 놈이었기 때문에. 

어느샌가 코가 떨어져 나가고 손때가 잔뜩 타고 점점 낡아갔지만, 그래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었답니다. 전 하루도 코알라와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2학년때 이사 가는 도중에 그만 놔두고 와버렸지 뭐예요. 이사간다는 생각에 너무 들떠서 인형들을 챙길 생각을 미처 못했어요. 놓고 온 인형들 중에 그 녀석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서 정말 얼마나 슬프던지... 

그 인형도 토이스토리의 장난감들처럼 말하고 생각할 줄 알았다면 얼마나 좌절했을까 생각하니 더 눈물이 났어요. 미안하다 코알라야... 그리고 어린 시절의 소중했던 장난감들을 추억하게 해 준 토이스토리 제작진 여러분 모두 고마워요. 1,2편도 조만간 꼭 찾아서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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