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콘서트 다녀왔습니다.

이소라의 노래 자체는 CD로 들을 때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3층 자리였던지라 집중하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노래를 굉장히 흡인력 있게 불러서 몰입 잘 됐어요. 혼자 가서 궁상 떠는 것처럼 보일까봐 일부러 이 악 물고 참았는데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에서 결국 눈물 펑 터지기도 했고요ㅠㅠ

 

그런데 관객 매너는 좀... 문제가 많더군요.

일단 눈 때문인지 지연 관객이 무지 많았는데 이것까진 상관없었어요. 휴대폰 켜 놓고 수시로 확인하는 양반들도 많았지만 참을 만 했어요. 그런데 몰래 녹음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LG아트센터에서 센스있게 이소라 노래 제목들로 엮어다 안내 멘트까지 날려주면서 녹음, 촬영하지 말라, 핸드폰 끄라 하는데도 다 귓등으로 들은 모양입니다. 제 앞 줄 여자분은 노래 시작하면 녹음 켜고 토크 시작하면 녹음 끄고를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하시던데, 불빛도 거슬리거니와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더군요. 제 옆자리 여성분은 심지어 녹음 켜놓고 꾸벅꾸벅 졸기까지 하던데요.

 

하지만 이들조차 애교로 보일 정도로 희대의 핵폭탄급 똥매너를 갖춘 관객이 있었습니다.

 

'겨울, 이별', 'Track 3', 'Track 2'를 연이어 부르고 첫 토크를 할 때였어요. 이소라가 공연을 잘하기 위해 밥을 많이 먹고 왔다고 하자 1층에서 웬 남자가 '저는 밥도 안 먹고 왔어요!!!"라고 소리치더군요. 이소라가 머뭇거리다 '....어쩔까?' 라고 했더니 '누나가 좋은 노래 들려주세요!!!'하더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훈훈했습니다. 다들 웃어넘겼죠. 근데 그 다음에 대뜸 그 남자가 '질문 있어요!!!' 하더니 질문이 뭐냐니까 '누나는 왜 앉아서 노래를 부르세요???'하더군요.  이소라가 자신이 노래 부를 때의 자세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한 건 참 좋았지만, 그 남자는 예의없게도 그 뒤에도 계속 이소라에게 뻘소리를 하면서 토크 시간을 늘어지게 만들더군요. 심지어 그 다음 순서가 슬픈 노래 9곡을 연이어 부르는 순서였는데... 그 늘어지는 토크 때문에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해졌어요. 이소라가 '발표력이 참 좋은 어린이'라고 대충 칭찬해주고 넘어가려 했는데도 그걸 진짜로 받아들이고 계속 그러더라고요. 얘기하는 걸 보니 나이도 서른이나 먹었던데 왜 그러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참다못해 사방에서 '적당히 좀 하라'고 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양반은 이소라에게 '눈치 보여서 발표를 못하겠어요!' 이러고 앉아 있습니다.... 진짜 이렇게 눈치가 없을 수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 뒤에 9곡을 연이어 부른 뒤 두 번째 토크 시간 때, 이소라가 대놓고 '첫 번째 토크 때문에 감정 잡기가 힘들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도 그 남자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팬분들이 8집, 베스트 앨범에 대한 질문을 연달아 던지자 이소라가 '이 어린이들이 너무 부담을 주네요. 여기에선 욕 못하지만 게임이었으면 확 그냥...' 이런 식으로 농담을 했는데, 그 소릴 듣더니 그 남자가 대뜸 '게임에서 욕 안 하신다면서요!!!' 이러더군요. 이소라가 '게임에선 욕 안 하면 무시당해요' 이러면서 대충 넘어갔고요.

 

그 다음 토크 시간에도 그 남자는 계속 헛소리를 했고, 이소라가 참다 못했는지 대놓고 '이제 그만! 발표를 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마무리를 해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지금은 마무리를 해야 될 순간이다'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습니다ㅠㅠㅠㅠㅠ 앵콜곡으로 '난 행복해'를 부르는데 노래 전주가 나올 때 '오늘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느라 말을 너무 많이 한 탓에 기침이 자꾸 나서 마지막에 노래 부르기가 힘들었어요. 제가 이 정도로 예민합니다. 대답 안 하고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절 좋아해주셔서 질문해주시는 걸 아니까 무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는데 제가 다 죄송스러워지더군요ㅠㅠㅠ

 

 

아, 그 남자만 아니었으면 제 생일 마무리가 훨씬 아름다웠을텐데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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