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 아래에 모님께서 쓰신 '경주맛집'류의 글을 보고 한번 써봅니다.

원래 그 글에 자세하고도 친절한 댓글을 달려고 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그 동네 사람이거든요. 엄밀히 말하자면 스무살때부터 수도권에 엉덩이붙이고 산지가 어언 10년이라 이젠 제가 서울사람인지 갱주사람인지 좀 헷갈립니다만,

일단은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고 분기때마다 한번씩은 내려가서 안식 비슷한걸 스스로 끼얹다가 오는 곳이니까요. 그런데 중요한 건...


별로 쓸말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갱ㅈ...아니 경주는 전국구 칼잡...관광의 도시로 유명하죠. 그런데 그에 비해서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에 "이것이야 말로 신라 천년의 테이스트 이올시다! 입안에서 화랑들이 남아의 기상을 외치며

서로 끈끈하게 얽히...는게 아니라 호쾌하게 말을 달리는 천년의 기적을 음미하시지요!"라고 말할 수 있는 맛집따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아, 물론 황남빵이 있기야 합니다만, 보통 경주맛집을 외치는 분들이 황남빵을 염두에 두고

계신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옆동네 포항만 해도 거대 수산물 시장인 죽도시장이 있어서 산지 직송 회를 쳐묵쳐묵할 수 있고, 좀더 올라가서 영덕에서는 게를 쳐묵쳐묵할 수 있고, 밑으로 볼작시면 돼지국밥과 잡어구이의 본진 부산이 버티

고 있는데 이상하게 고향동네는 뚜렷한 식문화발전상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경주 요식업자들이 단체로 암흑요리연합 같은걸 만들어서 "관광객은 매일매일 우리에게 식비를 바치는 기계일 뿐이지! 신라의 맛은 예전에 끝났어!

우린 돈때문에 하는거라고! 그러니 빌어먹을 MSG나 쳐묵쳐묵하고 밥이나 사드시지!"를 외치는 건 아니에요. 식도락을 추구하기에는 뭔가 어중간하다는 거죠; 그러니 경주에 가실 일이 있으면 '맛집! 맛집을 보자!!'라는 자기압박 대신 '뭐 

운좋으면 맛집 하나 걸리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시면 됩니다. 그리고 친구놈들은 나한테 경주맛집좀 고만 물어보라고 


결론 : 맛집? 우리한테 그런거는 있을 수가 엄써 (야...)


2. 아래 이그명님은 남자친구님이 어떤 부분에서 지나치케 쉬크해서 상처받는다고 쓰셨는데, 전 이상하게 그런 남정네들을 많이 본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xy들을 '쉬트한...아니 쉬크한 꼰대 남자들'로 분류하곤 해요. 

이 사람들의 공통점을 볼작시면

1) 야, 니 일도 아닌데 와 그래 흥분을 해쌌노? 내지는 모르겠다 내 알바 아님ㅋㅋㅋㅋ ㅅㅂ 내가 덮어쓰나? 

2) 세상에 선의같은게 어딨노? 인간은 똥이야 똥! 오줌발싸! 히히히! 민나 도보로데스! 다 지챙겨 먹을거 노리면서 순결한 코스프레 하는거제

3) 나는 인권이니 민주니 페미니즘이니 여하간에 입만 산 새퀴들이 제일 짜증난다. 몽상가들 ㅉㅉㅉ

4) 그런데 그거 아냐? 사회는 이렇게 돌아가는거야. 이게 알파요, 오메가라구. 사회생활을 나처럼 해야지 ㅉㅉㅉ

의 네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물론 1)에서 4)까지 고루 갖춘 13등급 사이오닉...아니 4등급 꼰대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비율이 적은게 아니라, 오히려 이런 친구들이 평소에는 신중한 사회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거죠. 모 사이트나

모 사이트에서 '보수라면 하루 세번 외치세요, 산업화, 산업화, 산업화'라고 매일 노래하는 걔들은 오히려 순진한거에요. 이 쉬꼰남들은 평소에는 꼬리를 밟힐 짓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아주 사교적이고 교양있게, 믿을 수 있는 친구로, 동료

로 다가오죠. 그러다가 가끔씩, 지나가는 말투로 슬쩍 본심을 흘립니다. "그래, 요새 군대에서 사고많이 터지고 쓸데없이 똥군기 많이 잡는다며? 안됐다 어린 녀석들...근데 뭐...난 제대 했으니까 내 알바 아니고"라거나, "아따 오늘도 파업한

다고 시끄럽네. 밤에 집에도 못가고 참 여기나 저기나 고생이다...근데 저 사람들은 씨알도 안 먹힐 짓을 왜 하지? 그래봤자 어차피 잘린건 잘린건데."같은 식으로요. 저도 처음에는 '뭐 이런 종자가 다 있나...'싶어서 뜨악하게 바라보다가, 왠지

그런 사람들이 자꾸 눈에 띄고, 심지어 제가 알던 사람들, 혹은 제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그런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종종, 아니 매우 자주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딱히 실망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어...써놓고 보니 이게 더 안 좋은건가;;


결론 : 이런 사람들 의외로 많습니다. 그리고 교정이 안돼요.


3. 경주이야기랑 shit...아니 쉬크한 사람들 이야기 쓰다보니 문득 생각난 쉬크한 경주 커플 이야기.


경주는 의외로 프랜차이즈카페의 불모지...였습니다. 왜 과거형을 쓰는고 하니, 지금은 아니거든요. (당연한건가?) 근데 3년전만 해도 아니었어요. 경주에 처음 들어온 프랜차이즈가 탐앤탐스였는데,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이게 무슨 맛집도

아니고, 사람들이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저도 그때 마침 집에 내려가 있을때라서 지인과의 약속을 탐앤탐스로 잡고 '우왕ㅋ 경주에도 탐앤탐스가 생기다니 굳ㅋ'하고 시내로 달려갔습니다. - 경주는 뭐 북구 동구 이런것도 없구요, 

무슨무슨 가 이런것도 없어요. 오로지 시내/시외...명쾌한 동네입니다...?!? - 해서 콩물 두잔을 시켜놓고 지인이랑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바로 옆자리에 참으로 무뚝뚝하게 생긴 커플이 들어오더군요. 손을 잡고 들어왔으니까 아마 커플이었을

거에요. 근데 자리에 앉자마자 남정네가 주절주절 불평을 하는 겁니다. 뭔 얘긴가 싶어서 들어보니, 자기가 간만에 여자친구에게 악세사리를 사준다고 데려왔는데, 이 친구는 정숙하고(...) 조신한(...) 디자인을 원했던 거고, 아가씨는 마치 은하계의 탄생과 소멸을 표현하는 듯한 디자인을 선호했던 거죠. 의외로 이 아가씨는 묵묵히 듣고만 있고 남자애가 20분째 불평을 합더이다;;


남 : 야, 나는 진짜...내가 니 평소에 해갖고 다니는 스타일이 맘에 안든다는 이야기는 아이고...모 내가 이 옷입는거까지 간섭하고 모 그런거는 아잉데...여자들이 그래 버스손잡이맹쿠로 생긴거 달고 다니는거 쫌 궁금하드라. 그게 예쁘나? 

      아니...모 이미 샀는거 내가 째째하게 환불해라, 딴거 바까라, 모 이런 이야기는 아잉데...너무 그 뭐고...너무 아가씨들이 모 이렇게 블링블링하게 해가 다니는거 별로 글타...(이 쯤에서 저는 이 친구를 화술학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들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 아가씨는 초인적인 자제력을 발휘하며 묵묵히 휴대폰화면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지요. 그러나 이 여자친구님의 멘탈을 종결시키는 남정네의 한마디...아니 두마디


남 : 진짜...여자가 뭐 이래 주렁주렁하고 다니는거 별로 안 좋아한다. 귀걸이 모양이 그게 뭐고...


아가씨가 휴대폰을 조용히 내려놓고 남자를 스윽 쳐다보니 세 문장으로 대답했죠.


여 : 나도 안 좋아하는거 있다. 나는 남자들 못생긴거 별로 안 좋아한다. 니는 와 쌍판때기가 그따군데...?


그리고 1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있던 저와 친구의 반응은


'주여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소서...그리고 전 세계의 잉여들아, 지금 이 순간 웃지 않을 수 있는 자제심을 나에게 나눠줘!'


네...뭐...그랬다구요 헤헤 :)


결론 : 되로 주면 싸대기로 받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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