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사카에서 하루 묵고 교토에서 삼일간 숙박을 했습니다

 

 기온거리는 늘 어디선가 따뜻한 촉감의 바람이 불어와 현실의 시간을 잊고 지내게 만들었고

 고베는 침착한 매력의 중년여성 같은 느낌으로

 특별히 빛을 내는 곳 없이도 사람을 어떤 결심으로 이끌더군요

 - 고베규는 역시 명불허전! 추가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도!

 

 오사카는 서울처럼 좀 쓸쓸한 곳이라 새벽녘까지 저의 발목을 거리에 붙잡아두었는데

 언제고 다시 들를 기회가 있겠지요

 

 아라시야마에서 여러번의 우연이 겹쳐 만난 친구와 함께 걸었던 오코우치 산장으로 가는 길과 말차를 마시는 시간도 참 좋았고요

 물론 도롯코 열차도 탔었지요

 

 니죠성에서 수백년 전의 일들을 떠올리며 머릿 속에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아직 단풍이 다 들지는 않았지만 에이칸도도 참 좋더군요 에이칸도의 별당에 올라 교토시내를 내려다보면서 옆에 있는 일본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순간도 즐거웠고요

 철학의 길은 늘 그리운 길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더 오랫동안 법당안에 머물러 향을 피우고 부처님께 합장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산쥬산겐도

 해질녘에 찾아가 더욱 로맨틱했던 청수사의 길들도 낭만이었죠

  

 너무 많이 걸어서 발이 부은 까닭에 다리를 좀 절기도 했지만 너는 아파라 나는 걷는다하며 원없이 도보여행을 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친구들이 단체로 강남스타일을 추며 저에게도 같이 추자고 권했던 순간에는 뭔가 좀 부끄러워서 같이 춤을 추지는 못했지만...

 

 뭐 어쨌거나요...

 

 교토에서 방을 구하기가 힘들어 생전 처음으로 해본 도미토리도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지요

 - 친구들을 사귈 수 있고 정말로 즐거웠던 경험이었던 건 맞는데 자주 해보고픈 경험은 아니었고요 흑 ㅠㅠ

 

 아라시야마에서 여러번의 우연이 겹쳐 만난 현지에 사는 친구 덕분에 기온에서 직접 게이샤들도 보고 또

 새벽녘의 산넨자카를 함께 걷기도 했지요 산넨자카를 향해 가던 조용한 골목길에 함께 앉아 제가 고베에서 사온 케익을 나눠먹기도 했는데

 그 맛과 그 풍경 그 친구가 그때 했던 말들과 목소리,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고요

 

 그 친구와 함께 새벽까지 길을 걷다가 들어간 기온의 어느 오뎅집에서 먹은 오뎅과 라멘의 맛도 정말 좋았네요

 - 이 오뎅집의 사장님은 십년전에 자기 가게에 들렀던 한국여자분과 결혼을 해서 알콩달콩 잘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

 

 제가 좋아하는 어떤 작가의 작품에는 '시마모토'라는 여자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다리를 약간 저는 주인공의 첫사랑이죠

 청년시절에 저는 시마모토를 가슴 깊이 사랑했었는데

 

 이번에 여행을 하는 내내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녀를 깊이깊이 떠올렸고 예사롭게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겉으로 굉장히 친절한 일본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뭐가 들어있을까를 깊이 고민하다가,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어떤 불안감이 인간이란 존재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도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되었고요

 

 전혀 준비를 하지 못한 이번 짧은 여행이 제 삶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 어떤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의아했고 회의적이었는데

 분명히 의미있는 어떤 질문과 대답을 얻었고 언젠가 그리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아껴가며 꺼낼 추억들을 가지고 왔네요

 

 아마 열흘 후쯤에 교토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정말 압도적인 단풍의 색채를 만끽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날은 일교차가 심하니 얇은 옷 여러벌과 두툼한 아우터 하나쯤 챙겨가시면 좋을 것 같고요

 

 멋진 듀게회원님들이 여러가지로 조언을 해주신 덕분에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해요

 

 언제고 시간이 된다면 좀 더 자세한 여행기를 올려보도록 할게요

 - 몇달 전에 다녀온 캄보디아와 태국 여행기도 다 못쓰긴 했지만...

 

 그럼 다들 낭만의 금욜밤 보내시고 여행 전에 올린 질문글에 댓글을 달아주셨던 분들께는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밤 되세요 저는 오늘 밤새 여행하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넘겨보며 시간을 보낼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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